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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탓 루나 못 팔아 1억 5천 손해" 투자자, 손배소 승소

"거래소 탓 루나 못 팔아 1억 5천 손해" 투자자, 손배소 승소
▲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2022년 루나 코인 폭락 사태 직전 거래소 내부 사정으로 코인을 제때 처분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운영사를 상대로 1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가 1심에서 승소했습니다.

법원은 투자자가 여러 차례 출금 요청을 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거래소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0단독 박재민 판사는 개인투자자 A 씨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두나무는 A 씨에게 1억 4천700여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의 지갑에 이 사건 암호화폐를 복구해 출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채무를 부담했지만 이행을 지체했다"며 "민법상 채무자는 이행지체 중에 생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루나·테라 폭락 사태와 관련해 거래소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로 알려졌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루나 코인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3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베트남에 거주하던 A 씨는 업비트 전자지갑에 보유하고 있던 루나 코인 1천310개를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본인 명의 전자지갑으로 보냈습니다.

바이낸스에서 매각해 그 대금을 베트남 화폐로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통상 암호화폐를 송금하려면 1차 주소와 2차 주소를 모두 입력해야 하는데, A 씨는 2차 주소를 입력하지 않는 실수를 했습니다.

이에 따라 바이낸스는 A 씨의 코인을 이튿날 반환했는데, 이 코인은 A 씨가 아닌 업비트의 전자지갑으로 오입금됐습니다.

A 씨는 업비트에 이 같은 오입금을 복구해 달라고 요청했고, 업비트는 이를 확인하고는 마침 요청 당일부터 시행된 자금세탁 방지 규칙 준수를 위한 절차를 마련한 뒤 복구해 주겠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A 씨는 같은 해 5월 9일까지 최소 10차례 복구를 요청했지만, 업비트는 '절차를 마련해 복구해 주겠다'는 답변만 반복했습니다.

그해 5월 10일 테라·루나 폭락사태가 터졌고, 송금 시도 시점에 1억 4천700여만 원이었던 A 씨의 루나 코인 가치는 상장폐지 직전인 5월 18일 무려 99.999642%가 하락한 560원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사실상 '0원'이 된 셈입니다.

이에 반발해 A 씨가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재판부는 두나무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두나무는 반환에 관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인식했고, 복구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았으며 이를 위한 비용과 노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폭락으로 채무가 이행불능이 된 것으로, 이는 채무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A 씨는 4월 24일 모친의 병원비가 필요하다며 루나 코인을 처분할 예정임을 알렸던 점을 보면 이행지체를 하지 않았더라도 손해가 필연적으로 발생했으리라는 두나무의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전에도 2차 주소 오류로 암호화폐가 반환되는 오입금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피고는 복구를 위해 미리 직원을 배치하거나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지만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잘못된 주소를 입력해 생긴 오출금 사고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약관에 따라 귀책사유가 없다는 두나무의 주장에도 "그처럼 해석한다면 약관법상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라며 배척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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