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제보〉, 이번에는 사회적 고민을 제보합니다.
안녕하세요, 40대 후반 직장인입니다.
요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모양새라
곧 희망퇴직자를 모집할 것 같더라고요.
아직 오피셜로 뜬 얘긴 아니지만
위에서 은근히 나가라는 압박을 주고 있습니다.
이 나이에 새 직장에 들어가기는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저 혼자라면 모를까, 애들 공부도 시키고 있어서
나가더라도 3-4개월 안에는
무조건 수입이 있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요즘 일에 집중도 안 되고,
혹시 퇴직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퇴직금에 대출 좀 끼고
장사를 해볼까 생각이 듭니다.
저희 집 주변에도 프랜차이즈 카페가 여섯 군데나 되는데
장사가 다 잘되는 거 같더라고요.
저, 퇴직하고 가게 차려도 될까요?
이 궁금증을 김태훈 행동심리학자와 옥우석 경제학자와 함께 고민해 봤습니다.
퇴사 후 자영업으로 몰리는 퇴직자들
- 출처 : 중소벤처기업부, '2023년 창업기업실태조사'
옥우석|경제학자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이 23.5%, 4명 중 한 명꼴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10% 언저리고 미국은 그것보다 더 낮고 OECD 국가들 전체를 놓고 볼 때는 우리나라가 일곱 번째로 자영업자 비율이 높습니다.
근데 우리나라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나라들을 보면 대부분 관광이 굉장히 발달한 나라이거나 소득이 낮은 나라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이 크다는 것은 굉장히 특이한 현상이죠. 결국은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뜻대로 안 풀렸을 때, 그러니까 인생에서 다른 대안이 특별히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창업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고요.
가까스로 버티는 중... 위태로운 자영업자의 현실
1조 1,820억 원, 사상 최대 돌파"
- 출처 : 중소기업중앙회, 2024
"숙박·음식점업 5년 이상 생존율 22.8%에 불과"
- 출처 : 통계청, '2021 기업생멸행정 통계 결과'
옥우석|경제학자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하다가 잘 안 되면 그만두면 되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퇴출하는 데도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가게를 임대하지 않습니까? 1년 혹은 2년을 계약하게 되는데, 그러면 일단 임대료가 고정 비용으로 묶이기 때문에 영업이 잘 안 된다고 하더라도 임대료는 계속 내야 하니까 손해를 보면서도 계속 장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 거고요.
그다음에 대출 문제가 있습니다. 정부 지원을 받은 대출은 조건이 뭔가요? 소상공인이라는 걸 증명해야 하는 거잖아요. 폐업해서 내가 소상공인이 아니게 되면 자격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소상공인이 아니게 되므로 빚을 다 갚아야 합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빚을 갚아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가게를 닫지도 못하고 손해를 보면서도 계속 있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죠.
김태훈|행동심리학자
비용 말고도 자기 노력이 되게 많이 들어가잖아요. 흔히 얘기하는 매몰 비용의 오류가 여기서 나오는 거죠. '내가 지금 이렇게 많이 투자했는데 여기서 그만두면 어떻게 하나' 미래에 발생할 이익이 뻔히 많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과거에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서 그만두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되는 거죠.
그럼에도 자영업을 택하는 사람들
옥우석|경제학자
왜 퇴직자들은 재취업이 아닌 쉽지 않은 자영업의 길을 선택할까요? 평균 소득을 보면 50대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이 가장 높고 자영업 평균 소득은 중간쯤에 있고 그다음에 일용직, 임시직 근로자 임금이 가장 아래에 있어요. 이게 뭘 의미하냐면 내가 본의 아니게 회사를 그만둬야 했을 때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고령 노동 시장이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형성이 안 돼 있는 거예요. 내가 갖고 있던 전문성을 살려서 조금 임금이 깎이고 갈 수 있는 게 아니고 아주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 시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내가 사업체를 열고 해보면 어떨까 하는 판단을 하시게 되는 것 같아요.
옥우석|경제학자
2022년 코로나 종식되면서 작년까지 제일 많이 생긴 업종을 보면 음식점업, 통신판매업, 피부관리업, 실내장식가게, 커피 음료점 이런 것들이에요. 무인 가게들도 많이 생깁니다. 비용을 적게 들이고 창업할 수 있는 것들이죠.
처음 생길 때는 되게 좋다 했는데 자꾸 옆에 비슷한 업종들이 생기니까 당혹스럽다는 거예요. 창업 비용이 낮다는 것이 갖고 있는 함정은 뭐냐 하면, 비용이 낮기 때문에 지금 내가 진입할 때는 쉽지만 다른 사람의 진입도 쉽다는 겁니다. 언젠가는 과포화될 수밖에 없고 과당 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근데 그 사업을 가지고 내가 5년, 10년을 누리면서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하시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5명 중 1명만 생존' 회사보다 더 치열한 자영업?
김태훈|행동심리학자
자영업자와 직장인의 객관적인 근로 시간도 비교해봐야 합니다. 직장을 다니면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지만 최소한 저녁시간 조금, 그리고 주말에 가족과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어요. 근데 창업하면 휴일을 보장할 수가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내 사업이니까 나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지 하니까 일하는 시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직장인이랑 비교해 보면 일하는 시간에 엄청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거고요.
"주 평균 근로 시간
비임금 근로자 45시간 > 임금 근로자 34시간"
- 출처 : 통계청, '2023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옥우석|경제학자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어려워진 게 예상치 못했던 비용들이 발생하기 때문이거든요. 그중 하나가 금리 문제,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금리가 낮았을 때 대출받으신 거겠죠. 이 시기만 버티면, 내가 코로나가 지나가면 다시 예전처럼 회복할 거야라고 생각을 했는데 문제는 뭐냐면 금리가 올라버렸잖아요. 대출금이 전부 다 비용으로 돌아오고 있는 거고요. 또 하나는 자영업 하는 분들에게 불행한 사건이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라든지 여러 가지 상황들이 발생하면서 재룟값이 굉장히 급격하게 상승하고 이 두 가지 비용이 같이 올라오니까 굉장히들 힘들어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김태훈|행동심리학자
비용 이외에도 사람들 관리하는 것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구직난이, 구인난이 굉장히 심해지고 있고 실제로 자영업 상당수가 일할 사람이 없어서 가게 문을 일찍 닫고 있기도 하잖아요.
쉽게 봤다간 큰코 다치는 프랜차이즈
옥우석|경제학자
성공한 프랜차이즈들은 일시적으로 매출이 보장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내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프랜차이즈 기업은 프랜차이즈 모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게 목적 아닙니까? 본사는 자기도 이윤을 창출해야 하니까 또 다른 사람한테 계속 프랜차이즈 점포를 내줄 거라는 거죠. 프랜차이즈를 주는 입장에서 보면 이왕 자기들이 아이템, 인테리어 등을 개발하기 위해서 많은 돈을 투자했어요. 그러면 많은 점포를 내면 낼수록 더 이득인 거죠.
프랜차이즈 중에 뭘 할 거냐라는 문제가 생기거든요. 탕후루나 예전에 대만 카스텔라나 이런 부분에 왜 사람들의 시선이 더 많이 쏠리느냐. 사람들은 새로운 게 등장했을 때 장점부터 더 많이 얘기합니다. 오래된 거는 단점이 더 많이 보여요. 커피 전문점이나 치킨집은 이미 등장한 지 오래됐거든요. 그래서 생긴 지 오래된 프랜차이즈에 들어갔을 때 이러이러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들이 잘 보이고요. 탕후루나 다른 새로운 가게들은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더 잘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니까 탕후루 가게가 지금 엄청나게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근데 결국은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같이 보셔야 한다는 거죠. 이전에 많이 생겼던 새로운 가게들이 어떻게 됐느냐 그럼 탕후루는 그것과 과연 다를 것이냐 이 고민을 안 해보고 시작하면 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