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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피해 스페인, 정부책임론에 대규모 시위…"13만 명 거리로"

홍수 피해 스페인, 정부책임론에 대규모 시위…"13만 명 거리로"
▲ 발렌시아 시내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시위대

대홍수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스페인에서 정부의 부실 대응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현지시간 9일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주의 주도 발렌시아시에서 수만에서 1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주민이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의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를 행진했습니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시위에 약 13만 명이 참가했디는 현지 보도도 있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29일 남동부를 휩쓴 기습폭우로 최소 220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실종됐습니다.

사망자 대부분인 212명은 발렌시아주에서 나왔습니다.

선진국으로는 드물게 자연재해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난 것에 대해 현지에선 정부 책임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8시간 만에 거의 1년 치 비가 쏟아지자 놀란 스페인 기상청이 '적색경보'를 발령했는데도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 안전문자가 발송된 건 12시간이 지나서였습니다.

이재민 지원 등 후속 대처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최대 피해지역 중 하나인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찾은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분노한 주민들로부터 욕설과 함께 진흙, 오물 세례를 받았고 이날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발렌시아 시내를 메운 시위대는 "살인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마손 주지사가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주 정부는 제때 홍수를 경고하지 않았고 제때 대응하지도 않았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물러가고 새 정부가 그들이 남긴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CNN에 따르면 마손 주지사는 중앙정부로부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조기에 경고받지 못했다고 항변했지만 스페인 정부는 네 차례나 거듭 전화를 건 끝에 간신히 마손 주지사와 연락이 닿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발렌시아 시청광장 주변까지 행진한 시위대는 진압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에 가로막혔습니다.

이에 일부 참가자가 경찰을 향해 의자 등 물건을 집어던졌고 시내 곳곳에서 건물이 파손됐지만 심각한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렌시아 시당국은 밝혔습니다.

AFP 통신은 발렌시아 외에도 마드리드와 알리칸테 등 여타 도시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마리아 호세 카탈라 발렌시아 시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시위 참가자들에게 진정해달라고 호소하면서 "대립과 파괴행위는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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