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 위원장이 '사퇴' 카드로 피해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에 이어 이번에는 이상인 직무대행이 같은 선택을 한다고 합니다.
정치권 싸움의 중심에 방통위가 있는 건데요, 싸움의 본질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선임 문제입니다. 더 쉽게 이해하면 MBC 경영진을 교체하려는 여당과 교체에 반대하는 민주당이 충돌하면서 방통위를 중심으로 전면전이 펼쳐지고 있는 겁니다.
민주당, 방통위 부위원장 탄핵안 발의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됐는데요,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합니다.
오늘(25일) 본회의 안건 중 하나인 '방송 4법 처리'에 대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상인 부위원장 탄핵소추안은 빠르면 내일 표결에 부쳐질 전망입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탄핵소추 사유는 ▲ 이 부위원장이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된 뒤 단독으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위한 지원서류 접수와 국민 의견 수렴 등 절차를 진행한 것 ▲ 직무대행 되기 전 2인 체제에서 주요 안건을 의결한 것 등이 법률에 위배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임명되기 전에 이 부위원장의 직무대행 역할을 정지시킴으로써 MBC 경영진 선임 권한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구성을 막겠다는 의도가 더 큰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지금 방문진 이사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는데요, 다음 달 임기가 끝나면 방문진 이사진 선임 권한을 가진 방통위가 여당에 유리하게 재편할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상인, 자진사퇴로 가닥
그러면 '1인 체제' 방통위가 일시적으로 '0인 체제'가 됩니다. 법에는 위원장과 4명의 상임위원 등 5명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지만 한 명도 없는 상태가 되는 겁니다. 이건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여권에서는 이진숙 후보자 임명 전후로 상임위원 1명을 위촉해 2인 체제를 만드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 유력합니다.
이동관 위원장 시절부터 '탄핵과 사퇴'를 반복하면서 2인 체제라는 기형적 구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야권에서는 2인 체제의 의결에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2인 체제로도 전체 회의 개최와 의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4일 윤석열 대통령 지명으로 방통위원이 된 이 부위원장은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이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연이어 사퇴하면서 위원장 공석 때마다 직무대행을 수행해 왔습니다.
싸움의 본질은 MBC 경영진 교체
야당이 이진숙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이틀이나 진행하며 낙마를 벼르고 있고, 이상인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로 이진숙 후보자 임명에 대비했지만 허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야당으로서는 이진숙 후보자 임명 뒤 또다시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는데요, 이 절차 이전에 이진숙 방통위 체제에서 방문진 이사진 구성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현재 방문진 이사에는 32명이 지원했고, 이진숙 후보자가 임명되면 절차상 곧바로 이사 선임안 의결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32명의 명단이 공개된 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이명박·박근혜 시절,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사장 아래 MBC를 망가뜨리는 데 앞장섰던 주역들이 대거 지원했다"고 비판하면서, 방통위를 향해 "위법적인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민주당도 이런 상황을 저지하는 데 당력을 쏟고 있는데요, 어떤 식으로든 방통위 손발을 묶어 지금의 방문진 체제를 지속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