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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주문한 음료 아니어도 "괜찮아요^^"…일본의 아주 특별한 카페

일본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 (사진= The Washington Post, 오렌지데이 센가와 홈페이지)
"주문한 메뉴가 늦게 나와도, 음료가 잘못 나와도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 주세요."

주문한 메뉴가 느리게 나와도 엉뚱한 음료가 나와도 손님들이 불평하지 않는, 일명 '주문을 틀려도 되는 카페'가 일본에서 화제입니다.

19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일본 도쿄 서부 교외 지역 센가와에 있는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가 매달 한 번씩 이른바 '느린 카페'로 변신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 (사진= The Washington Post, 오렌지데이 센가와 홈페이지)
▲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 외관

카페에 들어서면 머리가 희끗한 백발의 직원들이 주문서를 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문을 잊어버리거나 다른 테이블에 나가야 할 음식을 잘못 전달하기도 하고, 주문한 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선 16분 넘게 기다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카페 손님 누구도 이에 대해 불평하지 않습니다.

이날 손님들은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이 서빙하는 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날만큼은 손님들도 직원의 실수를 감싸고 "괜찮다"라고 웃어 보이며 상황을 마무리합니다.

이 같은 이벤트는 전 주인이 치매에 걸린 자신의 부모에게 한 달에 한 번 카페 일을 맡기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오렌지 데이'에는 치매를 앓는 노인 종업원 1명과 자원봉사자 1명이 짝을 이루어 주문을 받고 서빙하며, 자원봉사자는 평소 치매 환자의 상황을 잘 이해하는 사람을 모집해 선출합니다.

일본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 (사진= The Washington Post, 오렌지데이 센가와 홈페이지)
▲ 치매 환자와 자원봉사자가 2인 1조로 주문 받는 모습

또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부에 테이블석은 4개만 배치하고, 메뉴는 기억하기 쉽도록 케이크와 음료만, 식기와 트레이는 가볍고 튼튼한 나무와 플라스틱 제품으로, 각 테이블에는 각각 다른 색의 꽃을 표식으로 두어 어느 테이블의 주문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재 카페를 운영하는 새 주인도 이를 이어오면서 지역 당국과 협력해 지역 내 치매 노인들을 연계해 직원으로 채용 중입니다.

2년 전부터 치매 증상을 보여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던 모리타 토시오(85) 씨는 이곳 카페에서 '일일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많은 손님들과 대화할 수 있게 됐다며 "이곳이 즐겁다.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다시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 (사진= The Washington Post, 오렌지데이 센가와 홈페이지)
▲ 주문을 받는 모리타 씨(왼쪽), 주문서와 테이블에 표식으로 둔 꽃(오른쪽)

이곳을 찾는 손님들 가운데 치매를 앓던 가족을 떠나보낸 손님들이 오기도 하는데, 16세 딸과 함께 카페를 방문한 아리카와 토모미(48) 씨는 "아버지와 함께 했던 순간이 떠올라 눈물 날뻔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일본은 2006년 이미 인구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해 치매 환자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능한 한 오랫동안 정신적, 육체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2017년 '치매 카페'가 도입된 후, 현재 일본 전역에 이 같은 매장이 점점 더 많이 생기고 있는 추세입니다.

매체는 "치매 환자는 고립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새로운 사람과 교류하고 스스로 돈을 벌며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신이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게 되고, 이를 통해 환자들의 병 진행을 늦추는데 도움이 된다"라고 전했습니다.

오렌지 데이 센가와를 운영하는 이와타 유이 씨는 "많은 (치매) 노인이 요양원이나 병원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중이 (치매에 대해) 더 잘 이해하면 이들이 외출하기도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The Washington Post, 오렌지데이 센가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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