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목요일 친정한 경제의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6년 9개월 만에 가장 커졌다고요?
<기자>
지난 6월에 외국과의 거래를 통해서 우리나라가 챙긴 돈의 규모가 2017년 이후로 가장 큰 122억 6천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한국은행이 밝혔습니다.
수출을 통해서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과 수입해 오느라 밖으로 나간 돈을 함께 놓고 계산해 보니 한국에 16조 9천억 원의 돈이 남더라는 겁니다.
2017년 9월과 딱 8년 전인 2016년 6월 다음으로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의 흑자를 봤습니다.
<앵커>
일단 수출이 잘되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걱정되는 면도 있다고요.
<기자>
일단 반도체는 한 달에 무려 136억 2천만 달러나 벌어들였습니다.
1년 전보다 50% 넘게 늘어서 월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 대호황기로 꼽히는 2017, 2018년처럼 잘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상황은 말하자면 가족 구성원 중에서 몇 명은 그 어느 때보다 잘 나가고 있는데 다른 가족들은 여전히 소득이 신통치 않다, 이런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수출을 둘러싼 상황이 지금 여러 가지로 녹록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반도체나 자동차, 미국이 우리의 대중 수출입을 강하게 규제하고 될 수 있으면 미국에 와서 많이 만들어라, 관련 일자리도 미국에서 만들어라, 이런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상황, 이건 친절한 경제에서도 짚어본 적이 있는데요.
6월에 특히 부진했던 수출 품목들 보면 반도체만큼은 아니어도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 품목으로 꼽히는 철강제품이나 화공품 수출이 지난해보다 보시는 것처럼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이런 품목들은 미국이 아니라 신흥국들의 견제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품목들입니다.
지금 미국을 위시해서 전 세계가 무역 장벽을 좀 더 두텁게 세우고 자국 제조업을 육성하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수출 기반의 우리 경제로서는 참 부담스러운 상황이죠.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다시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 신흥국들은 신흥국대로 이제 우리도 한국 같은 제조강국이 돼보자, 그러면서 한국산 수입 규제를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이 늘리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보다 한국산 수입 규제가 6건이 늘어나면서 이제 모두 26개 나라로부터 관세를 비롯한 214건의 수입 규제를, 그러니까 우리들 입장에서는 수출 규제를 받고 있다는 게 코트라의 집계입니다.
<앵커>
이런 과정 속에 수입량이 줄어든 것도 흑자가 늘어나는데 한몫을 한 거겠죠.
<기자>
내수가 부진하다 보니 수입해 오는 게 줄어들어서, 외국에 내주는 돈이 적어진 것도 있습니다.
6월 수입은 473억 5천만 달러에 그쳐서 1년 전보다 5.7%가 줄었는데요.
대표적으로 매년 늘어나는 것만 같았던 수입차 1년 전에 비해서 마이너스 44%입니다. 무려 반토막이 났습니다.
지난해 6월이 좀 예외적이기는 했습니다.
이제 개별소비세 인하 막차다, 7월부터는 세금이 늘어난다, 이러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때 차를 산 사람이 워낙 많기는 합니다.
액수 기준으로 역대 수입차가 가장 잘 팔린 달이었습니다.
그래도 반토막은 심상치 않죠.
연간으로 보면 2023년,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2년 연속해서 수입차 판매가 적잖은 폭으로 줄어들 걸로 전망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여윳돈이 부족한 분위기고, 할부로 사려고 해도 금리가 높습니다.
그런데 수입차 같은 소비재는 그렇다 치고 당장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 같은 부분도 좀 줄어든 면이 보입니다.
이를테면, 반도체 호황기라고 앞서 말씀드렸지만 반도체 제조 장비 같은 설비 투자 품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나 수입액이 줄었습니다.
하반기에 국내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재개될 걸로 전망되기는 하지만, 일단 지난해보다는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 모습이 눈에 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우리 경제 회복세가 하반기로 갈수록 점점 더 둔화될 거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특히 미국의 경기도 이제 꺾이고, 중동 불안도 쉽게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외부 불확실성에 대비책들을 우리가 잘 세워놔야 할 분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