"향후 7일이 역사 만들 것"…'플라스틱 협약' 마지막 협상 돌입

'역사'를 만들 수도 있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마지막 협상이 막을 올렸습니다.

'해양 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문서'(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오늘(25일) 일주일 일정으로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했습니다.

협상위 의장인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주영국 에콰도르대사는 개회사에서 "의미 있는 개입이 없다면 자연에 유출되는 플라스틱은 2040년엔 2022년의 2배가 될 것"이라며 "향후 7일간 우리의 결정은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세계가 주목하는 만큼 이견을 염두에 두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마이크로플라스틱은 신체 내에서 암과 생식문제 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발비디에소 의장은 "기적이 아니라 행동의 힘을 믿기에 (협약 성안에) 낙관적"이라면서 "4차례 협상위를 거치면서 수 없는 지역 내 논의와 기술적 교류를 거쳐 탄탄한 근간을 마련했기에 공동의 이해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유엔 회원국들이 플라스틱 협약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지 꼭 1천일이 된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다른 다자협약은 성안에 수십 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린 지난 1천 일간 많은 것을 이뤄냈다"고 자평했습니다.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발비디에소 의장이 제시안 '논페이퍼'(Non-paper) 수용을 요청했습니다.

77쪽에 달하는 협약 초안을 17쪽으로 정리한 논페이퍼는 협상을 촉진하고자 제시된 비공식 문서입니다.

그는 3가지 쟁점으로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우려 화학물질 퇴출 문제', '플라스틱 공급망 문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재원 문제'를 꼽았습니다.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최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재원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했다"며 "다자기금을 포함해 협약 이행을 지원할 재원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영상축사에서 "글로벌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인류 공동 과제"라며 "정치적 의지를 결집해 협약을 성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5차 협상위에서 플라스틱 협약을 탄생시킨다면 국제사회가 힘을 모으면 어떤 도전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달라"라고 당부했습니다.

정부대표단 교체 수석대표인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의장의 작업문서 등이 회원국 간 이해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이 자리에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협약 성안에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플라스틱 오염이 우리를 끝내기 전에, 우리가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개회식에서 발언에 나선 인사들마다 '성안'을 강조한 데에는 협약이 성안될지 여전히 미지수라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협상에 참여한 국가들은 협상의 '출발점'에도 합의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대부분 국가가 의장의 논페이퍼를 토대로 협상하자는 데 동의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산유국은 77쪽짜리 초안을 토대로 협상하자는 입장을 고수하며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 산유국은 5차 협상위 이후 '5.1차' 협상위 등 추가 협상을 열자는 주장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유국 입장은 만장일치제라는 점을 반영한 '지연전술'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물론 논페이퍼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주요 쟁점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물질)'와 관련해 논페이퍼엔 '전 주기에 걸쳐 지속 가능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1차 폴리머 공급을 관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문구가 담겼습니다.

플라스틱 생산 기반이 없는 유럽연합(EU)이나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심각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환경단체가 요구하는 '구체적인 감축목표'와 거리가 있습니다.

이번 5차 협상위에선 잘해야 '큰 틀의 협약' 정도가 마련될 공산이 작지 않습니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을 마련하고 1997년 교토의정서와 2015년 파리협정으로 당사국이 이행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한 방식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의미 있는 협약이 되도록 세부 사항에 대한 기준을 낮추지 말되, 세부 사항은 나중에 다루고 시급한 사안이 집중하자"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