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주산지인 제주시 구좌읍의 한 당근밭.
농사가 한창이어야 할 땅은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졌습니다.
일부 새싹들이 힘겹게 올라왔지만 그마저도 비쩍 말라 쓰러졌습니다.
지난달 중순부터 파종이 시작됐지만, 정상적인 밭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지난달 파종이 끝난 당근밭입니다.
지금쯤이면 새싹이 충분히 돋아나야 할 시기지만, 연이은 폭염에 땅은 갈라지고 씨앗은 땅속에서 그대로 말라버렸습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폭염에 토양 온도가 40~50도까지 올라, 씨앗이 발아하지 못하는 겁니다.
게다가 파종 이후 3주 동안 비도 거의 내리지 않았습니다.
5mm 이상의 비가 내린 건 달랑 이틀에 불과합니다.
밭에 댈 물은 진작에 떨어졌습니다.
[이영철/(사)제주당근연합회 사무국장 : 물을 주려고 하니까 물이 안 나와요. 물을 주려고 설치를 해놔도 물이 없으니까, 물이 안 나오니까.]
농협과 제주시에서 부랴부랴 물탱크마다 비상 급수를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모자랍니다.
[윤민/구좌농협 조합장 : 우리 지역의 가뭄을 해소 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그것도 한계가 있다. 비가 와 줘야 하는데 못 오는 부분이 있어서 우리 농민들이 울상인데.]
이런 상황에서 밭을 갈아엎고 다시 파종을 하는 건 사실상 의미가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올해부터 재해 보험 가입 문턱도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발아가 50% 이상 확인돼야만 가입할 수 있어, 아예 발아하지 못한 농가는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입니다.
농가에선 아예 당근 농사를 포기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박순자/당근 농가 : 상황이 엄청 안 좋아요. 지금도 이렇게 가뭄이니까 지금 파종시기인데 (땅을) 못 가는 밭도 많아요. 우리도 지금 밭 3개 못 갈았어요. 만약에 비가 안 올 경우 (농사를) 포기한다는 거지(요).]
현재까지 폭염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당근 농가는 전체의 70%에 달하는 900곳 정도.
전국 당근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최대 주산지인 제주가 폭염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월동채소 전반으로 파장이 커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취재 : JIBS 이효형, 영상취재 : 윤인수 JIBS,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