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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마가'를 상대하려면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What Democrats Need to Do Now, by David Brooks

0723 뉴욕타임스 번역
 
* 데이비드 브룩스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공화당 전당대회를 참관하고 쓴 글이다.
 

2016년 당시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단순한 슬로건에 지나지 않았다. 좋게 봐줘야 이민 같은 사안에 대한 분노를 본능적으로 표현한 발작 증세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지난 8년간 각종 연구기관과 활동가, 정치인들은 이 슬로건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다듬어 발전시켰고, 이제 그 세계관은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됐다.

오늘날 서구에서 우익 정당은 더 이상 재계 엘리트의 정당이 아니라 노동자 계층의 정당이 됐다. "마가"는 이러한 변화와 궤를 같이하는 세계관이다. 앤드루 잭슨 스타일의 포퓰리즘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업데이트를 거쳐 좀 더 포괄적인 모습으로 거듭났다. 노동자 계층의 이해관계 가운데 하나의 버전을 대표하는 동시에 노동자 계층 유권자들에게 존중감을 주는 세계관이 된 것이다.

J.D. 밴스는 이 세계관을 발전시킨 인물인 동시에, 기업의 힘이나 복잡하게 얽힌 외교 문제, 자유무역, 문화적 엘리트와 높은 이민율에 의구심을 숨김없이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 세계관을 의인화한 존재다. 이번 주 밀워키에서  J.D. 밴스가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낙점되면서 "마가"가 레이건주의를 제치고 공화당의 제1 작동 원리로 부상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민주당이 "마가"를 상대로 승리하고 싶다면 "오렌지맨(트럼프의 피부색을 조롱하는 말)은 나쁘다"는 판에 박힌 비판만으로는 부족하다. 1월 6일 의사당 테러를 끊임없이 화제로 삼는 것도 좋지 않다. 민주당이 가까운 미래에 승리를 원한다면 "마가 세계관"을 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유권자, 특히 노동자 계층에 예의를 갖추어 보다 나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선 "마가", 가장 좋은 버전의 "마가"란 무엇일까?

모든 사회에는 안정과 역동 사이에 마땅한 갈등이 존재한다. 불안정한 세계에서 "마가"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바로 안전이다. 안전한 국경과 안전한 동네, 세계화와 현대 자본주의의 창의적 파괴로부터의 보호를, 당신을 얕잡아 보고 학교에서 당신의 자녀에게 특정 사상을 주입하려는 엘리트 계층으로부터의 보호, 대기업 포식자들로부터의 보호를 제공한다. 이들 눈에는 이번 주 콤팩트(Compact)와의 인터뷰에서  조시 할리 상원의원이 주장한 바와 같이 "기업 고위 간부들이 국내 공장을 폐쇄하고 일자리를 없애면서 미국을 내다 판 지 오래"라는 분석이 곧 현실이다.

불안정을 가져오는 거대한 세력에 삶이 뒤흔들리는 느낌을 받는 이들에게 트럼프는 극작가 애런 소킨이 쓴 대사처럼 부상 중이다. "당신들은 내가 벽을 지켜주길 원하지. 벽을 지켜주는 내가 필요해(You want me on that wall. You need me on that wall)." 이들에게 트럼프는 사람들이 삶을 살아 나갈 수 있도록 안정과 보호를 제공하는 존재다.

그렇다면 "마가"의 문제점, 그러니까 민주당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바로 전통적인 미국인의 의식과는 매우 다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미국적인 의식이라는 것은 전통적으로 의식이 넘쳐나는 상태였다. 지속적으로 쏟아져 들어온 이민자들은 비옥한 땅과 활기 넘치는 도시로 가득한 신대륙을 발견했다. 주미 네덜란드/룩셈부르크 대사를 지낸 헨리 반다이크는 1910년 "미국의 정신(The Spirit of America)"라는 저서에서 "유럽에 널리 알려진 미국적 정신의 특성은 바로 에너지"라고 썼다. 20세기에는 루이지 바르지니라는 이탈리아인이 미국인들에게는 지속적인 자기 발전에 대한 열정, "무엇 하나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모든 것과 모든 이를 고치고 개선하려는 끊임없는 욕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외부인도, 또 우리 자신도 미국을 매우 역동적인 국가로 여겨왔다. 미국인들은 과거를 공유하지 않지만, 함께 같은 미래를 꿈꿨다. 미국인의 고향이란 혈연과 지연 중심의 민족주의에 뿌리를 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에 가까웠다. 역사 속에서 미국의 특징은 깊이나 문화보다는 전력을 다해서 살아 나가는 태도에서 비롯됐다.

반면 "마가 세계관"은 "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오게 놓아두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다", "미국인의 피부색이 더 어두워지면 '그들'이 '우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라는 의식의 부족, 제로섬 사고에서 비롯된다. MAGA의 기반은 "엘리트들이 우리를 엿 먹이려고 한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우리를 등쳐먹고 있다", "미국의 세속주의가 미국의 기독교를 억압하고 있다"는 식의 다양한 피해자 서사다.

전통적인 미국식 '풍요로움 정신'에서 봤을 때 "마가"는 미국식 보수주의의 한 갈래라기보다 유럽식 보수주의에 가까워 보인다. 수세대에 걸쳐 러시아의 대중은 선 그 자체이지만 외부에서 온 존재로부터 위협받는다고 주장한 러시아식 쇼비니즘을 연상시킨다. 계급 투쟁이 정치의 영원한 특성이라고 주장하는 우파 마르크스주의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가"는 요새 정신에 가깝지만, 사실 미국의 전통은 개척자 정신이다. "마가"는 단단한 껍질을 주지만, 높이 날아오르는 날개와는 거리가 멀다.

민주당이 잘 되려면 미국의 역동적인 문화적 전통을 가져와서 이것이 21세기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사회적 역동성이라는 것이 첫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역동이란 단순히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길로 나서는 것, 거친 개인주의나 제약이 없는 자유지상주의에서 말하는 자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역동성의 정의는 심리학자 존 보울비에게서 나온 것이다. "삶이란 안전한 기지를 떠나는 도전적인 모험의 연속이다." 민주당이 잘 되려면, 사람들에게 안전한 기지와 도전적인 모험의 비전을 둘 다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내세워야 할 이야기는 이렇다. 세계가 불타오르고 있는데 미국이 안전할 수는 없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같은 곳에 활발하게 개입하며 푸틴 같은 늑대를 막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경 지역이 혼란스러운데 미국이 안전할 방법은 없다. 이민 정책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가에 달렸다. 한 번의 실패가 사람을 끔찍한 빈곤으로 몰아넣는다면 진정 미국인들이 안전한 것인가? 민주당이 주도해 온 사회보장제도는 그래서 중요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민주당이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도전적인 모험의 기회가 기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관적인 레이건 이후의 공화당이 이길 수 없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미국의 역동성은 대륙횡단 철도를 건설할 때,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학을 설립할 때, 퇴역 군인 지원법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중서부의 제조업 기반을 부활시켰을 때 살아났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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