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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려고 아들 피 수혈한 백만장자…돈으로 '불로장생'을 사다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How to Buy Yourself a Longer Life, by Frank Bruni

0603 뉴욕타임스 번역
 
*프랑크 브루니는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헬스장 체인 에퀴녹스(Equinox)가 최근 매우 호사스러운 제품을 하나 내놓았다. "에퀴녹스와 함께 누리는 최적의 삶(Optimize by Equinox)"이란 이름의 최고급 회원권인데, 연회비가 4만 달러다. 회원이 되면 누리는 특전에는 전담 수면 코치가 포함돼 있다.

테니스 코치가 무얼 하는지는 누구나 안다. 서브에 약점이 있는 선수에게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가차없이 지적하는 게 일이다. 미식축구 코치가 하는 일도 다들 경기 보면 아실 거다. 심판에게 상대 팀의 패스 간섭 반칙을 왜 잡아주지 않느냐고 아득바득 소리를 지르는 게 주요 업무다.

그런데 수면 코치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침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한 손에는 스톱워치, 다른 손에는 수면제를 들고 당장 렘(R.E.M.) 수면을 향해 돌진하라고 격려하는 사람일까?

"할 수 있어! 하던 대로 숨 쉬고, 지금이야! 꿈으로 돌입! 좋았어!"

CNBC가 이 호사스러운 회원권에 관해 보도한 최근 뉴스를 보면, 수면 '코치'보다 수면 '컨설턴트'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 "최적의 삶 회원"이 되면, 한 달에 두 번씩 30분간 "프로처럼 낮잠 자는 비법" 같은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또 한 달에 두 번씩 영양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일주일에 세 번씩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한다. 회원의 목표는 단순한 건강도 아니고, 뻔한 웰빙은 더더욱 아니며, 장수다. 장수란 원래 개인의 노력만큼이나 환경이 중요하다. 물론 운도 따라야 한다.

벌써 10년도 더 전에 나는 경제적 격차에 따라 미국인의 삶이 여기저기서 계속 분리되고 있다고 썼다. 당시 글의 일부를 옮기면 이렇다.
 
미국인들이 경제적 계층에 따라 분리되는 지점, 장소들은 빠르게 늘어났다. 도처에서 이른바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 자꾸 생겨났다. 미시 기후(microclimates)라 부를 만한 것이 생겼다.

놀이공원에서 비싼 입장권을 산 고객에게 줄을 서지 않고 가장 먼저 놀이기구를 탈 수 있게 해주는 스페셜 패스와 함께 우버의 다양한 프리미엄 서비스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미 당시 에퀴녹스는 트레이너를 경력과 평판, 인기에 따라 급수를 매겨놓고, 각각 다른 값을 받았다. 좋은 트레이너의 지도로 운동하려면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 또 특별 회원만 들을 수 있는 수업이나 이용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는데, 손님의 '등급'은 동공 인식 기술로 확인됐다.

이보다 더 화려하면서도 분명히 자신의 부를 드러낼 수 있도록 최적화된 상품을 만들 수 있을까? 에퀴녹스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는 답을 내놓았다. 부유층이 가면 갈수록 집착에 가깝게 신경쓰는 영원한 젊음, 영원할 수 없다면 오랫동안 늙지 않는 소망을 이룰 도우미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다만 아무나 할 수는 없다. 돈이 아주 많아야 한다.

"부자들이 오래 산다"는 건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자들은 좋은 음식에 좋은 의료 환경을 비롯해 건강하게 사는 데 필요한 각종 지원을 빈틈없이 받고 누린다. 그러나 액시오스가 설명한 것처럼,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장수 산업을 보면, "부유한 고객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진다는 사실이 명확히 눈에 들어온다.

가장 부유한 이들은 이미 불로장생의 꿈을 좇는 데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었다. 올해 46세인 테크기업 CEO 브라이언 존슨은 자신의 건강을 되찾고 수명을 늘리기 위해 매년 200만 달러를 쓴다고 알려졌다. 회춘하는 법을 찾기 위해 무려 30명 가까운 의사와 상담한 적이 있다는 존슨은 본인의 아들을 비롯한 젊은 기증자들로부터 여러 차례 혈장을 수혈했다. 그는 혈장 수혈이 노화를 늦추거나 되돌리는 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수혈을 그만뒀다.

최근 들어 미국의 소득 불평등이 특히 도드라진다고 하지만, 사실 미국 사회의 불평등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소득 계층 하위에 있는 미국인들이 상류층의 삶은 안락하고 풍요로운 안식처라는 사실을 예전에는 몰랐다가 최근 들어 알게 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안락함과 풍요로움, 호사스러움의 도가 여러모로 지나치다. 이는 돈의 액수, 혜택의 다양함과 특별함에서 다 드러난다. 미국이란 나라는 부자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그 어떤 것이든 화려하게 꾸미고, 성가시고 불편한 건 아주 사소한 것까지 다 제거할 수 있는 나라다. 물론 부자들은 그 대가로 기꺼이 돈 보따리를 풀고, 다시 그런 부자들을 위해 보통 사람들은 생각도 하기 어려운 무수한 방식의 '맞춤형 서비스'가 번창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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