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Fun 문화현장]
<앵커>
중견 작가 류하완은 캔버스 위에 종이테이프를 붙이고 물감 칠을 한 뒤 뜯어내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을 합니다. 수행을 하듯 사각형의 자국들을 찍습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류하완 개인전 : Crossover / 8월 25일까지 / 갤러리 마리]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솟아오른 사이프러스 나무와 휘몰아치는 하늘과 별이 역동적입니다.
환한 대낮으로 표현됐지만 원작의 분위기는 그대로입니다.
노을빛 머금은 뭉게구름이 터질 듯 강렬한 색채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역동성의 핵심은 붓질이 아닌 사각형의 종이테이프 자국들입니다.
[류하완/작가 : 마스킹 테이프를 캔버스에 붙이고 칼로 커팅을 한 다음에 그리고 물감을 끼얹어요. 그러면 그 사이사이에 물감이 침투가 돼요.]
커팅된 홈 사이로 돋아난 새살처럼 색채가 살아나 형체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작가는 이런 기법의 독창성을 탄탄한 화면 구성으로 승화했습니다.
창틀이나 커튼을 경계 삼아 대상과 시점을 분리했는데, 궁극적으로는 안과 밖의 소통을 추구합니다.
[류하완/작가 : 창문은 바깥을 내다볼 때 소통이 되지만 창문을 닫아버리면 소통이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항상 저는 창문을 열어놓은 상태, 열어놓은 상태에서 소통을 하고 싶다.]
수행하듯 테이핑과 커팅, 물감칠을 수개월에 걸쳐 반복한 뒤 여러 겹의 테이프를 뜯어내면 허물처럼 남겨집니다.
[류하완/작가 : 이번에 작업 전체를 다 모은 거거든요. 그런데 허물이 많죠. 살면서도 이렇게 껍데기가 많은데 우리가 그걸 모르는 거죠.]
류하완 작가에게 테이핑 작업은 인생의 여정, 삶의 궤적입니다.
일상에서 받은 상처와 흠집이 찬란하게 꽃을 피워냈습니다.
(영상편집 : 이상민,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