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소방장 운구 차량이 오늘 오전 10시 제주시 한라체육관에 도착하자 도열해 있던 동료 소방관들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짓눌렀던 어깨도 조금씩 들썩였습니다.
운구행렬 뒤로 유가족이 애써 눈물을 참으며 묵묵히 뒤따랐습니다.
영결식은 운구 행렬이 입장한 뒤 묵념과 고인에 대한 약력 보고로 시작해 1계급 특진·훈장 추서, 조전 낭독, 영결사, 조사, 유족 고별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유족과 동료 소방관 등 1천여 명이 참석해 임 소방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전을 보내 고인과 유족을 위로하고 옥조근정훈장을, 제주도는 1계급 특진을 추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남화영 소방청장이 대독한 조전에서 "화재 현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구조 현장에서 망설이지 않은 용감하고 헌신적인 소방관, 젊은 소방관을 화마에 잃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화재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 고인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성중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영결사에서 "임 소방장은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언제나 힘이 되는 든든한 동생, 누구보다 성실하고 믿을 수 있는 동료였다"며 "세상에 대한 사랑과 바꾼 젊은 꿈과 빛나는 미래가 잊히지 않도록 기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임 소방장의 동기이자 친구인 표선119센터 소속 장영웅 소방교는 추도사에서 "그날 밤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리는 출동 벨 소리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깜깜한 밤을 구급차를 타고 내달렸다"며 "단지 우리는 여느 때처럼 도움이 필요한 한 생명에 충실하기 위해 달려갔을 뿐인데 하늘은 왜 그리도 너를 빨리 데려가는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흐느꼈습니다.
그는 "나는 내일부터 다시 우리가 자랑스러워했던 소방관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달려갈 것이고 그때마다 너를 내 가슴에 품고 함께 가겠다"며 "이 세상에 남겨진 가족은 우리에게 맡기고 그곳에서 편하게 잠들길 빌겠다"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장 소방교가 추도사를 마치자 임 소방장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는 그를 안아주며 위로했습니다.
임 소방장 아버지는 고별사에서 "사랑하는 나의 아들, 보고 싶은 나의 아들아. 그동안 나로 인해 많은 압박과 상처를 받고 살았다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가 너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신 네가 가장 사랑하는 엄마에게 잘하며 살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러면서 "아들의 희생과 청춘이 동료 소방관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면 우리 가족은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유족을 대표해 참석한 모든 이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임 소방장은 오늘 오후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됩니다.
고인은 지난 1일 오전 1시 9분쯤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주택 옆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불을 진화하던 중 거센 불길에 무너져 내린 창고 외벽 콘크리트 처마에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