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성형 수술을 할 때 부작용이나 여러 증상이 뒤따를 수 있다는 동의서를 수술 당일에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부작용으로 고통받던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동의서를 썼더라도 수술 당일에 설명을 들었다면 병원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하정연 기자가 설명해 드립니다.
<기자>
지난 2020년 6월, 성형외과에서 얼굴 피부를 당기는 안면 거상 수술을 받은 40대 여성 A 씨.
그런데 수술 이후 극심한 통증과 함께 탈모 증상이 시작됐습니다.
점점 심해지는 탈모로 직장까지 그만둬야 했습니다.
결국 모발 이식까지 받아야 할 상황이 되자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의사가 수술을 잘못해 부작용이 발생했고 수술 전에 영구 탈모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수술 과정에서 의료상 과실은 없었고, 영구 탈모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사가 설명은 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을 설명해 준 '시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의사는 수술 당일 수술 동의서를 받으면서 부작용을 설명해 줬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이미 수술을 고려해 개인 일정을 조정하는 등 사전 준비를 모두 마친 상황이었기에 당일에 설명을 들었다는 이유로 쉽사리 수술을 취소하기는 어려웠을 걸로 보인다"며 A 씨에게 위자료 300만 원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김진영 변호사/원고 측 대리인 : 성형외과에서는 대부분 수술 당일에 부작용에 대해 기계적으로 문구만 읽어주고 동의서를 받잖아요. 당일에 동의서에 간단히 고지하는 걸로 설명 의무를 다 했다고….]
현행법은 의사에 설명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명확하게 정해둔 규정은 없어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릅니다.
이번 판결은 적어도 '수술 당일'은 수술 위험성 등에 대해 환자가 숙고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거여서, 기존 관행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영상편집 :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