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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 시간당 130㎜ 폭우 올 때 부안엔 4㎜…도대체 왜?

군산에 시간당 130㎜ 폭우 올 때 부안엔 4㎜…도대체 왜?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 '1시간 동안 146㎜'라는 기록적인 호우가 쏟아진 오늘(10일) 오전 0시 51분에 당시 수도권 북부와 전남 남해안, 제주엔 비 한 방울 안 내린 지역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당시 제주는 한밤인데 기온이 29.5도로 30도에 육박했습니다.

남북으로 길이가 최대 500㎞ 정도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극과 극'의 날씨가 나타난 셈입니다.

기후변화로 앞으로 이런 현상이 늘어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습니다.

어청도엔 오늘 오후 11시 51분부터 0시 51분까지 146㎜ 비가 내렸습니다.

기상청 관측기록을 보면 1시간에 140㎜가 넘는 비가 쏟아진 사례는 1998년 7월 31일 전남 순천시 주암면에 1시간 동안 145㎜ 비가 온 것이 유일합니다.

국내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거센 호우가 지난밤 어청도에 쏟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청도에 비가 쏟아질 때 약 80㎞ 떨어진 전북 부안군엔 시간당 3㎜ 정도 약한 비만 내렸습니다.

군산과 부안을 비교해도 군산에 1시간 동안 131.7㎜ 비가 내렸을 때 부안엔 비가 시간당 4㎜ 정도 왔습니다.

이번 비는 남쪽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 건조공기가 손바닥을 부딪치듯 '면대면'으로 만나 정체전선이 형성된 가운데 전선상 발달한 저기압이 우리나라를 지나가면서 내렸습니다.

당초 많은 비가 예상됐었습니다.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부는 남서풍에 저기압 전면에서 부는 남서풍이 합쳐져 남서쪽에서 수증기 공급량을 크게 늘릴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입니다.

10일 충남 서천군에 내린 거센 장맛비에 서천읍 한 도로가 무너져 있다.

다만 남서풍이 불 때 비구름대가 남북으로도 퍼지면서 전국에 비교적 고르게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 전망은 실제와 달랐습니다.

우리나라 북쪽에 기압능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기압능이 예상보다 강하게 건조공기를 내려보내면서 비구름대 북상이 저지됐고, 이로 인해 다량 유입된 수증기가 전북과 충청 지역에서 응축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올해 장마가 끝나진 않았지만 '남북으로 폭이 좁고 동서로 길이는 긴' 비구름대가 송곳이 찌르고 들어오는 것처럼 일부 지역만 지나는 모습은 이번 장마의 특징으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띠 장마'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중국 쪽에서 정체전선상 발달한 저기압이 주기적으로 통과하면서 '야행성 폭우'가 내리고, 비 예측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저기압이 다가올 때 부는 '고온다습한 빠른 바람', 즉 하층제트는 낮보다 밤에 폭우를 유발합니다.

하층제트는 고도 1.5㎞ 지점 부근에서 움직이는데 낮에는 지상의 공기가 데워지면서 이 지점까지 상승해 하층제트를 방해하지만, 밤엔 지상의 공기가 식어 가라앉으면서 하층제트 앞에 방해물이 없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장마에 정체전선상 발달한 저기압이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일이 잦은 이유로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더 서쪽으로 세력을 확장한 점이 꼽힙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대만을 넘어서까지 세력을 확장해 그 가장자리를 타고 중국 내륙으로 고온다습한 공기가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 고온다습한 공기가 북쪽에서 남하하는 찬 공기와 충돌해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중국 내륙에 저기압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기후변화로 장기적으로 강수량이 늘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는 상황입니다.

기온이 오르면서 대기가 함유할 수 있는 수증기량이 늘고,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바다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수증기량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빈번해질 것이라는 점에는 거의 동의합니다.

뜨거운 수증기를 머금은 공기는 차고 건조한 공기보다 가벼워 잘 상승합니다.

산비탈 등을 타고 올라 비구름대를 만들기 쉽습니다.

공기가 고온다습해질수록 산 하나를 가운데에 두고 동쪽은 비가 내리고, 서쪽은 맑은 일이 잦아질 수 있는 셈입니다.

강수량과 강수 강도 증가는 진행 중인 현상입니다.

기상청이 1912년부터 2020년까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9년간 연강수량은 10년마다 17.71㎜씩 증가했는데, 비가 내리는 날은 10년에 2.73일씩 감소했습니다.

강수일이 감소하는데 강수량이 늘어난 것은 한 번 비가 내릴 때 이전보다 많은 양이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될 수준의 '극한호우'가 내린 날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사이 연평균 약 8.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1시간 강수량이 50㎜ 이상이고 동시에 3시간 강수량이 90㎜ 이상'인 경우와 '1시간 강수량이 72㎜ 이상'인 경우에 발송됩니다.

장마 때만 봐도 2010년대 7~8월 시간당 1㎜ 이상 비가 내린 날은 2000년대에 견줘 전국적으로 줄었지만, 같은 시기 시간당 30㎜ 이상 비가 온 날은 기상청 66개 관측지점 중 26곳에서 이전보다 같거나 늘어났습니다.

비 온 날은 감소했는데, 집중호우가 온 날만은 늘어난 것입니다.

기상청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가 2022년 발표한 전망에 따르면 현재처럼 또는 현재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100년에 한 번 내릴 극한강수' 시 강수량이 금세기 전반기(2021~2040년) '21.4~174.3㎜'로 현재(187.1~318.4 mm)보다 약 29% 증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중반기(2041~2060년)와 후반기(2081~2100년)엔 56~334.8㎜와 70.8~311.8㎜로 현재 대비 46%와 53% 증가가 전망됐습니다.

한국환경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1년 중 가장 비가 많이 내린 날 강수량(1일 최다강수량)의 연평균은 근미래(2020~2049년)에 현재보다 8.5% 늘어난 146.2㎜, 중미래(2050~2079년)에 165.9㎜(현재 대비 23.2% 증가), 먼미래(2080~2099년)에 182.9㎜(36.1%)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사진=서천군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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