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이맘때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집에 가던 초등학생이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당시 사고가 났던 곳은 인도가 없는 이면도로였습니다. 사고 이후에 개선책들이 많이 나왔는데, 저희가 취재한 결과 위험한 곳이 여전히 많았습니다.
현장을 김형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2일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9살 이동원 군이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당시 사고 현장은 어린이보호구역, 이른바 '스쿨존'이었지만, 학생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인도는 없었습니다.
사고 이후에야 비로소 보도와 안전펜스, LED 표지판 등이 설치됐습니다.
서울 시내 다른 스쿨존을 점검해봤습니다.
동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주변.
등교하는 학생들이 공사장 펜스를 따라 차들이 오가는 도로 끝에서 걷고 있습니다.
다른 길도 비슷합니다.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통학로입니다.
좁은 도로에 차량의 진입을 막을 시설이 없는 데다가 양옆에는 큰 공사장들까지 있어 위험한 상황입니다.
[조미숙/학부모 : 이중으로 차가 겹칠 경우엔 아이들이 거의 끝으로 벽으로 밀려나다시피 서 있어야 하는 상황도 되기도 하고… 백미러나 이런 게 스쳐 지나갈 때도 있어요, 차가 양쪽 방향으로 같이 올 때는.]
강남구의 다른 초등학교, 인도 위에는 주차된 차들이 가득해 학생들은 차도로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정태이/초등학교 1학년 : (자동차가) 많이 지나가요. 자동차가 갑자기 너무 빨리 가서 제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깜짝 놀랐어요]
지난 2011년부터 10년 동안 서울시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의 4분의 3이 좁은 이면도로에서 발생했습니다.
사망사고만 추리면 80%에 달합니다.
[허억/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주임교수 : 보차도 혼용도로라고 표현하는데 보차도 혼용도로 아니에요, 그냥 차도예요, 차도. 그 보도를 침범하지 못하는 시설이 돼 있어야 해요, 근데 전혀 안 돼 있잖아요.]
서울시는 지난 2월 스쿨존 내 인도가 없는 이면도로 20곳을 선정해 보행 공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도로 폭이 좁아지는 데 대한 주민들의 반발 등을 겪으면서 공사 진행 중인 곳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아직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영상편집 : 신세은, VJ : 이준영·노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