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영국 총리는 영국 왕실의 여름휴가에 한 번씩 초청을 받아서 함께 보내는 경험을 한다고 합니다. 대처 총리도 취임 후 첫 휴가를 왕실에서 함께 보냈지요. 참석자들이 다 함께 사냥 등 야외 활동을 나간 자리에서, 혼자만 옷을 갈아입겠다며 몰래 들어와서 급한 결재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대처 총리. 그 모습을 본 여왕의 여동생 마거릿 공주가 묻습니다.
마거릿 공주 : "오늘이 공휴일인 건 알고 계시는 거죠?"
하지만 워커홀릭인 대처 총리는 당연한 듯 말하지요.
대처 총리 : "네. 국가 정세가 지금 같은 시기에는 휴가를 즐기기 어려워서요."
마거릿 공주 : "하지만 국가 정세는 전에도 그랬고, 틀림없이 또 그럴 거예요. 경험이 쌓이다 보면 알게 되죠. 때로는 휴식을 취하는 게 가장 현명한 처사라는 걸."
대처 총리 : "전 휴식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전혀 즐겁지 않죠."
총리의 얼굴을 한참 빤히 쳐다보던 공주는 딱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나갑니다.
마거릿 공주 : "그보다 중요한 걸 얻을지도 몰라요. 관점(aspect)."
입헌군주제가 아닌 우리나라에선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왕은 평생 근무하고, 총리는 3~4년에 한 번씩 바뀌기가 부지기수입니다. 공주의 입장에서는 대처 총리도 7번째 만난 총리 중 하나였고, 모든 총리는 "지금 사안이 너무 시급해서"라고 말해왔다는 거지요. 하지만 그 시급한 사안 중에도 모든 총리가 대처처럼 몰래 궁으로 들어와 결재 할 정도로 틈 없이 살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마거릿 공주는 당장의 결재 서류를 바라보기보다, 오히려 쉬고 생각을 전환하는 순간에 위기의 국면을 타개할 해결책이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건넨 거지요.
마거릿 공주의 조언이 무색하게도, 몇 년 뒤 마거릿 총리는 '대화의 여지가 없다', '다른 관점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평과 함께 자신이 속한 당에서도 지지 표를 받지 못한 채 실각하게 됩니다. 결국 공주가 말했던 대처 총리에게 진짜 중요한 것, 즉 '관점'을 갖는 데에는 마지막까지 실패한 것이 아닐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