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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우리 모두가 언제나 불안한 이유는…'만들어진 불안감'?

[뉴욕타임스 칼럼] Why Does Everyone Feel So Insecure All the Time?, By Astra Taylor

스프 NYT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스트라 테일러는 시민운동가, 영화 제작자다. 신간 "불안의 시대: 모든 게 떨어져 나갈 때 하나로 뭉치기(The Age of Insecurity: Coming Together as Things Fall Apart)"를 썼다.
 

2020년 이후 가장 부유한 1%가 전 세계에서 새로 창출된 부의 2/3를 차지했다. 나머지 99%가 갖게 된 것의 두 배를 상위 1%가 독식했다는 뜻이다. 2022년 초에는 단 10명의 억만장자가 소유한 부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30억 명의 사람들이 가진 것의 여섯 배에 달했다. 미국에서는 상위 10%의 부유층이 모든 자산의 7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경악할 만한 통계지만, 이제는 모두에게 익숙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10년 전 월가 점령시위가 '불평등'이라는 개념을 국가적 담론의 주제로 쏘아 올린 이후, 미국 정치의 단골 소재가 되었으니 말이다. 버니 샌더스 대선 캠프의 동력이 되기도 했고, 학계와 공공 정책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관련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불평등 위기에 대해 아무리 이야기해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사실도 거듭 증명됐다.

우리 시대의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큰 틀이 필요하다. 우리는 불안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불평등 때문에 우리가 위, 아래의 부와 빈곤을 의식하게 된다면, 불안은 우리에게 양옆을 돌아보며 잠재적으로 강력한 공통점들을 인식하게 만든다.

불평등이 통계에 드러난다면, 불안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 페미니즘의 표어를 빌려 설명하자면, 불안은 개인적인 동시에 정치적이다. 나는 경제적인 문제가 곧 감정적인 문제임을 인식하게 됐다. 공과금 독촉 전화를 받을 때 몰려오는 수치심, 집세 내는 날이나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날이 다가올 때의 아드레날린 폭발, 은퇴 이후를 생각할 때의 두려움을 떠올려 보자.

불평등과 달리 불안은 단순히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이분법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마저도 불필요한 고통을 널리 느낄 만큼 보편적인 문제다. 우리 모두 정도는 다르지만 미래에 대해 부담과 걱정,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늘 대비하고 불안해하면서도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느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잠재적인 위협에 맞서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사재 끼고, 더 일하고, 자격증을 따고, 절약하고, 저축하고, 투자하고, 다이어트하고, 병원에 가지 않고 혼자 치료하고, 명상하고, 운동하고, 피부를 관리한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이유는 이렇다. 안정을 얻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들, 즉 돈을 벌고 자산을 구입하고 학위를 따고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일들이 곧 우리가 갈구하는 안정을 제공하지 않는 시스템에 투자하는 일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퇴직연금(퇴직연금에 들 만큼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가정하에)은 아마도 높은 확률로 지구를 병들게 하는 산업에 투자되고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월급을 주는 테크 기업은 민주주의를 저해한다. 내가 가진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다른 사람들의 주거 안정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불확실성과 위험을 끌어안고 사는 것은 인류에게 새로운 일이 아니다. 기나긴 진화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해 온 존재에게 어찌 불안감이 없겠는가? 고대 철학자들은 평정을, 불교 사상가들은 선의 개념을 만들어 낸 것도 다 삶이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고, 불안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존적인 불안감과 인간됨은 분리할 수 없다. 불안감은 우리가 생존을 위해 다른 이에게 의존해야 하는 데서, 신체와 정신이 부상과 질병에 취약하다는 데서, 그리고 필연적인 죽음의 존재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런 종류의 불안감으로부터 완전히 도망치거나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실존적 불안이 아니다. 우리가 불안을 덜 느끼도록 사회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지금의 사회 구조는 완전히 반대다. 나는 이것을 '만들어진 불안감'이라고 부른다. 실존적 불안이 인간과 뗄 수 없고, 그래서 이를 받아들이고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라면, '만들어진 불안'은 착취를 용이하게 만들고 우리의 자존감과 웰빙을 끊임없이 공격해 이익을 취한다. 정치철학자와 경제학자, 마케팅 업계는 우리의 경제 시스템이 불안감을 만들어 내서 그것을 기반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지적해 왔다. 우리 모두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만들어진 불안이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를 인식해야만 그제야 다른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

만들어진 불안감은 필연적인 것이 아님에도, 우리는 그것을 점점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 금융과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복지국가의 쇠퇴를 비롯해, 최근 수십 년 사이 불평등이라는 개념을 부상시킨 일련의 전개는 동시에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부유한 사람이건 노동자 계층이건, 그 불안감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좋은 이들이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찾고, 심지어는 주기적인 충격마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이들은 아무도 이길 수 없는 게임을 만들어 냈다. 자신들도 스트레스를 받으며 언제나 고군분투해야 하는 게임, 나머지 사람들과 함께 매연과 먼지로 더러워진 공기를 마실 수밖에 없는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즉 부유한 이들조차도 새로운 형태의 안정이 존재하는 세상, 새로운 규칙을 다시 쓰는 것으로부터 이익을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평생 나는 내 볼이 걱정거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볼살"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고, 걱정할 거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가디언에서 볼살을 "새해로 이어질 새로운 걱정거리"로 묘사한 기사를 보게 됐다. 어쩌면 당신도 그 기사를 봤을지 모른다. 아니면 다른 무언가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는 기사를 보았을 수도 있다. 그 무언가란 가르마 방향일 수도, 청바지 핏일 수도, 자동차 브랜드일 수도, 살고 있는 집의 크기나 인테리어일 수도 있다.

영국의 정치이론가 마크 네오클레우스의 지적대로 "불안(insecurity)"이라는 단어가 영국인들의 언어생활에 등장하게 된 것은 17세기의 일이다. 시장 중심 사회가 막 태동하기 시작한 시기다. 자본주의는 부정적인 감정을 동력으로 삼았다.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물건을 사들였다. 1930년 미국에서 나온 한 잡지("Printers' Ink")를 보면 "행복한 고객은 불행한 고객보다 돈이 덜 된다"고 쓰여있다. 우리는 괜찮고, 바뀌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세상이라고 말하는 마케팅이나 광고를 상상할 수 있는가? 만들어진 불안은 우리에게 더 많은 돈과 물건을 모으도록 한다. 연결, 의미, 목적, 만족, 안전, 자존감, 존엄과 존경 등을 두루 포함하는 "안정"이라는 것은 사실 상품화될 수 없지만, 우리는 돈과 물건을 안정에 대한 일종의 대리물로 인식하게 됐다.

불안감의 교묘하고도 압도적인 특성 중 하나는 이것이 불평등과 달리 주관적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는 감정이나 정서는 통계와 일치되는 경우가 드물다. 불안감은 박탈감만큼이나 기대감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반드시 최악의 상황에 처해야만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시점에 부의 분배 상황을 일컫는 불평등과 달리, 불안감은 현재는 물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예측까지도 아우르는 개념이다.

불안감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장 가혹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최근 몇 년간 불평등이 건강과 행복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불평등의 증가와 이로 인한 불안감은 신체적 질병, 우울증, 불안증, 악물 남용과 중독의 증가로 이어진다. 경쟁이 치열하고 소비주의적인 사회에서는 누구나 지위를 의식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병에 걸리기 쉽다.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상실 대한 두려움"에 대해 쓰면서 부 자체가 어떻게 근심의 근원이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산이라는 것은 지키고 불리지 않으면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벤담은 1802년에 출간한 "입법론(Theory of Legislation)"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불안감이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것을 즐기지 못한다. 보존에 대한 관심이 수천 가지 슬프고 고통스러운 예방책으로 이어지지만, 그 예방책은 언제나 실패할 수밖에 없다."

벤담이 이야기한 것은 도둑이 훔쳐 갈 수 있는 돈과 물건이었지만, 이는 절대로 도둑맞을 수 없음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인 지위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경제적인 극단의 세상에는 가장 부유한 이들조차도 자산의 가치, 자기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부유한 이들조차 끊임없이 위를 바라보며 숨 가쁘게 달려가는 이유는 바로 이 불안감 때문이다.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이 '프랙털 불평등(fractal ineqaulity)'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프랙털의 촘촘한 덫에 걸려있는 이들에게 압도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불안감이다. 빚을 진 사람은 돈이 한 푼도 없는 사람을 보고, 돈이 한 푼도 없는 사람은 5만 달러를 가진 사람을 보고, 5만 달러를 가진 사람은 백만장자를, 백만장자는 억만장자를, 억만장자는 그보다 두 배 더 가진 사람을 본다. 끝이 없다.

객관적으로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음에도 내가 가진 것이 충분치 않다고 느끼는 위화감은 단순히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을 보는 데서 나오는 반응이나 단순한 욕망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부나 빈곤에 상한선도 하한선도 없는 불안하고 위험한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이 명성과 힘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에서 드러나듯 규제도, 과세도 받지 않는 프랙털의 나선은 끝없이 확장된다.

몇 년 전, 내 여동생은 브루클린의 힙한 카페에서 일했다. 빈티지 파리풍의 레트로한 카페였다. 단골도 꽤 있었는데, 그중에는 수다스러운 중세 마니아 손님이 있었다. 손님이 많지 않던 어느 날, 바리스타가 그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카페 주인이 컴퓨터로 CCTV 영상을 보다가, 손님과 너무 떠들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 위해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 동생에게 그 작은 공간에 카메라가 몇 대나 달려있냐고 물으니, 알고 있는 것만 최소 8대에 그 이상일 수도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늑하고 예쁜 카페가 실은 주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모든 각도에서 공간을 감시할 수 있는 파놉티콘이었다. 동네 주민이자 손님에게 약간의 친절을 베풀고자 하는 직원마저도 언제나 해고당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공간. CCTV는 직원들이 안전하게 느끼라고 설치된 것이 아니라, 고용에 대해 불안을 느끼게 하려고 설치된 셈이었다.

커피숍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뿐이 아니다.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부터, 식료품 가게 점원, 방사선 전문의로부터 연봉 높은 프로그래머까지, 노동자들은 점점 더 많은 감시 속에서 일하고 있다. 추적당하고 점수가 매겨지며, 언제든 발밑이 꺼질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산다.

이렇게 만들어진 불안은 인간의 동기 부여에 대한 냉소적인 관점을 반영한 것이다. 사람들이 창조하고 협력하고 서로를 살피고자 하는 욕구에서보다 위협이 있을 때만 일한다는 관점이다.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불안이라는 신경 쓰이는 문제"가 경쟁 경제 시스템에 내재된 특징으로, "노동자의 실업"과 "농부나 사업가의 파산"의 형태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갤브레이스는 "금전적 보상이라는 당근"과 함께 "개인의 경제적 재앙이라는 채찍"이 함께 가야 한다고 썼다.

실직에 대한 두려움만으로도 건강은 악화되고, 직장을 잃거나 원치 않는 실업을 경험하면 사망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은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여기서 문제는 절대적인 빈곤이 아니라 불안정성에서 오는 불안과 하향 이동성 및 지위 상실의 위협, 즉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위협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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