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에서 나고 자라 12년간 하청 용접공 생활
- 지역에는 최저임금 뱅뱅 도는 공장노동만 있다
- 임금 사다리 없어, 월 200만 원은 '통곡의 벽'
- 결혼? 연애할 기회조차 없는 지역 청년들
- 청년들, 특히 여성 위주로 지역 많이 떠났다
- 대공장, 정규직 뽑지 않고 경력 있어야 돼
- 기성세대도 떠나…삶 아우르는 정책 필요해
■ 방송 : SBS 김태현의 정치쇼 (FM 103.5 MHz 7:00 ~ 09:00)
■ 일자 : 2023년 12월 1일 (금)
■ 진행 : 김태현 변호사
■ 출연 : 천현우 작가 (지역 청년공 출신 / 책 '쇳밥일기' 저자)
▷김태현 : 정치권이 주목하는 어젠다를 던지는 정치쇼 어젠다 시간입니다. 한국은 지금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고 있는 지방소멸시대에 도래했습니다. 소멸한국을 막기 위한 다섯 번째 시간. 오늘은 지방의 노동현장을 생생히 담은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합니다. 지방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들의 삶과 현실은 어떤지 90년생 용접공 출신 천현우 씨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천현우 :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김태현 : 천현우 씨가 누구인지 모르시는 청취자분들이 많잖아요.
▶천현우 : 그렇죠, 사실은.
▷김태현 : 많잖아가 아니라 아마 거의 다 모르실 거예요.
▶천현우 : 맞습니다.
▷김태현 : 일단 간단히 자기소개부터 좀 부탁드릴게요.
▶천현우 : 저는 통합창원시에서 나고 자라서 공고와 전문대를 나온 그냥 일반 청년이고요. 12년 동안 제조업에서 공장을 전전하면서 일을 했어요. 주로 용접을 했었고요. 그때 12년 동안 이렇게 하청업체를 전전하다 보면 참 여러 가지 사연들이 쌓이거든요. 그것들을 모아가지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 <쇳밥일기>를 냈습니다.
▷김태현 : 그러면 계속 12년 동안 창원에서 거기서 나고 학교를 다니면서 창원에서 일하셨던 거군요.
▶천현우 : 완전 지역 토박이입니다.
▷김태현 : 그러세요. 창원에 청년노동자들 많습니까, 지금?
▶천현우 : 많이 떠났죠. 많이 떠났고 특히나 여성 위주로 많이 떠났죠.
▷김태현 : 그렇죠. 그럼 대부분 같이 일하는 동료분들이 외국인 노동자?
▶천현우 : 외국인 노동자들과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이미 정년을 초과해 버린 분들이 또 일터로 와요. 정년이면 보통 안 오신다고 생각을 하는데 막 70살 넘은 분들도 현장에 있고 그래요.
▷김태현 : 요새 지방 제조업 현장 가면 젊은 청년들이 없다는 이야기들 언론에서 많이 하는데 그걸 옆에서 진짜 생생히 경험해 보신 분이네요. 책 이름이 <쇳밥일지>. 이게 무슨 뜻이에요? 대충 짐작은 가는데, 제가.
▶천현우 : 이게 중공업 노동자들이 자기 소개할 때 뭐 먹고사냐 하면 쇳밥을 먹는다고 얘기를 해요. 이게 목수들이 자기 일을 소개하면 톳밥 먹는다고 하거든요. 그런 식인데 원래는 제목은 사실 주간경향에서 연재할 때 <쇳밥일기>로 보내자고 했었는데 데스크에서 <쇳밥일지>로 써버린 거예요. 그래서 작가님 어떡하죠 이러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쇳밥일지>로 써주세요. 그래서 그게 제목으로 바뀌었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애초에 그럼 처음에는 일기처럼 기록을 하신 거잖아요, 책으로 내시기 전에. 이 글로 본인의 어떤 일상이라든지 노동현장에 있었던 얘기들, 이것 기록하신 계기가 뭐예요?
▶천현우 : 2019년 이때까지 그러니까 노동 경험은 계속 쌓여왔는데 그냥 울분을 참고 있다가 2019년에 산재를 진짜 눈으로 목격을 해요. 제가 산재를 크게 당한 사람이기도 한데.
▷김태현 : 어떤 사고죠?
▶천현우 : 제가 발목에 400도짜리 화학물질 수지를 부어서 3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지금도 발목에 제주도 모양 화산이 있어요. 그런데 이걸 당했을 때는 그냥 정신이 없잖아요. 그런데 직접 목격을 했어요, 2019년에. 큰 철판을 이렇게 옮기고 있었는데, 과장님이. 이게 큰 철판을 잘못 걸어서 후크가 떨어진 거예요. 그런데 미리 말씀을 드렸는데 그런데 들으시고 발을 뺐는데 발이 걸려버리신 거예요. 그다음에 철판이 떨어져서 그때 이걸 보면서 이런 걸 누가 알아주지, 대체? 대체 누가 대의해 줄 수 있지? 결국은 내가 얘기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해서.
▷김태현 : 지방의 이런 근로현장이 열악하고 위험하고 이런 부분들에 대한 것을 알리고 싶었다는 말씀이시군요.
▶천현우 : 사실은 제가 기록하면 사고 났을 때 그냥 알리바이로 쓰겠다고 처음에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다 SNS에다가 올렸던 것들이 좀 화제를 타서 생각보다 빨리 알려진 것 같아요.
▷김태현 : 알겠습니다. 책 표지를 보면 이렇게 쓰여 있어요. 여기 있습니다, 쇠도 글도 삶도. 도대체 누가 이런 현실을 알아줄까. 기자? 정치가? 금속노조? 진보지식인? 아니오. 할 말이 너무도 많습니다. 이렇게 적혀 있거든요. 이 문구가 의미심장합니다.
▶천현우 : 잇는다는 게 용접이 쇠랑 쇠를 붙이는 작업이잖아요. 사실 바느질 같은 작업인데 글로 아무도 모르는 세상과 삶을, 그러니까 세상과 삶을 독자들과 함께 이렇게 잇겠다는 의미였고요. 처음 공장 얘기가 SNS상에 유명세를 탔을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코멘트가 "야, 나 이거 알아."가 아니고 "기막히다. 몰랐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어서 그래서 할 말 다 해 보겠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사실 제가 쓴 문구가 아닙니다. 나름대로 해석해 봤어요.
▷김태현 : 혹시 이것 제가 너무 앞선 해석 아닐지 모르겠는데 누가 이런 현실을 알아줄까. 기자? 정치가? 금속노조? 진보지식인? 여기다 다 물음표 단 건 혹시 다들 언론도 그렇고 노조도 그렇고 정치권도 그렇고 지방 노동현장 힘듭니다, 어렵습니다, 해결책 내야 됩니다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해결책 안 내고 본인들 필요할 때만 이용한다, 이런 불만이 좀 깔려 있는 거예요?
▶천현우 : 그런 전방위 사격은 아니고요. 다만 그냥 당사자가 아니면 한 뎁스가 조금씩 부족하더라고요, 결국은 고충을 알아주는 데. 그래서 그렇게 썼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청취자분들이 관심 너무 많으시네. 4973님께서 이런 질문 주셨어요. "그런데 용접 일을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거예요?" 이렇게 질문 주셨네요.
▶천현우 : 용접 일은 제가 원래 큰 거액의 빚을 지게 됩니다. 2014년에 8000만 원 가까이 되는 빚을 지게 됐었는데요. 그럼 어쩔 수 없잖아요. 공장일을 하면서 주말에는 막노동을 병행했는데 조경 노가다를 하게 됐어요, 소개를 받아서.
▷김태현 : 막노동.
▶천현우 : 조경 막노동을 하게 됐는데 H빔을 처음에 세워서 용접을 하는 걸 봤거든요. 그런데 용접을 처음 하게 되면 사람들이 막 불꽃이 튀니까 무섭잖아요. 이렇게 피하게 되는데 그 용접면을 딱 쓰고 보면 잔불은 안 보이고 앞에 반딧불이 같은 것만 싹 움직이면서 딱 용접면을 떼면 자국이 이렇게 싹 남아 있는데 멋지더라고요. 이거다. 나의 인생직업이다, 이게. 그때부터.
▷김태현 : 처음에 딱 했는데 좋으셨구나.
▶천현우 : 네, 딱 봐도 너무 좋은 거예요. 해 보자, 이거.
▷김태현 : 그럼 장점을 거기서 많이 발견하셨으니까 하셨을 거고 하면서 단점 같은 건 없어요?
▶천현우 : 용접은 장점은 그런데 제 결과물, 제가 제 실력을 바로 그냥 눈앞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그럼으로써 뿌듯함이 있고 단점은 뭐냐 하면 돈 되는 용접, 돈 안 되는 용접이 따로 있어요, 사실.
▷김태현 : 그래요?
▶천현우 : 용접이 하는 것마다 천차만별이라서 저희는 보통 건설현장에서 전기용접하는 것만 보는데 육상에서 하는 쇼트용접이라는 것도 있고 그다음에 티그용접이라고 배관 용접하는데 주로 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게 단가가 다 달라요. 문제는 비싼 용접들은 지금은 수요보다는 공급이 더 많아서 텃세도 좀 있고 배우기도 어렵고 그런 것들이 있어요.
▷김태현 : 그렇구나. 창원에서 일하시잖아요, 통합창원시.
▶천현우 : 거기서 일했었죠.
▷김태현 : 지방 근무현장은 어떻습니까?
▶천현우 : 지방 현장이 사실은 엄청 열악하죠. 그런데 지방의 근무환경이라고 이렇게 딱 퉁치기보다는 공장노동이 처한 근본적 문제라고 봐요.
▷김태현 : 그건 지방이든 수도권이든 마찬가지다?
▶천현우 : 그렇게 열악하다고 우리가 맨날 노동계에서 얘기하는 쿠팡이랑 배달의 민족 있지 않습니까? 배달하는 것. 그런 플랫폼 노동이 사실은 공장노동보다 낫습니다. 시간에 그래도 어느 정도 자율권이 있고 그리고 수익도 내가 어떻게 내보려고 하면 내볼 수 있고. 그래서 직업,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임금사다리가 어느 정도는 만들어져 있는데 저희는 그냥 최저임금에서 뱅뱅뱅 돌아요. 그렇기 때문에 공장노동이 원래 힘들어도 실력만큼 받아 갈 수 있는 구조였는데 그게 깨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열악합니다.
▷김태현 : 그 얘기는 택배노동자 과로 얘기들 많이 하잖아요, 사실은 언론에서. 과로하다가 돌아가시는 분도 있고. 그래도 택배노동자분들은 만약 배달을 많이 하면 그래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지방의 공장에서 일하시는 현장의 근로자분들은 그것도 안 된다?
▶천현우 : 그렇죠.
▷김태현 : 내가 정말 열심히 더 하루에 잠도 안 자고 하루 24시간 풀로 일을 해도 소득을 많이 낼 수가 없다?
▶천현우 : 200만 원이 통곡의 벽이라고 제가 부르는데요. 8시간 해서 200만 원을 넘기기가 굉장히 힘들고 52시간을 주야로 교대를 해서 하면 300만 원 정도 받아갈 수 있어요. 그게 맥시멈입니다. 거기서 더 못 올라갑니다.
▷김태현 : 그건 왜 그런 거죠?
▶천현우 : 임금이 최저임금에서 돌고 그리고.
▷김태현 : 시간당 임금체계 자체가.
▶천현우 : 그렇죠. 그리고 기업들이 최저임금 이상을 줄 여력이 사실 있는 업체들도 많이 없어졌고요. 그리고 원청에서 많이 내려주지도 않고요. 그런 거죠.
▷김태현 : 알겠습니다. 임금을 많이 줄 수 있는 회사도 없어졌다는 얘기는 간혹 언론에서 지방 제조업 현장이 붕괴되고 있다, 이런 표현들 많이 쓰는데 그런 것과도 연관이 있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천현우 : 그렇죠. 사실 결국은 우리나라의 사업체들이 독립적이지 못하고 작은 곳들이 보통 대기업에 목구멍이 포도청처럼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건데 대기업에서 그러면 계속 경쟁 붙이고 그러다 보면 점점점 단가 내려가고. 그러다 보면 결국은 대기업 빼고는 다 죽는 거죠. 지금 그 상황인 거죠, 대체로.
▷김태현 : 알겠습니다. 지방에 사시는 청년의 삶에 대한 글도 쓰셨던데요, 보니까. 지방청년들은 결혼하는 것도 힘들다, 이렇게 쓰셨거든요.
▶천현우 : 그게 사실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여기서 잠깐 말씀을 드리자면 지역청년에 대한 얘기를 좀 하려고 하는데 저 같은 지역청년들. 특히나 공장노동자들은 이성 만날 기회 자체가 사실 없습니다, 아예. 아예 없기 때문에 연애를 시작해 보지 못해요. 그럼 이성을 어떻게 대해야 될지 모르는 채로 나이를 먹어요. 제가 서울 올라와서 진짜 고생했거든요. 왜냐하면 화이트칼라 잡을 하는데 여성들이 절반이 넘어요. 어떻게 대해야 될지 전혀 모르는 거예요. 군대 10년 복무하다가 갑자기 나온 거예요, 얘가 사회로.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거예요. 그 상태로 있으면 옷 입는 것, 머리 다듬는 것. 이런 기본적인 꾸밈조차도 안 하게 되고 그럼 사귈 기회가 와도 잡을 수도 없겠죠. 그러면 연애부터 어려운데 결혼이 힘든 건 당연하죠. 그래서 제가 되묻고 싶어요. 결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죠, 제가?
▷김태현 : 이 글을 쓰시다가 비판도 많이 받았다고 하셨잖아요.
▶천현우 : 네.
▷김태현 : 누구로부터 어떤 유의 비판받으신 거예요?
▶천현우 : 서울 수도권에서 사는 분들이, 거주하는 분들이 젠더의식이 부족하다는 거였는데 사실은 저희 지방청년들은 그 삶이 익숙해요. 남성, 여성 분업모델. 왜냐하면 남성들이 원래 12시간을 일하고. 그러니까 이렇게 설명해야겠네요. 남녀가 8시간, 8시간 공평하게 일하는 것보다 남자 1명이 몰아서 12시간 일하면 잔업수당이나 이런 것들 때문에 이게 차라리 이익이고 여성은 육아를 분담하는 이 모델이 있었습니다. 중공업 모델이 있었는데 이 모델이 해체가 됐어요. 서울권에서는 아예 어림도 없는 얘기죠, 다 맞벌이하니까. 그런데 우리는 이것에 너무 익숙해서 이런 체계가 있고 우리는 이 사고 안에서 아직 갇혀서 사고하고 있는데 사실 안 돌아가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이것밖에 아직 기다릴 수... 이런 체계밖에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게 없다. 가족 이외에 다른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런 의미였어요.
▷김태현 : 알겠습니다. 지방에도 개인주의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얘기도 쓰셨던데 이건 어떤 의미예요?
▶천현우 : 개인주의의 바람이라고 하는 게 아까 전에 이어서 말씀드리면 자기 삶이 되게 단조로울수록 사실은 가족이라는 목표가 중요해지잖아요. 내가 가족이라도 있어야 뭐가 삶이 목표가 생기고 뭔가 해 주고 싶은 게 생기고 이러는데 가족주의가 촌스럽고 낡았다의 문제를 떠나서 물리적으로 그냥 해체가 되고 있습니다, 지방에서. 해체가 되고 있고 가족의 대가 끊겼는데 가족주의가 존속할 수가 없겠죠. 그러면 가족밖에 비빌 수 없는 사람들이 억지로 개인주의로 내몰리는 겁니다.
▷김태현 : 지방을 청년들이 많이 떠나고 있다. 이런 얘기는 사실은 언론에서도 많이 오래전부터 보도가 됐던 거고 지금은 다 고령자들만 있다, 지방에 가보면. 청년들은 없다. 이런 얘기들 많이 하지 않습니까?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 거예요?
▶천현우 : 결국은 사실 일자리 문제죠. 일자리 외에 나머지는 저는 좀 자잘한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냥 소신 발언입니다. 그런데 일자리 종류가 일단 없고요. 일자리 종류가 없을뿐더러 예전에는 제조업이 남아 있었거든요, 그나마. 제조업이 그런데 수도권 언저리로 갑니다. 송도, 용인, 평택 이런 쪽으로 가지 이제 지방으로, 군산으로 내려 보내지 않고 거제로 내려 보내지 않습니다. 그러면 지방에 남은 대부분 일자리들도 그나마 경력이 다 숙련을 쳐줘서 임금을 좀 줄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 임금을 지불할 여력을 상실했습니다. 그럼 종류도 적고 버는 액수도 적은데 그나마 좀 주는 곳들은 이미 많거나 그런데 여기서 있으면 커리어를 손해 봐요, 임금은 적게 주는데. 합리적으로 봤을 때는 떠날 수밖에 없는 거죠.
▷김태현 : 12년간 창원에서 제조업 현장에 있으셨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지금은 어디 계시는 거예요?
▶천현우 : 제가 지금은 잠깐 서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김태현 : 그러면 지금은 용접 일 안 하시고요?
▶천현우 : 용접 일을 지금 안 하고 있고 지금 소설 계약이 있어서 소설 집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태현 : 그러면 예를 들면 소설 집필하는 문제 때문에 창원을 떠나셔서 서울로 오신 거군요.
▶천현우 : 원래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라는 회사에 입사 제의를 받고 얼룩소에 입사했다가 1년 3~4개월 정도 근무한 다음에 나와서 지금은 소설에 집중하고 있는 중이에요.
▷김태현 : 알겠습니다. 창원에서 근무하셨잖아요. 지방 중에서도 창원은 그래도 공장이 워낙 많고 공업도시라서 다른 지방에 비하면 일자리가 그래도 상황이 좀 나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창원도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천현우 : 창원이 그러니까 대공장이 몇 개 있는데 대공장들도 이제 정규직을 뽑지 않아요. 대부분 정규직을 뽑지 않고 뽑는 데도 되게 극소수로 뽑기 때문에 계급사다리가 무너졌고 하청에서 일하면 말씀드렸다시피 몇 개의 외국계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볼보 이런 데서는 그래도 하청과 원청 임금을 맞춰주려고 노력하는데 그걸 노력을 안 하는 업체들이 훨씬 많고 그러면 최저임금에서 도는 거죠. 그러면 다 떠나는 거죠.
▷김태현 : 알겠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여기서 답을 찾아봐야 할 텐데 지방을 떠나는 청년들, 이 청년들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경험을 해 보셨으니까.
▶천현우 : 청년만 떠나는 게 아니고요. 기성세대들도 다 떠나요. 제가 어디서 봤었냐 하면 조선소에서 봤어요. 제가 20대 때는 어떤 게 있었냐 하면 돈 벌려면 조선소 가자, 답 없으면 조선소 가자. 일단은 조선소로 갈 수 있는 게 있었어요.
▷김태현 : 거기가 일자리가 좋으니까 그래도.
▶천현우 : 임금은 주니까, 너무 힘들어도. 진짜 힘들어도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는데 작년 조선소 파업이 있었지 않습니까? 하청에서 했는데 이 파업을 주도한 유최안 지회장이 경력 20년에 탑재용접을 했어요. 탑재용접이라는 게 용접 선박 위에서 하는 용접인데 가장 힘든 용접에 속해요, 조선소 중에서. 그런데 이분이 진짜 최저임금을 받았더라고요, 실제로. 그런데 대통령이 어떻게 했냐 하면 불법행위라고 이렇게 못을 박아버리고 행안부 장관은 경찰특공대 투입을 검토해 보겠다 하고 겁박을 해요. 그런데 그런 걸 보면서 지역주민들이 뭘 느끼겠어요. 지역에서 일하면 손해라고 생각해서 다 떠나버리죠. 결국 지역에 있는 일자리부터 제대로 돌아봐야 된다, 다른 무슨 삐까뻔쩍한 제도보다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보니까 지난 정부 때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활동도 하셨다고 나와 있는데 당시에 청년들이 진짜 원하고 필요를 느꼈던 그런 정책은 뭐였어요?
▶천현우 : 물론 제가 모든 청년들을 만날 수 없었고 애초에 이승윤 부위원장님께서 저를 데려오실 때 저희 청조위가 결국은 수도권 혹은 수도권이 아니더라도 여러 젠더와 지역을 많이 아우르기는 했어도 현장직 노동자가 없다. 그래서 현장직 얘기를 좀 해 달라, 지방 실업계고 나온 애들, 전문대 나온 청년들을 대신 대의해 줘라. 이런 요구를 받고 자리에 갔었거든요. 그런데 그 청년집단은 사실 제대로 된 일, 그러니까 실제 단순노동 말고요. 제대로 된 일도 배우고 싶고 또 하고 싶어요. 그리고 또 회사 가서 다치기도 싫고 선배들한테 말도 안 되는 갑질도 당하기 싫은데 뼈 빠지게 일하는 건 감내할 수 있단 말이에요, 이 친구들이. 힘든 건 감내할 수 있는데 내일이 없는 삶을 더 괴로워했어요, 제가 알기로는. 그래서 그런 고충들, 내일이 없는 삶을 어떻게 우리가 좀 더 헤아릴 수 있을까. 이걸 아우르는 정책이 필요했었습니다.
▷김태현 : 모든 정부마다 청년정책 내놓고 청년을 위하겠습니다, 위하겠습니다 하는데 정작 수요자인 청년들은 만족하지 못하잖아요. 그런 정책의 한계, 이건 어디서 비롯된 거라고 보십니까?
▶천현우 : 저는 정책의 한계점 이전에 나라가 세팅이 좀 잘못됐었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이 좋은 대학을 나오면 상위 노동시장으로 이전되는 비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가뜩이나 연금이 적고 이런 사회잖아요. 그럼 부모세대들은 일단 집 한 채를 끌어안아요. 집 한 채를 빚 끼고 끌어안으면 다음 여력이 뭐가 있어요. 여력이 없기 때문에 뭘 물려줄 수 없기 때문에 그럼 뭘 하려고 하느냐? 학벌을 달아주려고 매달립니다. 정규직의 노동자분들 있거든요, 공장에. 그럼 딸들 전부 다 명문대 보내려고 안간힘을 써요. 그리고 그 모두가 학벌을 물려주고 상위 노동시장으로 이전된 결과 대한민국 청년세대들 대부분이 불행해졌습니다. 사실 학벌 말고, 제대로 된 학벌이 없더라도 좋은 직장을 갈 수 있는 다른 사다리를 만들어줘야 되는데 그걸 안 했던 게 더 근본적인 문제 같아요, 정책의 문제 이전에 저는.
▷김태현 : 알겠습니다. 아이어른 님께서 "그렇지. 내일이 없으면 오늘 버티기 힘들지."라고 문자 주셨고 마레린 님께서는 "자꾸 들을수록 안타깝네요." 하시면서 천현우 씨 얘기에 많은 우리 청취자분들께서 표해 주시고 계십니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마무리해야 될 것 같네요. 지금까지 청년공 천현우 씨였습니다. 소설 집필 다하시면 내려가신다는 거죠, 창원에?
▶천현우 : 마산이 훨씬 글이 잘 써져요. 바다 보면서 글 쓰는 거랑 한강 보면서 글 쓰는 거랑 레벨이 다릅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천현우 씨였습니다.
▶천현우 : 감사합니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SBS 김태현의 정치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