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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별의별 이야기와 고정관념이 넘쳐나는 지역 - 남부에서 진실을 전하기

[뉴욕타임스 칼럼] Telling the Truth in a Story-Haunted South, By Margaret Renkl

스프 뉴욕타임스
 

*마가렛 랭클은 테네시주 내쉬빌에 살며, 뉴욕타임스 오피니언에 미국 남부의 동식물, 정치, 문화에 관한 칼럼을 쓴다.
 

우리 집 주방 겸 식당 벽에는 내쉬빌 사는 사진작가 하이디 로스가 테네시주 박람회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걸려 있다. 박람회 입구를 가리키는 표지판 아래 많은 사람이 모여 있고, 인파 속에 한 흑인 남성이 팔로 자기 목을 감싼 어린이를 안고 있는 사진이다. 옆에는 좀 더 큰 아이가 서 있다. 시대를 초월한 듯한 인생의 달콤한 순간을 훌륭하게 포착한 사진이다.

얼마 전에 공조 설비 기사들이 난방 장치를 새로 설치하려고 우리 집에 왔다. 온도 조절기를 확인하러 집을 가로질러 가던 기사 중 한 명이 그 사진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와 사진 정말 좋네요. 진짜 멋진 사진이군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몇 년 전에 우리 집에 다녀간 배관공이 한 말이 생각났다. 배관공은 호랑가시나무 울타리 뒤의 고장 난 실외 수도꼭지를 교체하러 왔었다.

"예전엔 봄철이면 이런 덤불을 땅벌들이 뒤덮고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엔 그런 벌들이 전혀 보이지 않더군요."

(미국) 남부에 살지 않는다면, 혹은 남부에 살더라도 보수적인 지역에 사는 백인 남성이라면 으레 종 다양성이 줄어드는 문제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흑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사진이 담아낸 아름다움에 매료될 리 없다고 여길지 모른다. 남부의 백인들이 무엇을 소중히 생각할지에 관한 고정관념은 남부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과 마찬가지로 매우 널리 퍼져 있다.

물론 남부 사람 중에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도 많다. 즉, 고정관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걸 몸소 입증함으로써 고정관념을 더욱 굳혀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내가 오랜 시간에 걸쳐 깨달은 교훈은 조금 다르다.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늘 훨씬 더 복잡한 존재다. 이를 깨닫게 해주는 경험에 주목할 때 우리는 더 많이 배운다. 우리 역사에는 피비린내 나는 갈등과 다툼이 가득하고, 오늘날에도 많은 정치인은 진실을 왜곡하고 억누르려 하지만, 남부 사람 중에는 남부를 잘 모르는 사람이 예단하는 것과 무척 다른 사람이 정말 많다.

최근에 P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남부의 이야기꾼들"은 정확히 그 점을 다뤘다. 아칸소주에 사는 영화감독 크레이그 르노가 제작과 연출을 맡았는데, (남부를 향한) 고정관념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텔레비전에서 이 문제를 날카롭게, 직접 다뤘다는 점이 반가웠다. 다큐멘터리는 복잡다단한 남부의 현주소를 다양한 측면에서 충실하게 잡아냈다. (지난 1일 3부작의 마지막 편이 방영된 다큐멘터리는 미국에서 PBS 유료 계정이 있거나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면 볼 수 있다.)

3부작의 첫 화는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작가 데이비드 조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남부 시골, 애팔래치아 산간 지방 사는 사람의 외모나 말투의 전형을 그대로 갖췄지만, 조이는 이 지역 출신 사람의 전형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자기 고향을 명확히 바라보며, 마치 전지적인 존재가 쓰듯 글을 쓴다. 픽업트럭 짐칸에 맨발로 앉아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남부에 관해서 꼭 하나 알았으면 하는 게 있다면, 여기는 정말 정말 많은 것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동네라는 거예요.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 찬 곳이기도 하지만, 나쁜 것들로 가득 찬 동네이기도 하죠."

다큐멘터리는 조이가 말한 남부의 아름다운 것과 나쁜 것들을 이야기꾼의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두루 살핀다. 미국 남부에는 특히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능력을 지닌 이들이 많은데, 앨라배마 출신의 고(故) 하퍼 리가 생전에 "여기(남부)는 이야기꾼들이 많은 곳이에요."라고 말한 것도 다큐멘터리에 등장한다.

하퍼 리보다 더 먼저 녹음된 고(故) 유도라 웰티의 인터뷰도 나온다. 웰티는 자기 고향 미시시피주가 어쩌다 이렇게 많은 작가를 배출했는지 묻는 질문에 남부 시골이 고립돼 있다 보니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가족에 관한 이야기 말고는 별로 즐길 거리가 없었거든요."

오늘날은 옛날에 비하면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작가들은 예전과 확연히 다른 예술적, 지적 전통 위에서 활동한다. 제리초 브라운, 제이슨 이스벨, 라일 러벳, 아만다 샤이어스, 매리 스틴버겐, 앤지 토머스, 나타샤 트레스위를 비롯한 수많은 작가가 마찬가지다. 그뿐 아니라 극작가, 작곡가, 시인, 소설가, 전기 작가, 역사가 등 이야기꾼의 범주도 넓어졌다. 무엇보다 이들은 유도라 웰티나 하퍼 리가 살던 시대의 남부에는 존재하지 않던, 혹은 폭력적으로 억눌려 있던 관점과 사상을 토대로 글을 쓰고 예술 활동을 한다.

"남부의 이야기꾼"에게 과거의 침묵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건 반복되는 주제다. 미시시피 출신 작가 제스민 워드는 자기 고향 공동묘지에 흑인 묘역과 백인 묘역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사람을 지우고, 과거를 지우고, 살아 있는 역사를 지워 버리는 일이죠. 우선 여기에 맞서려 해요. 이런 일은 일어나선 안 되는 가슴 아픈 일이니까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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