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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의 경제 공약, 완벽하지는 않지만 트럼프보다는 낫다"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Harris's Economic Plan Isn't Perfect, but It's Better Than Trump's, by Peter Coy

0823 뉴욕타임스 번역
 
* 피터 코이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앵무새에게 "수요"와 "공급" 두 단어만 말하도록 잘 훈련하면 훌륭한 경제학자가 된다는 오래된 농담이 있다. 지난 금요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랄리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발표한 경제 공약을 보면서 내 어깨 위에 앵무새 경제학자가 한 마리 앉아 있다고 상상해 봤다.

해리스는 고물가 시대 비싼 생활비에 고통받는 평범한 미국인들을 돕기 위한 정책을 내놓았다. 나는 (상상의) 앵무새 경제학자에게 물었다. 해리스의 정책이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을 늘려서 가격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을까?

생애 처음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이 살 집을 짓는 건설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공약에 앵무새는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앵무새 경제학자는 지방 정부가 집을 더 많이 짓게 각자 상황에 맞춰 필요한 대책을 세우고 이를 집행하는 데 쓰도록 연방 정부가 지원할 400억 달러 규모의 혁신 기금도 좋아했다.

미국에선 오랫동안 집을 너무 안 지었다.  그 결과 더 많은 주택이 절실히 필요하다. 질로우의 선임 경제학자  오르페 디봉기는 지난 6월에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상황은 아주 간단하다. 미국에는 집이 너무 부족하다. 수많은 가계에 집을 사고 주택을 소유하는 게 '그림의 떡'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집을 갑자기 많이 지으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건축 자재나 일손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할 부작용이다.)

반면 집을 계약할 때 내는 착수금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겠다는 해리스의 공약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지원하던 금액보다 돈을 더 주겠다고 약속했다. 집을 처음 사는 사람에게 최대 2만 5천 달러까지 착수금을 지원해 집값 부담을 낮추고 더 많은 사람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거다. 그러나 이 정책은 주택 공급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수요만 늘린다. 집을 파는 사람은 늘어난 수요를 보고 집값을 올릴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첫 주택 구매를 지원하겠다는 의도와 달리 공적 자금의 상당 부분은 비싸게 집을 판 사람들의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해리스가 랄리에서 연설하며 배포한 경제 공약 자료집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아직 재선 도전을 포기하기 전)  발표한 월세 인상률 상한 제도에 관한 언급이 빠졌다는 점이다. 월세를 얼마나 올릴 수 있는지 한도를 두는 것도 단기적으로 임차인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지만, 착수금 지원책과 마찬가지로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월세 인상률을 제한하면 건설업자의 잠재적인 수익률이 낮아져 주택 공급을 억제할 수도 있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했던 월세 인상률 제한 계획에는 신규 주택이나 리모델링 주택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있었다. 그래도 해리스가 이 시점에서 월세 인상률을 제한하는 계획과 거리를 둔 점은 다행이다.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하는 것을 바이든 행정부는 강력히 단속한다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해리스는 이런 정책을 별로 강조하지 않는다. 이 또한 수요가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공급을 늘리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으므로, 해리스가 잘한 거다. 사실 정부는 이미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 폭리를 취하는 행위를 단속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는 비상사태에서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리며 생필품 공급을 늦추는 기업을 단속할 권한이 있다.

가격이 올라 기업의 단기 이윤이 늘어나더라도 그것이 수요와 공급의 일시적인 불균형 때문에 발생한 거라면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연방준비제도 샌프란시스코 은행의 경제학자들은 얼마 전 "(기업의) 이윤이 계속 들쭉날쭉했던 것은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은 주요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가격이 높으면 이윤을 취하려는 공급자가 늘어나고, 공급이 늘어나면 자연히 가격은 다시 내린다. 내 어깨 위의 앵무새 경제학자가 늘 말하듯 "높은 가격은 높은 가격으로 알아서 치유된다."

기업이 원가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이를 유지할 수 있다면 보통 경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를 비롯한 반독점 규제 당국이 바로 이를 감독하고 규제하기 위해 존재한다. 정부는 시장의 독점이나 불공정 경쟁 관행을 타파해 경쟁을 복원한다. 바이든 행정부 아래서 반독점 규제 당국은 활발하게 활동했고, 많은 성과를 냈다. 해리스도 이를 이어가겠다고 천명했다. 나도 반독점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법을 어기거나 피해 가며 가격을 높여 폭리를 취하는 기업은 예외 없이 철저히 단속해야 하지만, 모든 가격 인상을 잠재적인 범죄로 몰아가면서 시장에 개입해선 안 된다.

약값은 조금 다르다. 해리스와 바이든이 너무 비싼 약값을 낮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데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바이든 행정부는 (65세 이상 미국인이면 자동으로 가입되는 연방 의료보험) 메디케어(Medicare)가 보장하는 처방약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약 10개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제약회사와  협상을 벌였다.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 자체는 앵무새 경제학자가 꺼릴 만하다. 처방약의 이윤이 줄어들면 제약회사는 연구·개발에 투자할 동기를 찾지 못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공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약회사와 약품을 연구, 개발하는 회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는 정확히  그렇게 주장한다. 그러나 약값이 다르다고 한 이유는 제약회사가 처방약을 팔아 거두는 이윤이 워낙 어마어마해서 약값이 내리더라도 여전히 회사들의 이윤은 높을 것이고, 혁신에 필요한 연구와 개발을 멈추지 않을  유인은 충분하다.

세제에 관한 공약을 살펴보자. 해리스와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시행했던 아동 세금 공제 혜택을 되살리고, 자녀가 태어난 첫해에 가계 지원을 늘리며, 자녀가 없는 가계에도 근로소득 공제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서민 가계의 재정적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금요일에 해리스가 발표한 여러 공약 가운데 이 부분이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정책들이다.  책임 있는 연방 예산위원회에 따르면 해리스의 공약 가운데 아동 세금 공제 혜택만 해도 향후 10년간 1조 2천억 달러가 든다. 해리스는 2017년에 트럼프가 단행한 감세 정책이 만료되면 이를 연장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연방 정부의 부채를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정확히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아직 설명하지 않았다.

세제 혜택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공급을 늘리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급여 노동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면 자연히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져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지고 물가가 오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각종 세제 혜택이나 세금 감면을 반대할 이유도 마땅히 없다. 정부가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만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인플레이션의 폐해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건 좋은 정치이고, 정책이 공급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만 않는다면 경제적으로도 괜찮은 정책일 수 있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도 좋은 정부가 추진해야 할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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