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형 농수로가 고라니나 너구리 같은 야생동물에게 '죽음의 함정'이 되고 있습니다.
탈출 통로를 만들도록 한 법도 지난해부터 시행이 됐는데 뭐가 문제인 것인지, 이용식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충남 당진의 한 농수로입니다.
깊이가 2m가 넘는 콘크리트 수로 안에 고라니가 갇혀 있습니다.
물을 찾아 내려왔다 추락한 건데, 탈출로가 없어 빠져나가기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이병숙/농민 : 안쓰럽고 가서 잡고 싶기도 한데 잡을 수가 있어야지, 보통 날쌔지가 않으니까.]
잽싸게 뛰어다니는 고라니는 구조대원들도 잡기가 쉽지 않은 상태, 여러 번 시도 끝에 힘들게 붙잡습니다.
충남에서만 지난 2년간 고라니 97마리와 너구리 12마리가 농수로에 빠졌다가 구조돼 야생으로 돌아갔습니다.
구조 신고가 안 돼 수로에 방치될 경우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리현/충남야생동물구조치료센터 재활관리사 : 농수로에 경사로가 생기지 않는 이상 계속 야생동물이 죽어갈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충남 예산에서는 4년 전부터 농수로에 갇힌 고라니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농수로 20km에 탈출로 24곳을 설치한 뒤부터 고라니가 스스로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경사진 탈출로는 농수로에 빠진 고라니뿐 아니라 개구리나 뱀 같은 양서 파충류도 이곳을 통해 빠져나갈 수가 있습니다.
농수로에 탈출로 등을 갖추도록 한 야생생물보호법이 지난해 시행됐지만, 기존 농수로에는 강제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환경부는 매년 피해 실태조사를 벌여 농수로 관리기관에 개선 조치를 요청하기로 했는데 불응 시 벌칙규정이 없어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김민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