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아시안게임 사격 러닝타깃 정상 단체전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북한 선수가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현지 시간 25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10m 러닝타깃 정상 단체전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해당 종목에서 대한민국의 하광철, 정유진, 곽용빈 선수는 1위를 차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2위와 3위는 북한과 인도네시아로, 북한의 경우 우리와 점수가 같았지만 이너텐(Inner Ten · 10점 정중앙) 횟수에서 뒤처져 은메달을 차지했습니다.
각각의 자리에서 메달을 건네받은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지만 북한 선수들은 달랐습니다.
은메달을 수여받던 북한의 박명원, 유성준, 권광일 선수는 굳은 표정이었고, 종종 한숨을 쉬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어서 대한민국 국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시상대에 올라 있던 북한 선수들은 대한민국 국기를 외면했습니다.
애국가 울려 퍼지던 도중 박명원 선수가 잠시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담기기도 했습니다.
시상식이 모두 끝난 뒤 기념사진 촬영이 진행될 때에도 북한 선수들은 굳은 모습이었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1위 단상에 다 같이 올라올 것을 제안하자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웃으며 단상에 올랐지만, 북한 선수들은 우리 선수들의 제안에 들은 체하는 기색조차 없었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의 어깨를 두드리는 등 부탁했음에도 북한 선수들은 응하지 않았고,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이 광경을 당황스럽다는 듯이 지켜봤습니다.
결국 수상하게 된 모든 선수들은 각자의 단상에서 내려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게 됐습니다.
시상 이후 우리나라 하광철 선수는 "원래 악수를 하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되는 상황이었다"며 "(1위 단상에 함께) 올라가서 사진 찍자고 하니 몸으로 '올라가면 안 된다'고 표현한 것 같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얘기하지 않았다"라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러닝타깃은 사냥감처럼 옆으로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종목으로, 표적 속도가 일정한 정상 종목과 무작위로 속도가 달라지는 혼합으로 나뉩니다.
이날 우리나라는 선두 경쟁을 벌이던 북한, 베트남 등이 후반 들어 무너지며 '깜짝 금메달'을 품에 안은 반면, 북한은 후반부에 미끄러졌습니다.
앞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 북한의 박명원은 남자 10m러닝 타깃 혼합 개인을 비롯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며 2관왕에 오른 바 있지만, 이번 항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사진=SBS 자료화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