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비가 내릴 때 나는 특유의 흙내음이 있습니다. 이거 좋아하시는 분들 꽤 있습니다. 이 냄새를 향수로 만들려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장세만 환경전문기자입니다.
<기자>
햇살 한 점 없이 먹구름만 잔뜩 낀 하늘.
천둥 번개가 내려칩니다.
이윽고 빗방울이 쏟아집니다.
이렇게 빗방울이 툭툭 떨어지기 시작하면, 들판에서는 어김없이 흙내음이 올라옵니다.
이런 비 냄새의 정체는 토양 속 미생물이 내뿜는 휘발성 유기물질입니다.
미생물이 자기 방어를 위해 분비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수 카메라 영상을 보면, 빗방울이 떨어질 때 토양의 미세한 입자와 결합해 에어로졸화 되면서 공중으로 튀어 오르는 게 나타납니다.
[안치용/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 (빗방울) 입자가 토양을 때릴 때 말라 있었던 흙 입자들이 날릴 것이고, 물 입자 같은 경우 에어로졸 같은 식으로 되면 공기 중으로 비산이 잘 되겠죠.]
인체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최근 여러 연구가 이뤄졌습니다.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고, 스트레스 감소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주의 집중과 감각 처리와 관련한, 뇌 영역을 활성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흙냄새 유발 미생물을 활용한 향수가 출시되기도 했는데, 국내에서도 이런 '흙내음 향수'가 개발됩니다.
환경부 산하기관이 목포 앞바다 섬에서 흙냄새 원인 미생물을 추출한 뒤 대량으로 키워내는 기술을 확보해 특허를 신청한 것입니다.
[이나경/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박사 : (향수 제품화를 위해서는) 원료가 되는 물질을 많이 생산하는 조건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데요. 이 냄새 물질을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석유화학원료는 인체독성이나 환경오염 같은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천연 미생물을 비롯한 대체 바이오 물질을 찾는 시도는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박춘배, VJ : 신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