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국가단체 활동을 찬양·고무하기 위한 글을 작성했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에 불법 구금돼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뒤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던 남성이 42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대구지법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던 A(66·사망) 씨 재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 씨는 1981년 5월 경북 경산에 있는 친구 B 씨 집에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정부 탄압으로 실패했다고 비판하며 향후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봉기를 일으키는 데 사용할 목적 등으로 노트에 정권 비판 등의 내용을 담은 '반파쇼 찬가'를 작성·보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982년 1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인 법정 진술과 피고인에 대한 경찰·검찰 신문조서 등을 근거로 검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이후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했으나 1982년 5월 2심 재판부는 모두 기각했고, A 씨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1심 형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A 씨 유족은 작년 6월 반파쇼 찬가는 단순한 낙서에 불과하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등에 따라 당시 수사관들이 피고인을 불법으로 잡아 가둔 뒤 진술을 강요하고 고문 등과 같은 가혹행위를 저지른 사실 또한 증명됐다는 이유로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재심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결과 등에 따라 A 씨가 구속영장이 발부·집행되기 전 경찰서에 불법 구금된 사실과 수사관들이 범죄사실 시인을 강요하며 고문 등 행위를 한 점이 인정된다며 원심이 유죄증거로 삼은 수사기관 신문조서와 피고인 자술서·진술서 등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공소사실 인정 여부와 관련해 재판부는 증인 B 씨 진술조서 등 나머지 증거에 따르면 A 씨가 반파쇼 찬가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러한 행위가 국가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