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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디데이' 흔들리는 전공의…수십 명씩 복귀하는 병원 생겨

'복귀 디데이' 흔들리는 전공의…수십 명씩 복귀하는 병원 생겨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인 오늘(29일)을 맞아 일부 전공의 사이에 환자들 곁으로 돌아오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확산하고 있습니다.

일부 병원에서는 사직서를 내고도 현장에 남아 환자들을 돌보는 전공의가 수십 명에 달해 '실질 복귀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병원들이 전공의 복귀 규모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를 꺼리는 가운데, 정부는 전날 오전 11시 기준 전국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 전공의 294명이 복귀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상위 수련병원 50곳의 복귀 규모는 181명이었습니다.

수도권 소재 A병원은 24명, 서울 소재 B병원은 37명이 복귀했으며, 호남권 C병원에서도 66명이 돌아왔습니다.

전날 밤까지 병원으로 복귀한 전공의 규모는 아직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병원으로 복귀하는 전공의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날 경기도의 한 대형병원에는 이탈한 전공의들의 문의 전화가 여러 건 이어졌습니다.

주로 다른 전공의들이 얼마나 복귀했는지, 제출한 사직서에 대한 행정적인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수도권의 다른 대형병원도 정부의 '복귀 데드라인' 발표 후 일부 전공의들이 실제 복귀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병원 관계자는 "이달 안에 돌아오는 이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발표 후 실제 전공의들의 문의가 이어진 것은 맞다"고 전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병원에 나와 일하는 '실질 복귀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은 정부에 제출한 전공의 복귀 수는 한자릿수이지만, 실제로는 사직서를 내고도 근무하는 전공의가 80명가량 됩니다.

부산대병원도 사직서를 낸 전공의 10여 명이 병원에 출근해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경기 고대안산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대전 유성선병원도 사직서를 낸 일부 전공의가 정상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질 복귀자'가 생각보다 많아 전공의 복귀 추세를 가늠할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전남대병원에서 내원객이 접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공의의 복귀를 호소하는 선배 의사들의 호소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은 전날 오후 소속 전공의 전원에게 김영태 병원장 명의로 문자와 이메일을 보내 이제 병원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했습니다.

메시지에는 김 원장뿐만 아니라 송정한 분당서울대병원장과 이재협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장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은 "여러분의 진심은 충분히 전달됐다"며 "중증·응급 환자와 희귀·난치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많은 환자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아직 '체감할 만한' 규모의 복귀는 없다고 보지만, 조금 더 기다려보겠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내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뚜렷한 복귀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저희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겠느냐"고 토로했습니다.

다른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수면 아래서 고민하는 전공의들이 더러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아직 섣부르게 언급할 단계는 아니고 조금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의료대란이 장기화하면서 환자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습니다.

'중대 사안'으로 분류돼 정부가 직접 조사에 착수한 사례도 나왔습니다.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최근 임신부 한 명이 이번 사태로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해 결국 아기를 유산했다는 피해를 신고했습니다.

이 여성은 "수술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을 찾다가 결국 유산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투석 치료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으나, 전공의 등이 부족해 응급수술이 지연되면서 사망했다는 사례도 중대본에 피해 신고로 접수됐습니다.

중대본 관계자는 "아기 유산과 투석치료·수술 지연으로 환자가 사망한 사례 두 건은 중대한 사례로 분류해 즉각대응팀에서 살피고 있다"며 "두 사례가 첫 조사 대상이고, 오늘 조사에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환자단체도 연일 전공의들에 돌아오라고 호소합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가 참여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오늘 "치료 연기는 사형선고"라며 전공의 복귀를 요청했습니다.

이들은 "전공의는 사직 방식의 집단행동을 이제는 멈추고, 응급·중증환자에게 돌아와 이들이 겪는 불편과 피해, 불안부터 멈추게 해야 한다"며 "전공의가 돌아와 응급·중증환자 곁을 지키는 일에 어떤 조건을 붙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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