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충원으로 떠나는 고 채 해병에게 경례하는 김계환 사령관과 임성근 1사단장
해병대 고(故) 채 상병 순직 사고 조사 결과 축소를 위한 국방부의 외압이냐, 국방부의 정당한 지시를 어긴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이냐 논란 속에 해병대의 사기가 전례 없이 추락했습니다. 국군의 가장 강력한 힘인 해병대의 사기 저하는 안보의 위기 요인이라 걱정입니다.
해병대는 스스로 알아서 버텨야 합니다.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구경꾼들 수군거림 멀리하며 김계환 사령관의 판단과 지휘를 믿고 원래부터 향하던 강한 해병대의 길을 가야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해병대의 현역과 예비역들은 지혜를 모아 사령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것입니다.
채 상병 순직 사고를 낸 1사단의 임성근 사단장은 마지막 소임이 있었습니다. 말로만 책임지겠다고 하지 말고 진정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습니다. 일찍이 "군복 벗고 민간인 신분으로 경찰 수사받겠다"는 해병대 장군의 기개가 나왔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큽니다.
누가 김계환 사령관을 탓하랴
고 채 상병의 유족은 해병대가 아들을 지키지 못했지만 해병대를 믿고 있습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역할이 컸습니다. 김계환 사령관은 3일장으로 치러진 장례식 내내 상주로서 빈소를 지키며 채 해병을 예우했고, 박정훈 대령은 철저한 수사로 해병대의 진상 규명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김계환 사령관은 국방부의 조사 결과 수정과 이첩 보류 지시가 어떻게 하달됐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외압인지, 항명인지 꿰뚫고 있습니다. 본질이 어떻든 사령관은 박정훈 대령을 보직해임해야만 했습니다. 처절한 해임이었습니다. 해임했다 보류했다 해임했을 정도로 번민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끝내 해임을 결정한 뒤 박 대령을 찾아가 "앞으로 많이 힘들 테니까 마음 굳게 먹어라"라며 위로했다고 합니다.
김계환 사령관은 국방부와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박정훈 대령이야 소신에 따라 반발할 수 있지만, 사령관은 그럴 수 없습니다. 박 대령의 반발은 단순히 항명이지만, 사령관의 반발은 해병대 전체의 반발이자 파국입니다. 해병대 예비역들은 "김계환 사령관이 분명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하곤 하는데, 사령관의 선택은 은인자중(隱忍自重)뿐입니다. 외부 소란 차단하고 해병들이 동요 없이 계획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는 것이 사령관이 소임입니다. 사령관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만약 임성근 사단장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에게 반사실적 추론을 적용하면 이렇습니다. 만약 임 사단장이 경북도로부터 수색 임무 요청을 받은 뒤 곧바로 예하 지휘관들에게 전파했다면 부대는 구명조끼 등 안전장구를 갖췄을까? 지난달 18일 해병들이 수중 수색을 하는 보도 사진을 보고 수중 수색 중단 또는 안전장구 지급을 지시했다면 채 해병 순직 사고가 벌어졌을까? 수색 임무 요청을 즉각 전파하고, 지난달 18일 안전장구 지급을 지시했다면 채 해병은 희생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임성근 사단장이 '전역 후 민간인 신분의 경찰 수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면 외압·항명 사태가 불거졌을까? 3성 진급 포기하고 해병대 장군답게 직을 내려놓았다면 사단장 혐의를 빼니 마니 논란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임성근 사단장이 여러 국면에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결과, 외압·항명 사태가 불거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