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출기 폭발로 인해 사망한 헤즈볼라 대원들의 장례식
무선호출기와 무전기의 잇따른 대규모 동시 다발 폭발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레바논에서 전자기기 테러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서 일상이 마비됐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주민들이 이제는 휴대전화와 노트북도 폭발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이틀 동안 레바논 전역에서 일어난 이 폭발로 37명이 숨지고 3천 명 이상 다쳤습니다.
전자제품 매장에서 호출기 수요는 거의 사라졌고 휴대폰도 찾는 이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전자기기를 몸에 지니는 게 폭탄을 가진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걱정이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폭발 사건으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부상자들의 피해 정도가 커 현지 의료진도 치료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레바논 외과의사 엘리아스 자라데는 "로봇처럼" 대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자라데는 자신이 돌본 환자는 대부분 젊은 남성으로, "심하게 다쳤다"며 많은 사람이 양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들은 호출기에서 경고음이 나자 이를 꺼내보는 순간에 폭발이 일어나 얼굴이나 눈, 손을 주로 다쳤습니다.
자라데는 치료 환자들에 대해 "대부분 민간인"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폭발 사건으로 헤즈볼라 전투원들도 죽었지만 어린이도 2명 숨졌습니다.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장관은 BBC 방송에 자라데 같은 외과 의사들이 거의 24시간 동안 계속 부상자들을 치료했다며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시력을 잃거나 손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공격은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안과 전문의 엘리아스 와락은 하룻밤 사이에 손상된 눈 적출 수술을 의사 생활을 통틀어 해 온 것보다 더 많이 했다고 밝혔습니다.
와락은 "환자들 대부분은 20대의 젊은 남성이었으며 두 눈을 모두 적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내 평생 어제와 비슷한 현장을 본 적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