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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 휩쓴 극장가에 독립영화 수작 두 편 "그녀에게", "장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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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셋째 주 금요일, 박스오피스 순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1위부터 5위까지 보시겠습니다.

“베테랑2”가 개봉 직후부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상영점유율은 여전히 65% 수준입니다. 2위는 지난 번에 추천해드렸던 “룩백”입니다. 17만 관객을 기록하면서 흥행하고 있습니다. 개봉 10년을 맞아 재개봉한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 3위이고, “에이리언:로물루스”는 200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6위부터 10위 보여주시죠. 

“사랑의 하츄핑”이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12년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5위부터 10위까지의 영화 중에 첫 개봉한 실사 극영화가 없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오늘의 박스오피스는 여기까지입니다.

Q. 자, 압도적인 박스오피스 1위는 역시 “베테랑2”네요.
그렇습니다. 이렇다할 경쟁작이 없기도 했는데, 추석연휴 직전인 금요일에 개봉을 해서 사흘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연휴가 끝나는 수요일까지 4백 4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습니다. 개봉 일주일도 안돼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겁니다. 

Q. “베테랑2”는 9년 전에 개봉했던 1편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영화가 나왔다구요?
네, 1편은 1,34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서 역대 한국 영화 흥행 5위에 올라있는 시쳇말로 ‘역대급’ 히트작입니다. 같은 범죄액션·형사물인 “범죄도시” 시리즈 4편 중에서도 역대 10위 안에는 든 영화는 없으니까 “베테랑”이 얼마나 대단한 흥행을 기록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 제가 1편을 다시 한번 봤거든요, 다시 봐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흡인력이 대단하고 대사, 또 특히 편집이 컷 바이 컷으로 분석하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중 영화로서 뛰어나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2편은 1편과 달리 좀 어두운 분위기라고 해야할까요, 코믹한 요소는 좀 줄고 좀 더 하드한 액션이 펼쳐집니다. “황해”나 “범죄도시”같은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다소 자극적인 묘사도 좀 보이구요. 

1편이 당시 세간에 화제가 됐던 재벌가 사건들을 빗대서 망나니 재벌 3세 때려잡는 형사 이야기였다면 “베테랑2”는 ‘사적 제재’와 사이버 렉카, 돈벌이를 위해서 물불 안 가리는 유튜버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Q. 요즘 ‘사적 제재’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참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SBS에서 방송한 “모범 택시”를 비롯해서 “비질란테”, “더 글로리” 등이 ‘사적 복수’를 소재로 하고 있죠?
네, 이밖에도 “살인자ㅇ난감”이나 “노 웨이 아웃:더 룰렛” 등 ‘사적 제재’를 둘러 싼 정의의 문제를 다루는 시리즈 등이 최근에 계속 스트리밍이 되고 있습니다. ‘비질란테’, 즉 자경단 또는 ‘사적 복수’는 언제 관심의 대상이 될까요? 

사회 정의가 잘 구현되고 있다면 사람들이 이런 주제에 큰 관심을 갖지 않겠죠. 결국 형사사법체계가 시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을 때 싹 트는 게 사적 제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죄 지은 사람이 죄값을 치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죄값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이런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하거나 이 이슈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2”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

�� 류승완 감독
베테랑 1편과 비슷한 어떤 사회 현상들이 벌어질 때, 베테랑의 어떤 장면들을 소환해내서 그것을 소비하고 하는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굉장히 불편했었어요. 과연 이게 맞는가?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아, 어차피 베테랑이라는 영화가 대결 구도의 영화라면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정의와 정의 혹은 정의와 신념이 대결하는 구도를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었고. 

Q. 이번 영화에도 역시 황정민 씨가 열혈 형사 서도철 역으로 나오고 1편에 나왔던 유아인 씨는 빠지고 정해인 씨가 합류를 했는데, 반응은 어떻습니까?
황정민 배우가 좀 다작을 하는 배우인데, 황정민 배우가 나오는 영화마다 ‘황정민이 황정민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역시 항상 평균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죠. 최근에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 역할로 또 한번 화제가 됐기도 했구요, 이번 영화는 더군다나 프랜차이즈 영화이기 때문에 황정민 배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영화에서 역시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에서 자기는 빠질 수 있어도 황정민은 빠질 수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해인 배우는 사실 지금까지 “베테랑” 같은 범죄액션물과는 다른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였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베테랑2”가 이미 400만 관객을 돌파할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봤기 때문에 스포일러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덜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빌런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정해인 씨로부터 직접 들어보시죠.

�� 정해인 배우
영화를 보시자마자 해소가 되실 수도 있고요. 뭐 일단은 극장에서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제가 지금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은데 스포가 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가지고 빌런일 수도 있고요, 아닐 수도 있고요.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이제 모니터 베테랑2를 촬영하면서 모니터를 감독님과 함께하면서 저한테 저런 표정이 있었나 이런 순간들이 많았고 제가 봐도 좀 낯설었어요. 그래서 아마 영화를 보시는 관객분들께서는 그간 제 이미지랑은 너무 다른 느낌을 전달받으실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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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음은 어떤 영화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최근 개봉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독립 영화 두 편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 특히 엄마의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그린 “그녀에게”라는 영화입니다.  

원작이 있습니다. 지난 2018년에 출간됐던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이라는 책인데요, 발달장애아의 엄마로서 10년을  보내던 류승연씨의 에세이입니다. 류승연씨는 일 욕심이 많고 단호한 성격의 정치부 기자였는데요, 이런 여성이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면서 달라져가는 모습을 독립영화와 대중영화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김재화 배우가 맡아 열연합니다.
 
김재화 배우는 앞서 소개해드린 “베테랑2” 도입부에서도 주부도박단으로 나오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밀수”에도 나오면서 오락영화에서 가벼운 역할도 곧잘 소화를 했는데요, 이번에는 진지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김재화 배우는 야심 찬 정치부 기자였던 여성이 장애인 아들을 키우면서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치고, 자신의 전부와도 같았던 일과 멀어지고, 남편과도 갈등을 겪으면서도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모습을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로 소화해냅니다.

이 영화는 장애를 어두운 분위기로 그리지 않고 비교적 담담하게 다룹니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처지에서 어떻게 장애를 생각하게 되는지를 현실감있게, 그리고 설득력있게 보여줍니다. 장애아 엄마의 일상이 쌓인 삶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장애인 가족이 우리 사회에서 맞부딪히는 현실을 알게 됩니다.  역지사지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영화입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초청작입니다.   

Q. 다음 독립영화는 제목이 “장손”이네요. 포스터가 눈길이 가네요. 
네, 한번 보실까요? 대가족이 모여있고 산과 학이 그려져 있는 가운데 붓글씨로 큼직하게 한글과 한자로 ‘장손’이라고 쓰여있습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KBS독립영화상과 CGK촬영상 등 3관왕에 올랐고 벤쿠버국제영화제와 멜버른국제영화제 등 해외영화제에도 초청이 됐던 영화입니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삼대가 모이는 어느 더운 여름날, 제삿날이라 할머니 엄마 딸 이렇게 삼대가 모여 마루에 앉아 전을 부치고 있습니다. 임신까지 한 손녀딸이 너무 덥다면서 에어컨 좀 틀자고 하는데 할머니는 선풍기로 충분하다며 요지부동입니다. 그런데 이집 장손인 손자가 서울에서 도착하자 할머니는 외칩니다. “어여 에어컨 틀어라~ “
전통을 고수하는 할아버지 세대와 그들의 기대를 짐처럼 짊어졌던 아버지 세대, 윗세대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길을 가지만 가문을 이어가야하는 젊은 장손, 이 삼대의 삶과 갈등,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살아가야 하는 집안 여성들의 모습, 그리고 할머니의 갑작스런 죽음과 함께 찾아온 가족 간 돈에 얽힌 갈등 등을 영화는 유머를 섞어 묵직하게 풀어나갑니다.

손숙,차미경,오만석,안민영 등 중견 배우들과 장손 역할을 맡은 강승호 배우의 연기가 돋보이고요, 요즘은 보기 힘든 마을 어귀로 상여가 지나가는 장면 등 시골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낸 시퀀스 등은 큰 규모의 영화 못지 않은 비주얼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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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 영화 세 편을 소개해주셨는데, 볼만한 외국 영화는 어떤 작품들이 있습니까.
짧게 두 편 소개해드립니다. 먼저 “새벽의 모든”이라는 일본 영화입니다. 일본의 주목받는 차세대 감독 미야케 쇼의 신작인데요, 베를린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된 작품입니다.
월경전증후군을 앓는 여자와 공황장애로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는 남자가 직장에서 만나 서로의 일상에 조금씩 스며들어 변화해가는 두 사람의 삶을 잔잔하게 그렸습니다.
미야케 쇼 감독 특유의 16mm 필름과 자연광을 이용한 촬으로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다음은 “사랑의 탐구”라는 캐나다 영화입니다. 원제는 “사랑의 본질”인데요, 어느 쪽이든 굉장히 학구적인 제목이죠. 
주인공인 철학 강사인 소피아입니다. 한 지적인 남자와 10년 넘게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별장을 수리하기 위해 업자를 만나는데, 이 남자는 무식하지만 마초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소피아는 걷잡을 수 없이 이 남자에게 빠져듭니다. 그런데 이 남자도 알아갈수록 실망스러운 점이 발견됩니다. 몸이 반응하는 남자와 지성이 반응하는 남자, 여자의 선택은 누구일지 궁금해집니다. 카메라 워킹과 타이틀과 크레딧 그래픽 디자인이 인상깊은데요,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부문에 초청됐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입니다.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 이주형의 씨네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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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SBS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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