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씨네멘터리’ 이번 주 첫머리에 소개해주실 영화는 뭔가요?
먼저 질문 하나 드리면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한국 영화산업 역사상 가장 호황을 누렸던 해가 몇 년도였는지 혹시 아십니까? 한국 영화산업 역사상 최고의 한 해라면 “기생충”이 개봉했던 2019년을 꼽습니다. 관객 수 2억2천 만여 명으로 역대 최고였고요, 매출액 역시 1조 9천억원으로 사상 최고였습니다. 이해에는 관객 수 천만을 넘지 못하면 박스 오피스 5위 안에 들지 못할 정도였는데요, 5위가 바로 “기생충”이었고요, 94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해 6위에 올랐던 영화가 바로 조정석 주연의 코믹 재난영화 “엑시트”입니다.
“엑시트”가 개봉했던 게 2019년 7월31일이었는데요, 정확히 5년 만인 다음 주 수요일에 조정석의 신작 “파일럿”이 개봉합니다. “엑시트”이후 조정석 배우의 첫 번째 영화입니다.
Q. 조정석 배우라면 수지 씨를 국민 첫사랑으로 만들어준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 역으로 정말 씬스틸러였던 배우잖아요?
맞습니다. 당시 신인 영화 배우 조정석 이름 석자를 장안에 널리 알렸던 화제의 그 장면 한번 보실까요?
날라리 재수생인 조정석이 수지와 썸을 타던 대학생 이제훈에게 키스에 대해 설명하던 장면이었죠.
Q. “파일럿”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 영화에서는 조정석 배우가 비행기 조종사로 나오나보군요. 어떤 내용의 영화입니까?
조정석 배우가 파일럿으로 나오기는 나오는데, 남자 파일럿과 여자 파일럿 역할을 혼자서 모두 다 합니다. 웬만한 연기력으로 도전하거나 소화하기 쉽지 않은 여장 남자 역할입니다.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조정석이 연기하는 한정우는 공군사관학교 수석졸업생 출신의 유능하고 유명한 파일럿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 항공사 임원의 성희롱 발언을 무마하려다 말을 잘못하는 바람에 오히려 본인이 해고되고 이혼 통보까지 받게 됩니다.
백수가 돼서 지내던 조정석은 이 항공사가 여성 파일럿을 우대하는 채용 정책을 펼치자 여장을 하고 면접을 보러 갑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합격! 이제부터 영화는 여성 파일럿으로 변장한 조정석이 전 직장 동료들을 속이며 벌이는 원맨쇼 소동극입니다.
조정석 배우 얘기 직접 들어보시죠.
#조정석 / 어떻게 보면 파격적인 변신인데 저 약간 부담도 되고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제가 이제 공연에서 뮤지컬 헤드윅이라고 헤드윅이라는 공연을 되게 오랫동안 해왔던 터라 사실 좀 덜 했어요, 그런 걱정이나 약간 좀 부담감이. 그건 다행인 것 같습니다.
Q. 조정석 씨가 얘기한 “헤드윅”이란 뮤지컬도 많은 스타 배우들이 거쳐갔던 굉장히 유명한 뮤지컬이죠?
그렇습니다. 헤드윅은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했던 유명한 트랜스젠더 로커 캐릭터인데요, 배역이 배역이니만큼 긴 머리 가발을 쓰고 여성 분장을 합니다. 조승우, 유연석, 변요한 등 스타 배우들의 등용문 같은 뮤지컬입니다. 조정석 배우가 나왔던 2011년 버전 잠깐 보실까요?
이렇게 다소간의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남자가 여성을 연기한다는 건 기술적으로도 쉽지는 않죠.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참고했다고 하는 조정석 배우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조정석/ 목소리에 대해서는 좀 연구를 많이 했고, 또 그리고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 일단 제가 되게 자의적으로 목소리를 이렇게 막 꾸며낸다거나 아니면 뭔가 이렇게 좀 만들어 낸다거나 이런 생각보다는, 좀 제 목소리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목소리에 약간 하이톤을 좀 더 많이 이용을 해보자 사용을 해보자. 뭐 이런 생각으로 접근을 처음부터 했었고요.
Q. 어떻습니까, 이 영화 재미있을까요?
영화의 설정 자체는 사실 말이 안되죠. 아무리 정교하게 분장을 했다하더라도 어떻게 남자 파일럿으로 일하던 사람이 여장을 하고 나타났는데 아무도 못 알아볼 수 있겠어요. 하지만 역으로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재미가 있고요, 또 이걸 조정석 배우가 하고 있기 때문에 납득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2019년에 공효진 김래원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가장 보통의 연애”를 연출했던 김한결 감독이 연출을 했고요, 스웨덴 영화 콕핏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리메이크했습니다. 현재 선전하고 있는 “핸섬 가이즈”와 달리 비교적 무난히 예측이 가능한 전개의, 알면서도 웃게 되는 12세 이상 관람가 코미디 영화입니다.
Q. 다음 영화로 가시죠. 오랜만에 이 시간에 소개하는 마블 영화인 것 같은데요
작년에 할리우드 작가 배우 파업 여파도 있고, 마블 영화 인기도 시들해지면서 최근에 마블 영화가 뜸했는데요, 작년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볼륨3”를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렸던 것 같네요. 오랜만에 돌아 온 MCU, 즉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이 이번 주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섰습니다. 개봉일에 예매 관객 20만 명으로 출발을 했고, 이틀간 36만 명을 동원했습니다.
데드풀이나 울버린 모두 마블코믹스의 캐릭터들이긴 한데, 원래는 20세기폭스사에서 실사 영화 판권을 가지고 X맨 유니버스 영화로 만들어왔습니다. 그런데 2019년에 디즈니가 20세기폭스를 인수하면서 이번 영화는 MCU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 상에서도 이런 사실을 패러디하는 대사와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런 배경 지식이 있는 관객들한테는 또다른 재미입니다.
Q. 좀 복잡하네요. 마블 영화는 이런 계보학 같은 것이 게 팬들 사이에서는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 같아요. 먼저 줄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시죠.
제목처럼 데드풀과 울버린이 나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연기하는 데드풀은 일종의 안티슈퍼히어로입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온갖 쌍스러운 말장난을 늘어놓습니다. 반면 휴 잭맨이 연기하는 울버린은 표정도 어둡고 입도 무거운 슈퍼히어로죠.
데드풀은 ‘어벤져스’ 면접을 보러가지만 떨어져서 중고차 딜러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소중한 친구들이 있는 우주가 위기를 맞자, 다른 평행 우주에 있는 울버린에게 도움을 받기로 합니다. 하지만 엄청난 신체재생력을 보유한 두 캐릭터는 만나면 치고 받는 사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슈퍼히어로는 힘을 합쳐 할리우드 기대주인 엠마 코린이 연기한 슈퍼빌런 카산드라 노바에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입니다.
Q. 마블 영화인데 청소년관람불가네요.
네,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초의 R등급, 즉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입니다. 데드풀의 입에서 나오는 말 중에 절반은 상소리거나 엽기적인 얘기들이라서 번역가가 애를 먹었을 것 같아요. 유머와 욕 모두 트렌드를 많이 탈 수 밖에 없잖아요. 데드풀 1편과 2편의 번역은 황석희씨가 해서 팬들로부터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가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들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데요, 데드풀 시리즈의 영상화 판권을 회수한 디즈니에서는 20세기폭스 시절과 달리 번역가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원칙을 세웠다고 하네요.
글자 그대로 유혈이 낭자한 폭력성 때문에라도 아마도 청불이 나왔을텐데, 주인공 캐릭터들이 신체 재생능력이 엄청 나고 폭력도 진지하게 그리지는 않기 때문에 초반에만 좀 적응을 하면 심하게 잔혹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데드풀이 자신을 마블의 예수이자 구세주라고 말하는가 하면, 이미 죽었다가 이번에 멀티버스에서 되살아난 울버린에게 “디즈니가 너를 90살까지 부려먹을 거야”라고 하는 등 마블 스스로 자학성 개그를 시종일관 선보입니다. 이런 점이 MCU세계관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재미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관객에게는 낯설게 다가올 거라는 게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Q. 다음 영화로 가시죠. 애니메이션이네요. 저도 이 캐릭터 잘 알고 있는데 미니언즈가 나오는 영화군요.
네, 인기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시리즈의 4편이 이번 주에 개봉을 했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는 올해 글로벌 박스오피스 3위에 올라있습니다. 1위는 “인사이드 아웃2”이고 2위는 듄:파트2”입니다. 현재까지 올해 글로벌 박스오피스 흥행 톱텐 모두가 프랜차이즈 영화입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영화 생태계에도 점점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이 영화는 미니언즈가 나오는 영화는 맞는데, 주인공은 그루라는 이름의 소위 츤데레 악당과 그의 가족입니다. “슈퍼배드”가 1편부터 히트를 하면서 스핀오프 시리즈로 미니언즈 영화가 두 편 나올 정도로 미니언즈의 인기가 워낙 높죠. 단순하면서도 영악하고 천진하면서도 악랄한 이 떼거지 캐릭터들이 인기가 높은데요, 이번 영화는 가족을 꾸리면서 더이상 악당이라고 부르기 어려워진 그루와 미니언즈들이 진짜 악당인 탈옥자 맥심의 추격을 받고 갓난쟁이 아들을 납치당하면서 아들을 찾기 위해 악당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입니다. 이웃과의 관계, 가족 간의 사랑, 메가 미니언즈로 변신한 미니언즈 등 서브 플롯도 함께 전개됩니다.
다만 이 영화는 개봉 직전에 전국 400개 극장 80만 석에 이르는 규모의 유료 시사회를 열어 국내 주요 영화단체들로부터 사실상 변칙 개봉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해둡니다.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윤춘호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 라이브 방송과 기사 내용은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SBS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