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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감독은 안 돼!"…한국 야구 뒤흔든 '타이거즈' 우승의 비밀 [스프]

[교양이를 부탁해] 이택근 해설위원, 이성훈 SBS 기자

이택근 이성훈 교양이를 부탁해 썸네일
 

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 교양이 노트
- 초짜 감독 이범호의 '형님 리더십', KIA 우승 신화 쓰다
- 역사와 연고지 자부심이 만든 '최다 우승' 왕조의 힘
- KBO리그, 젊은 여성 팬이 이끄는 '응원 열풍'으로 전성기
- '구속 혁명'에 뒤처진 한국 야구... 핵심은 '제구'
- 김도영·김택연의 등장, 한국 야구 세대 교체로 전성기 다시 오나?

이성훈 기자 : KIA는 명실상부한 2024년 최강팀입니다. 야구는 점수를 더 많이 내고 점수를 적게 주면 이기는 게임이잖아요. 그란데 이번 프로야구에서 기아가 엄청나게 점수를 많이 내고, 적게 내준 팀이니까 당연히 1등을 했죠.

이택근 해설위원 : 뎁스(depth)라고 하죠. 선수층이 가장 두껍고요. 10개 구단이 있는 KBO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투타의 밸런스를 가지고 있는 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시즌을 6개월 동안 하게 되고요. 144경기 동안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변수들이 많이 생겨나거든요. KIA가 아무리 전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운영이 잘되지 않았다면 저는 그 어떤 강팀이라도 우승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아티클입니다>
이성훈 기자 : 사실 한국 프로야구의 한국시리즈는 정규시즌 우승 팀이 굉장히 잘하는 경기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좀처럼 이변이 벌어지지 않아요.

이택근 해설위원 : 유리할 수밖에 없죠.

이성훈 기자 : 1989년 이후에 지금의 단일리그 체제로 35번의 한국시리즈가 있었는데 1등 팀이 30번을 우승했어요. 이변은 5번밖에 없었던 거죠.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 35번의 한국시리즈에서 1위 팀의 승률이 6할7푼1리에요. (67.1%) 정규시즌 평균 승률 5할9푼5리보다 훨씬 높습니다.

우승한 팀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되고 나서 한국시리즈까지 최소한 3주 동안의 휴식이 있다는 거예요. 이 휴식 기간은 1위 팀이 부상자, 혹은 컨디션이 나쁜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시간으로 활용됩니다. 이번 KIA가 굉장히 대표적인 케이스죠. 턱 골절이 됐던 네일 선수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하면서 KIA는 그야말로 풀 전력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를 수 있었고, 삼성은 시즌 막판부터 포스트시즌을 거치면서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떨어져 나가는 전형적인 한국 시리즈의 양상을 보였습니다.
 

초짜 감독 '이범호'가 만든 우승의 비결

이택근 해설위원 : KIA가 처음에 감독 선임을 하기 전에 분명히 우승권의 전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범호 감독이 선택되는 순간 'KIA는 우승하겠다'라는 확신을 했거든요. 'KIA 우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왜냐하면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감독을 할 거라는 모든 야구 전문가의 의견이 있었어요. 그만큼 리더십이 좋고, 성실하고요. 감독으로서 가지고 갈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은 선수였습니다. 중요한 거는 빨리 감독이 됐죠. 생각보다 많이 빨리 감독 자리에 올라갔어요.

그런데 지금 KIA 선수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는 "감독을 위해서 우승하고 싶다"라는 얘기를 합니다. 이건 팀 케미스트리적으로도 연관성이 있는 건데, 그만큼 선수들을 좀 편하게 대한다는 뜻의 '형님 리더십'이라고 부르잖아요.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젊은 선수들, 그리고 어린 선수들, 고참 선수들이 감독하고의 관계가 굉장히 좋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게 경기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 들고요.

과연 꼴찌팀에 가서 과연 그 형님 리더십이 통할까? 저는 안 통한다고 봐요. 꼴찌팀에 만약에 이범호 감독이 가게 되면 그 '형님 리더십'을 절대로 발휘를 안 할 겁니다. 다른 쪽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아주 영리한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택근 이성훈 교양이를 부탁해
그리고 제가 시즌 중에 그걸 봤거든요. 양현종 선수는 KIA를 대표하는 투수잖아요. 이 투수가 승리 투수 요건을 못 채우고 감독이 양현종 선수를 내리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어쨌든 형이라고 부르는 관계, 저는 그 관계를 알잖아요. 내려와서 양현종 선수가 엄청 화가 나서 어떻게 할지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이 가서 토닥여주고 파이팅을 불어넣어 주고 이런 것들이 사실 다른 감독들과의 관계였으면 감독이 가고 싶어도 일부러 못 가는 상황이 발생이 되거든요.

그건 관계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관계, 그들이 있었던 시간이 관계가 좋으니까 이범호 감독이 경기 중에 모든 선수가 다 보고, TV 중계가 돼 있는 상황에서 가서 양현종 선수한테 가서 토닥여주고 안아주고 한단 말이에요. 저는 그거 보고 사실 문화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그런 감독은 사실 없었거든요. 그만큼 그런 장면 하나만 봐서라도 KIA의 분위기가 얼마큼 선수와 코칭 스텝이 가까이 스킨십이 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죠. 그런 것들이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현종ㅣKIA 타이거즈
은퇴하시고 나서도 저희 후배들을 위해서 좋은 지도자로 앞으로 가는 길을 꽃길 가듯이 좋게, 제2의 인생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Q. 여러 가지 메시지가 되게 컸던 게, 프로야구에서 일단 최연소 감독이기도 하기도 하지만 초짜 감독이었잖아요.

이성훈 기자 : 사실 그때 KIA는 감독을 교체할 계획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돌발 사태로 감독을 할 수 없이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 서치할 수 있는 풀이 크지 않았죠.

빨리 감독을 선임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이범호 감독은 야구계, 그리고 KIA 구단 안에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언젠가는 감독 할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감독 면접 과정에서 이범호 감독이 준비해서 이야기했던 굉장히 디테일하고 현대적인 생각들이 합격점을 받았다고 알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듣기로는 모기업의 꽤 윗선까지도 의사결정에 개입했다고 알고 있고요.

초보 한국 야구 감독이 가장 많이 받는 스트레스가 뭘까를 생각해 보면, 한국은 야구팬들이 너무나 열정적이잖아요. 인기 팀일수록 모기업의 윗분들도 그런 분들이 많고요. 144경기를 하다 보면 팀은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면 팀이 못 나가는 순간 당연히 감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고, 심지어 1등 하고 있는데도 트럭 시위를 통해 "이범호 나가라" 이런 상황까지 갔다는 거죠. 그 상황에서 인기 팀일수록 조직 내부에서도 흔들리는 목소리, 그리고 위에서도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오게 마련입니다. 그게 감독들의 초심과 중심을 흔드는 경우들이 꽤 많거든요. 하지만 이범호 감독은 전혀 흔들리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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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왕조의 야구 원동력

Q. KIA가 명문 구단이 될 수 있었던 과정과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택근 이성훈 교양이를 부탁해
이성훈 기자 : 현대 야구에서 팀의 전력을 강하게 유지하는 데에 감독의 역할은 점점 축소되고 있어요. 좋은 선수를 만들고, 좋은 팀의 전력을 갖춰가는 과정은 감독이 만드는 게 아니라 팀 전체의 노력입니다. 프런트와 감독과 시스템이 구단이라는 조직을 만드는 거지, 감독 한 명이 기적적으로 어떤 선수를 지옥 훈련을 시켜서 갑자기 선수를 만드는 건 예전 만화에 나오던 야구고요. 지금의 야구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택근 해설위원 : 팀 케미에 대해서 말씀을 안 드릴 수 없거든요. 저는 선수 출신이었기 때문에 고참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김선빈, 나성범, 양현종 선수들이 KIA 타이거즈 광주를 연고로 한 선수들입니다. 물론 타 팀에 있다가 FA 영입이 돼서 왔던 선수들도 있어요.

저도 부산 사람인데, 롯데 야구를 보면서 야구를 했던 사람이고요. 만약에 이대호 선수가 롯데를 생각하는 애정이랑 타 지역 선수가 FA로 롯데에 와서 생각하는 롯데의 마음은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자기 연고, 광주 지역에서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랐던 KIA 타이거즈의 프라이드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분명 'KIA 타이거즈를 우리가 더 좋은 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열정으로 이어졌을 것 같습니다.

이성훈 기자 : 1982년에 프로야구가 시작했는데, 광주에서 비극이 있은 지 2년 뒤였단 말이죠. 1982년에 해태에서 뛴 선수 18명 중의 14명이 광주 호남 지역 출신이었어요. 때는 이제 다 지역 연고로 선수들을 배분했기 때문에 해태 타이거즈의 과거 레전드들 중에는 이제 광주 현장에 있었던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사람 죽는 걸 눈앞에서 본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고, 슬픔과 원한의 도시가 되는 광주에서 타이거즈는 유일한 기쁨과 희망의 원천이었습니다. 광주 시민들의 기대를 받는 동시에 비극을 눈앞에서 지켜본 선수들의 마음이 어떻겠나를 생각을 해보면 어떤 원동력이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가 야구계의 대표적인 대체적인 생각이에요.

실제로 엄청난 성적으로 기대에 보답하게 됩니다. 83년에 첫 우승을 하고 86년부터 4년 연속 우승했죠. 그래서 프로야구 첫 왕조를 구축하게 됐습니다. 당시 계속 군사정권 시절이었잖아요. 군사정권으로서는 이런 타이거즈가 양날의 검 같은 존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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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광주의 민심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면서, 위협적인 촉매제가 될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그래서 군사정권이 5월 18일 광주에서 홈경기를 못 하게 합니다. 1982년부터 1999년까지 광주에서는 5월 18일엔 프로야구를 한 적이 없어요.

왜냐하면 타이거즈의 경기가 끝나고 군사정권 비판하고, 야당을 응원하는 구호가 울려 퍼진다든지 하는 일이 되게 많았거든요. 그걸 막기 위해서 무려 출범 이후에 18시즌 동안 광주에서 5월 18일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데, 그러면 다른 곳에서 경기해야 하잖아요. 타지역에 가서 경기가 열린 11경기에서 9승 2패를 합니다.

그러니까 5월 18일에 선수들이 어떤 마음으로 임했겠는가, 그 시간 동안 야구를 어떤 마음으로 했겠느냐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죠. 이런 한국 프로야구의 첫 왕조를 보고 자란 호남 지역의 운동 영재들은 압도적으로 다른 종목 대비 야구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던 거예요. 명문 구단 타이거즈가 한국 야구의 첫 왕조를 이루고 가장 압도적인 왕조로 거듭난 첫 번째 과정입니다.

이택근 해설위원 : 우리는 선동열 전 감독의 볼을 쳐본 적이 없어요. TV로만 봤고, 이종범 선수가 야구하는 모습도 TV로만 봤죠. 그때 임팩트가 너무나 강한 나머지 지금까지도 남아 있거든요. 그래서 선수 시절 때 KIA 타이거즈와 경기를 하게 되면 해태의 검빨 유니폼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연상이 돼서 기운이 느껴져요. 그게 해태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의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분명 영향이 있을 겁니다. 제가 선수로서 피부로 느끼는 것들이니까요.

이성훈 기자 : 팀 컬러는 정말 다른 팀이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뭐든지 센 것 같습니다. 야구도 세고, 군기도 세고요. 그때 팀 문화는 꽤 오랫동안 그 뒤로 남아 있었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사상 첫 천만 관중 달성 한국 야구 전성시대

Q. 올해 최초로 정규 리그 관객 수가 1천만 명이 넘었는데 야구의 인기가 이렇게까지 폭발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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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근 해설위원 : 여러 요소가 있죠. 야구인으로서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젊은 여성 팬들의 유입이 가장 큰 이유 같아요. 예전에는 저희가 선수 생활할 때만 하더라도 남자들의 스포츠라고 불렸죠. 야구장에는 거의 남성분들만 계셨어요.

이성훈 기자 : 제가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선수들과 야구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1층에 여자 화장실이 없는 구장도 많았습니다.

이택근 해설위원 : 맞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젊은 여성분들이 많다는 거죠. 그래서 그 여성분들의 유입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고요. 티켓 판매량에 대한 기사도 읽었는데요. 남성보다 여성이 야구 관람 티켓을 사는 성비가 더 높다고 하더라고요.

이성훈 기자 : 제가 썼습니다.
 
이성훈 기자 (SBS 8뉴스)
전체 티켓 구매자 중 여성의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3.7%P 높아진 54.4%로 남성보다 10%P 가까이 높았습니다.
특히 20대 여성의 점유율은 23.4%에 달해 20대 남성과 30대 여성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관중석의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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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근 해설위원 : 또 하나는 우리나라 KBO만의 고유의 응원 분위기가 아주 제대로 한몫한 것 같습니다. KIA 타이거즈 삐끼삐끼 춤이 전 세계로 번지고, 우리나라 KBO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치어리더가 외국에 다른 리그로 스카우트가 돼서 스타가 되는 것들을 보면 정말 선수 생활할 때보다 많은 것들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요소들이 관중 유입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이성훈 기자 : 올해 프로야구의 인기가 정말 말도 안 되게 늘었다는 건 팩트입니다. 그런데 '이것 때문이다', '복수의 이유 때문이다'라고 아직 검증된 건 없죠. 하지만 지금 젊은 야구 스타들이 대중들에게 소비되는 이미지가 과거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과거의 야구 스타들이 '센 남자들'. 그러니까 약간 마초. '어디 가서 싸움 싸움하면 안 질 것 같은 사람들' 이런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20대 초반, 10대 후반의 젊은 야구 스타들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저 선수가 왜 좋아?"라고 물어봤을 때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귀엽다"더라고요. 귀여운 동생의 이미지 선수들도 그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왜 나를 좋아하고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사람들에게 이쁨을 받을지에 대한 파악을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최근에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소집된 한 고참 선수랑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대표팀이 회식을 했대요. 술을 많이 먹는 건 아니고, 맥주 한 잔 가볍게 하는 이런 분위기였는데, 후배 중에 술을 한 잔도 입에 안 대는 후배들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는 거예요. 과거 대표팀 야구단의 회식이라는 건 절대 그렇지 않았거든요.

이택근 이성훈 교양이를 부탁해
이택근 해설위원 : 우리 때는 그랬죠. '술을 안 먹는데 왜 회식해?' 이런 분위기였죠. 제가 운동했던 윗세대는 말씀하신 것처럼 마초 같은 느낌을 인정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였거든요. 그런데 분위기가 변했어요. 우리 때는 선배들은 그렇게 했는데, 우리가 그렇게 하면 욕을 먹는 세대였습니다. 그래서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었는데, 지금 선수들은 야구판의 분위기가 옆에 있는 스텝, 그리고 우리를 좋아해 주는 팬분들한테 잘해야 된다는 분위기로 완전히 색깔이 바뀌었죠.

이성훈 기자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버스를 타러 가다가 팬들한테 사인을 해주는 행동이 젊은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고참 선수들한테 되게 눈치 보이는 행동이었다는 거예요. "네가 뭐 잘났다고" 이런 거죠.

이택근 해설위원 : 맞아요.

이성훈 기자 : 팬들한테 서비스를 해주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수직적인 문화와 야구팀이라는 조직의 괴상한 특성이 어우러진 결과였던 것이죠.

이택근 해설위원 : 인식의 변화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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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 시즌 처음으로 ABS를 도입했는데 이 부분도 관중들에게 영향을 좀 줬을까요?

*ABS : Automated Ball-strike System의 약자로, 볼과 스트라이크를 자동으로 판정하는 시스템

이성훈 기자 : 한국의 야구 소비자들이 너무나 만족한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한국의 야구팬들은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플레이 하나하나에 울고 웃는, 감정에 투자 정도가 어디보다 센 팬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정 하나하나에 대한 민감도가 어디보다 높은 팬들인 게 확실한 것 같아요.

이택근 해설위원 :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얘기하면, 상당히 안 좋게 들으시는 야구인들도 있을 거예요. 저는 ABS 너무 좋아요. '공정하지 않은데 공평하다' 이런 얘기들이 나와요. 공정하지 못하다는 점은 저는 선수들의 적응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의 경험과 눈으로 봤던 스트라이크존이 아닌 이제는 로봇 심판이 보기 때문에, 기존에 있었던 스트라이크존하고는 바뀐 건 맞아요.

그게 공정하지 못하다고 하는데,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거든요. 아쉽단 말이에요. 나는 볼 같은데 심판이 스트라이크로 판정했어요. 그러면 그 판정이 끝날 때까지 생각나고, 심지어는 시즌이 끝나고 나서도 그때의 타석이 생각난단 말이에요. 그런 스트레스가 없어졌다는 거예요. 선수들한테는 너무 좋다고 생각합니다. 팬분들도 긍정적으로 바라보시는 분들이 많죠. 왜냐하면 실랑이가 없잖아요. 예전에는 팬분들이 들어오시면 심판이 누군지를 봤거든요. "누가 심판이면 오늘 졌다, 오늘 이겼다" 이렇게 얘기를 했단 말이에요. 그런 점들이 없어졌습니다.

물론 국내의 소비자들에게 너무나 만족스러운 결정이었는데, 국제 대회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드디어 한국 야구도 스타 플레이어 세대 교체 시작

이성훈 기자 : 2024년은 한 세대에 한 번 나오는 스타가, 전 2명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타자로는 김도영(KIA 타이거즈), 투수로는 김택연(두산 베어스)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도영 선수의 2024년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해고요. 찬양하는 방법은 너무 많은데, 그중에 하나만 소개하면 올해 김도영 선수가 기록한 승리 기여도, 스텝티즈라는 사이트에서 계산한 올해 WAR이 8.32입니다.

*WAR : Wins Above Replacement의 약자로 대체 선수보다 얼마만큼 승리에 기여했는지 나타내는 수치 (특정 종목만이 아닌 한 선수가 기록한 모든 종목의 성적 바탕)

김도영 선수가 올해 만 21세인데, 21세는 선수들이 한참 성장을 시작하는 나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21살에 리그의 정상급 스타가 된다는 건 너무너무 드문 일이에요. 역대 21살 타자 중에 WAR 8을 넘긴 타자는 프로야구 역사에서 김도영 선수 한 명밖에 없습니다.

이택근 이성훈 교양이를 부탁해
Q. 타자 중에 피크인 나이는 어느 정도로 봐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죠. 그러니까 김도영 선수는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21살 타자 시즌을 보낸 겁니다. 김택연 선수는 19살 신인 투수인데, 21살이 그 정도면 19살은 얼마나 더 힘들겠어요. 과거에는 90년대 때만 해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선수가 와서 프로야구계에서 정상급 스타가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프로야구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고졸 선수가 프로에서 제 몫을 하는 기량을 갖기까지의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19살 선수가 리그의 정상급 선수가 된다는 건 갈수록 드물어지고 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믿기 힘든 기량으로 리그를 압도했습니다. 투수의 구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는 삼진 비율이에요. 만난 모든 타자 중에 몇 퍼센트를 삼진으로 잡았나? 삼진은 이제 타자가 아예 칠 수 없는 공을 던진다는 얘기잖아요. 김택연 선수의 올 시즌 삼진 비율이 28.2%였습니다. 국내 투수 중에 조병현 선수에 이어서 2위예요.

이택근 이성훈 교양이를 부탁해
역대 19살 투수들 중 1등입니다. 과거에 위대한 19살이었던 류현진 투수보다 더 높아요. 지금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19살입니다. 그래서 이 두 선수는 한 세대에 한 번 나오는 선수들이고, 꾸준한 자기 관리와 건강을 지킨다면 위대한 선수들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택근 해설위원 : 예상외로 잘했던 선수가 삼성에 김영웅이라는 선수입니다. 그 누구도 저 선수가 30개에 가까운 홈런을 때려낼까를 예상하지 못했죠. 야구 전문가들은 과연 저 젊고 어린 선수가, 경험이 없는 선수가 1년 풀 타임 동안 주전에서 풀로 경기를 나갈 수 있게쓰냐는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훌륭히 시즌을 치렀고, 그 이상의 많은 홈런을 때려냈고, 저 선수는 이제 슈퍼스타가 될 겁니다.

얼마 전에 일본 대표팀 감독이 왔는데, 그 어떤 선수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김영웅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고 얘기를 할 만큼 저는 올 시즌에 김영웅 선수가 김도영 선수에 약간 가려진 슈퍼스타가 나타났다고 예상이 됩니다.

이택근 이성훈 교양이를 부탁해
이성훈 기자 : 사실 한국 프로야구가 2012년쯤부터 굉장히 급격한 '젊은 재능'의 부족에 시달렸어요. 20대 초반의 젊은 스타들이 나오지 않는 시간이 한 2012년부터 5년 정도의 기간이 있었습니다. 딱 5년 동안 갑자기 급격하게 떨어지는 곡선이 나옵니다. 그때 당시 25세 이하였던, 지금은 30대 초중반인 선수 중에 스타 선수가 다른 세대들에 비해서 드물어요. 특히 투수 쪽에서는 원래 이 세대는 야구계의 주력으로 책임지는 세대여야 하는데, 그 세대의 활약이 되게 이상하게 적은 거예요.

왜 이럴까에 대해서는 검증된 건 없고 여러 가지 가설이 있는데요. 하나가 '월드컵 세대론'이라는 게 있습니다. 2002년에 이제 한일 월드컵이 있었잖아요. 그전까지는 한국의 운동 영재들이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로 오다가, 2002년에 어린 시절을 보낸 친구들이 갑자기 축구로 쏠렸다는 가설이에요. 대표적인 세대가 지금 30대 초중반인 기성용, 이청용, 손흥민까지 있는 세대죠. 그 세대 때 스타 야구 플레이어 자리가 딱 비거든요.

반등이 되기 시작한 게 2017년 드래프트부터예요. '그럼 그때는 왜 갑자기 또 좋은 선수들이 나타났지?' 생각해 보면, 또 세대론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소위 '베이징 세대'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지금 젊은 스타들, 이정후부터 김택연까지의 세대를 그렇게 부르는 거죠.

이택근 해설위원 : 지금 야구가 인기가 너무 좋은 것은 우리 대표팀, 저 포함해서 책임이 그때 너무 좋았다는 거죠.

이성훈 기자 : 요즘 젊은이들이 본인 세대보다 야구를 잘한다? 못한다?

이택근 해설위원 : 완전 잘하죠. 너무 잘하죠. 깜짝깜짝 놀라요. 멘탈적인 부분, 기술, 힘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저는 우리 때 아니, 우리 윗세대보다도 지금 선수들이 훨씬 더 강력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에는 접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아졌다는 거예요. 사교육 프로그램도 너무 좋아졌고요. 

예를 들어서 오타니 선수가 오늘 홈런을 쳤어요. 그 선수의 인터뷰, 어떤 운동을 했느냐, 어떤 마인드로 타석에서 홈런을 쳤느냐까지 다 나와버리니까 이만큼 좋은 교본들이 어디 있어요? 우리 때는 그런 것들은 접할 수가 없었거든요. 우리 윗세대들은 더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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