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성범죄 예방을 위해 공중화장실마다 비상벨을 의무 설치하도록 2년 전에 법이 개정됐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공항이나 고속도로 휴게소를 살펴봤더니, 아직도 벨이 설치되지 않거나 먹통인 곳이 수두룩했습니다.
이호건 기자입니다.
<기자>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에 있는 김포졸음쉼터.
허가를 받고 공중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설치된 비상벨을 점검해 봤습니다.
원래 버튼을 누르면 경광등이 켜지며 경보음이 울리는 방식인데, 아무리 눌러봐도 반응이 없습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 : 저도 한번 눌러보지는 않았는데. 얼마 전에 됐었는데. 안 울려.]
다른 칸도 마찬가지, 모든 비상벨이 먹통입니다.
이번엔 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김포공항.
화장실 비상벨을 눌러보니 소리는 났지만,
[연결됐나요? 연결됐나요?]
15분 넘게 기다려봐도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비상벨이 관리자 쪽과 연결되지 않아 후속 조치가 없는 겁니다.
공중화장실에 비상벨 설치를 의무화한 법 개정이 된 지 2년이 넘었지만, 현장 관리는 여전히 엉터리입니다.
설치 대수도 턱없이 적어, 화장실 칸 대비 비상벨 수가 고속도로 휴게소는 2천2백여 개, 공항은 3천8백여 개, 철도역은 7백여 개가 모자랍니다.
비상벨은 이렇게 운영하면서 이 기관들은 시설 내 불법촬영 적발 건수는 축소했습니다.
코레일과 도로공사 등이 파악한 지난 5년간 시설 내 불법촬영 적발 건수는 '0'건.
하지만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 경찰 등이 집계한 불법촬영 적발 건수는 무려 2천7백여 건이나 됩니다.
이에 대해 코레일 등은 불법촬영 적발 건 누락을 시인하면서, 비상벨 설치를 늘리고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장비로 교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이찬수, 영상편집 : 박지인, CG : 최재영, VJ : 박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