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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철근이 빠진' 아파트의 역습, 우리 집은 안전한가요?

[뉴스쉽] '철근 누락 사태' 이면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것 - 부실의 구조를 파헤쳐 보다

✏️ 뉴스쉽 네 줄 요약

· 인천 검단 신도시의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는 지붕과 기둥을 연결시키는 전단보강근이 대거 누락되면서 발생했습니다.

· 보를 이용해서 지붕을 지탱(기둥식구조)하거나 벽으로 지붕의 하중을 버티는 구조(벽식구조)와 달리 전단보강근은 기둥만으로 지붕의 무게를 지탱합니다. 그래서 지붕과 기둥을 연결하는 전단보강근이 반드시 필요한데, 인천 검단 신도시 붕괴 아파트를 비롯해 LH 아파트 16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 철근만 잘 설치된다면 무량판 구조는 안전하면서도 경제적이고 가변성도 뛰어난 공법이지만, 철근 누락으로 인한 무량판 포비아가 우리의 집을 덮치고 있습니다.

· 이 포비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설계부터 시공과 감리 전 과정에 걸쳐 구조기술사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역할하며 책임질 수 있는 건설 산업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스프 뉴스쉽
올해 내내 전세사기가 빌라와 그곳에 사는 입주민을 두렵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누락된 철근과 무량판 구조가 아파트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주택 가운데 약 64%가 아파트고, 전체 일반 가구(2,202만 가구) 중 절반이 넘는 1,114만 가구가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이토록 아파트를 선호한다는 것은 아파트가 갖는 대중성과 안정성, 편리성 등이 우리의 주거 문화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인데요. 때문에 아파트가 위협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 시대의 집 그 자체도 위험에 처했다는 뜻이 됩니다.

무엇이 우리의 집을 위협하는 것일까요? 드러난 철근 누락과 취약한 무량판 구조, 그리고 그 이면에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까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집이 정말 안전한 것인지를 진단해 보려 합니다.
 

붕괴의 시작 :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아파트는 안전하다'는 우리의 믿음이 송두리째 붕괴되기 시작한 건 인천 검단 신도시에서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 주차장이 와르르 무너진 순간부터였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시공능력평가에서 앞에서 5번째에 위치한 GS건설(2023년 기준)이 직접 시공을 맡은 현장에서 처참한 붕괴 사고가 발생했기에 그 충격은 더 컸습니다.

붕괴 당시 인근 CCTV 영상
그렇다면, 이 신축 아파트의 주차장은 왜 무너졌을까. 가장 먼저, 무량판 구조로 이뤄진 지하주차장의 기둥에 '전단보강근'이 통째로 누락된 것을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스프(뉴스쉽) (사진=연합뉴스)
무량판 구조는 기존의 벽식 구조나 기둥식 구조와 달리 천장(슬래브)을 지탱하는 게 기둥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천장과 기둥을 서로 결속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전단보강근이 적재적소에 설치되지 않는다면 무게를 떠받치는 힘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붕괴사고 직후 이 신축 아파트 사업의 발주처인 LH는 별도로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렸는데,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붕괴 지점에 반드시 필요했던 전단보강근이 빠져있어서 하중을 견디는 강도가 64%나 감소한 상태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붕괴지점은 하필이면 콘크리트의 품질도 평균 밑으로 떨어졌고, 사고 발생 전후로 붕괴 지점 바로 위에서는 조경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이때 과도하게 모래가 쌓여 설계 하중의 25%를 초과한 상태였습니다. 쉽게 말해서 무게는 더 무거워졌지만, 밑에서 떠받치는 힘은 철근 누락과 시멘트 품질 저하로 더 약해져 아파트 붕괴 사고로 이어진 것입니다.

인천 검단신도시 붕괴 현장
이 중에서도 철근 누락이 이번 붕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LH 조사위에서 위원장을 맡았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물론, 국토교통부가 별도로 꾸린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호서대학교 홍건호 건축공학과 교수도 무량판 구조를 지탱하는 철근만 제대로 설치가 됐었다면 붕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설계기준상으로 보면 여유력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안전율이 굉장히 높아서 일부 초과 하중이 온다고 해도 바로 건물 붕괴까지 가는 케이스는 극히 드뭅니다. 설계도서 검토 상으로 전단보강근이 다 있었으면 아마 붕괴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 홍건호 교수,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장 (지난달 5일)

'무량판 포비아', 무량판에는 죄가 없다

철근 누락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면서, '철근이 빠진 무량판 구조'는 아파트에 사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대상이 됐습니다. 너도나도 우리 집이 무량판 구조인지, 철근이 혹시라도 빠진 건 아닌지,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처럼 어떠한 전조 증상 없이 한순간 폭삭 무너지는 건 아닌지 다들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무량판 포비아'가 돌아온 것입니다.

이 무량판 구조는 지난 1995년 6월 29일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약 20년 동안 건축 현장에서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때문에, 삼풍백화점 사고로 퇴출됐던 무량판 구조가 다시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취지의 언론보도도 이어졌습니다.

스프(뉴스쉽)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무량판 구조는 다 붕괴 위험에 처한 것일까요? 이번 붕괴사고를 직접 조사한 LH 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인 박홍근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무량판에는 죄가 없다. 오히려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답을 제시했습니다.

무량판 구조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퇴출됐다가 원가 절감 등을 이유로 건축현장으로 돌아온 위험한 공법이 아닙니다. 오히려 무량판 구조는 100년도 더 된 건축 공법으로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무량판 구조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잘만 만들어진다면 안전성과 함께 경제성, 가변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먼저 안전성부터 보겠습니다. 기둥과 천장을 서로 연결하는 철근만 빠짐없이 설치가 된다고 하면, 무량판 구조의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됩니다. 즉, 정말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철근 누락과 부실 문제이지, 무량판 구조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무량판 구조를 최초로 도입한 압구정 현대 아파트는 '고급 민영 아파트 단지'의 시초가 됐다. 특히, 부촌을 강북 지역에서 강남 지역으로 옮겨온 상징적 아파트로 평가받기도 한다.
철근만 잘 설치하면 되기 때문에, 무량판 구조에서는 기둥과 천장 사이에 보를 설치할 필요가 없습니다. 보를 설치하기 위한 50~70cm 정도의 별도 공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돼 그만큼 층고를 절약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똑같은 높이의 건물을 짓더라도 무량판 구조라고 한다면 더 많은 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가뜩이나 서울처럼 높이 제한이 엄격한 곳에서는 무량판 구조는 다른 공법들보다 각광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량판 구조를 주거 공간에까지 적용한다면 장점은 극대화됩니다. 보통, 아파트에서 천장을 지탱하는 것은 벽(벽식 구조)입니다. 살다 보면 아파트가 오래되고 각 집별로 구조 변경이 필요해질 때가 있는데, 벽식 구조에서 구조 바꿔보겠다고 벽을 허물었다가는 집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파트를 새롭게 바꾸려면 모든 세대의 동의를 거쳐 다 부수고 새롭게 짓는 재건축을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가변성이 떨어져 우리나라의 아파트의 수명이 27년인데 반해, 영국은 128년, 독일은 121년, 미국은 72년, 일본은 54년에 이릅니다.

가변성을 높이려면? 네, 무량판 구조를 도입하면 됩니다. 벽 대신 기둥만 있어서 굳이 재건축을 하지 않더라도 리모델링만으로도 입주자가 공간을 자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오랫동안 아파트에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나라도 지난 2014년부터 주택법을 개정해 아파트가 좀 더 오랜 수명을 가질 수 있도록 '장수명주택 건설 인증기준'을 도입했는데, 이때 세부기준을 통해 '시대 변화, 가족구성 변화, 생활 주기나 생활양식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가변성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가변성을 위해 세대내부 공간에 내력벽이 아니라 기둥을 중심으로 하는 구조방식을 채택한다'고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삼풍 백화점 이후 퇴출됐던 무량판 구조가 우리의 주거 공간으로까지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LH 무량판 아파트 전수 조사', '철근 누락 추가 발견', '무량판 구조 민간아파트도 전수 조사'와 같은 뉴스들이 쏟아지면서 '왜 이토록 위험한 무량판 구조로 우리 집을 만든 것이냐?'는 두려움 섞인 원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철근이지 무량판이 아닙니다. 박홍근 교수는 "이번 붕괴 사태로 다시 무량판 구조가 다시 퇴출된다면 경제성과 가변성, 편리성 등은 크게 후퇴할 것이고 이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입주민이 될 것"이라고 지금의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왜 철근을 빼먹는가?

이번 붕괴 사고 전부터 건설업계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원재자 가격 상승과 공기 압박 등의 이유로 일부러 현장에서 철근을 누락한 채 시공을 하고 있다는 '카더라 뉴스'가 많이 나왔습니다. 다만, 검단 신도시 신축 아파트의 붕괴 사고로 전면 재시공을 결정한 GS건설의 손실액은 무려 5,500억입니다. 철근 값 아끼려다가 붕괴 사고를 일으켜 수천억 원을 손해 보려는 건설사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구조적 원인 진단에 더 집중해보려 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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