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세라티 정밀 감정하는 국과수
"보름 남은 아빠 생일에 1년이나 뒤늦은 환갑잔치 겸 축하 파티를 하자던 효녀였는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부모 남겨두고 세상을 먼저 떠났는지…."
광주 '마세라티 음주운전 뺑소니 사망사고' 피해자인 20대 여성의 아버지 강 모(62) 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광주 북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한 지 사흘 지난 29일 강 씨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이 묻어났습니다.
새어 나오는 울음을 멈추기 위해 헛기침을 토해내기도 여러 번,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부모한테 손 안 벌리려고 고생만 하던 딸이었다"고 먼저 간 자식을 떠올렸습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고인은 지역 한 물류센터에서 배송 전 물품을 포장하는 일을 2년 전부터 해왔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스무살을 갓 넘긴 수년 전부터 계획한 홀로서기를 위해 일터로 향한 생활력 강한 딸이었습니다.
자기 벌이가 넉넉하지 않으면서도 매달 부모에게 30만 원씩 용돈을 드렸고, 그런 고인의 결혼 자금을 위해 강 씨는 딸이 보내 준 돈을 모아뒀습니다.
강 씨는 "꼬깃꼬깃한 현금이 들어있는 돈 봉투만 보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던 딸 생각이 밀려온다"며 "핏덩이 같은 딸의 돈을 어찌 부모가 함부로 쓸 수 있느냐"고 오열했습니다.
사고가 난 지난 24일 새벽에도 고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포장 업무를 충실하게 마쳤습니다.
업무시간이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인 탓에 밤낮이 바뀌는 생활을 하긴 했어도 본인이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해내는 야무진 젊은이였습니다.
최근에는 평소 꿈꿨던 네일아트 관련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고된 몸을 이끌고 카페에서 공부하며 준비해왔습니다.
업무와 공부, 178cm의 여자로서는 큰 키 탓인지 최근 허리 통증이 심해져, 연차를 사용해 사고 당일 오후 병원 진료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이젠 모두 다 허사가 됐습니다.
발인 때 미처 정리하지 못한 고인의 사진 등 유품을 불에 태웠다는 강 씨는 "작년에 저의 환갑잔치를 못 했는데, 올해 제 생일 때 파티하자는 딸이 그립기만 하다"고 울먹였습니다.
이어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도 모자라 도주까지 한 운전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음주운전 사망사고 피해자는 우리 딸이 마지막이길 소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탑승해 퇴근하던 고인은 음주운전 마세라티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가해 운전자는 사고 직후 서울 등지로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 28일 구속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