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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폭우의 습격'…"떠내려갈 거 같아 살려달라 소리쳤다"

'새벽 폭우의 습격'…"떠내려갈 거 같아 살려달라 소리쳤다"
▲ 범람한 천변

"집 안으로 물은 차오르지, (쓸려온 물의 압력으로) 문은 안 열리지, 창문을 깨고 집 밖으로 가까스로 탈출했어요. 안 그랬으면 정말 큰일 났을 거예요."

폭우가 내린 오늘(10일) 이른 아침, 전북 완주군 운주행정복지센터 2층 대피소로 피신한 이 모(80) 씨가 밤사이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하며 바짝 마른 입맛을 다셨습니다.

아내와 같이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이 씨는 오늘 오전 3시 30분쯤 거센 빗줄기 소리에 잠에서 깼다고 했습니다.

창밖을 보니 집 앞 장성천의 물이 불어나 거센 소용돌이를 치며 휘돌고 있었습니다.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낀 이 씨와 그의 아내는 당장 덮고 있던 이불 하나와 휴대전화를 챙겨 유리창을 깨고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미 거실까지 습격한 거대한 강물의 수압으로 방문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씨 앞에는 축축해진 이불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는 "비가 오니 몸이 추웠다. 아내가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마당 앞의 배관을 손으로 꽉 잡고 있었다"며 "119에 신고한 뒤 배관 기둥에 매달려 구조되기를 애타게 기다렸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방대원들도 물이 워낙 많이 차오르다 보니 당장 집으로 건너오질 못했다"며 "다행히 빗줄기가 조금 약해지면서 범람했던 천변 물도 서서히 줄어드는 게 보였고, 대원들이 보트를 타고 우리 쪽으로 건너왔다. 아 이제 살았구나 싶었다"고 마음을 쓸어내렸습니다.

이 씨 옆에 있던 안 모(88) 씨도 지난밤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고령인 안 씨는 귀도 잘 안 들리고, 혼자 사는 탓에 빗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안 씨는 "2시쯤 깼는데 방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집 밖으로 나가봤는데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올라 있었다"며 "이대로 집에 있으면 떠내려가겠다 싶어서 '사람 살려달라'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때 누군가가 나를 업고 밖으로 나갔다. 행정복지센터에 주민들이 모여있다고 하니 거기로 가 보라고 했다"며 "누군지는 몰라도 정말 고맙다. 몸도 아파서 집에 있었으면 정말 큰일이 났을 거다"고 안도했습니다.

다른 마을에서는 '냉장고가 둥둥 떠다닌다'는 말도 들었다고 합니다.

전북 완주군 운주면 한 마을에서 폭우로 고립된 주민 구하는 구조대원들

오늘 오전 4시 11분쯤 완주군 운주면사무소 인근 장선천이 넘쳐 주민들이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소방 당국은 집 옥상 등 높은 곳에 올라가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던 주민 18명을 순차적으로 전원 구조했습니다.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되거나 대피한 주민들 10여 명은 운주행정복지센터에 모여 있습니다.

인근 운주파출소, 운주동부교회 등으로도 대피했으며, 주민 대부분은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새벽 폭우로 범람한 강물이 덮친 평온한 시골 마을의 노인들은 대피소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속절없이 바라보며 간밤의 '악몽'을 서로 털어내며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는지를 걱정했습니다.

(사진=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 · 독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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