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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분 걸어 학교에 갔다" 문해 교육 할머니들 문집 '화제'

"삼십 분 걸어 학교에 갔다" 문해 교육 할머니들 문집 '화제'

"오늘은 아침에 삼십 분 걸어서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다 와서 일기를 쓰려니 어렵습니다. 자꾸 잊어버려서 참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하다 보면 잘 되겠지."

(이옥동 할머니의 '학교 다니기') 강원 강릉에서 한글 문해 교육을 받은 할머니들이 학급 문집을 발행해 화제입니다.

오늘(25일) 강성덕등불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이옥동(72) 할머니 등 8명이 공동으로 '금빛반 이야기' 3집을 발행했습니다.

올해로 세 번째 발행한 이 문집은 총 36쪽으로 할머니들이 문해교육을 받으면서 느꼈던 소회나 공부하는 어려움을 진솔하게 써나가고, 배움을 통해 인생의 기쁨과 행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차곡차곡 기록돼 있습니다.

이옥동 할머니의 "성덕등불학교를 다니게 돼 나도 배울 수 있어 좋고 요즘 살맛이 난다"는 심경이 위의 글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한숙자(67) 할머니는 "글을 몰라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등불학교를 알게 되어 많은 경험과 배움의 길을 알게 돼 지금은 하루가 무척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한숙자 할머니의 그런 심정은 '공부'라는 글에서 그대로 묻어납니다.

"집에서 혼자 산수 공부를 했는데 이해할 수 없어 너무 힘이 들었다. 아들에게 도움을 청하였지만 문제를 잘 읽어 보면 답이 있다며 귀찮아한다. 머리도 아프고 너무 신경을 써서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린다. 내 자신이 너무 답답하다. 새삼 선생님을 생각하며 감사함을 느낀다."

서일남(81) 할머니는 "나는 팔십이 되어서야 한글 공부를 배우게 되었다. 몸이 아프고, 눈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나는 공부가 재미있다"며 배움의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이경숙(82) 할머니는 "수업 시간에 덧셈과 술술 읽기 공부도 했다. 구구단도 외우고 술술 읽기 공부도 하였다"며 "수학은 갈수록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공부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 문집을 발행하는 데 도움을 준 김문선 교사는 "할머니들이 처음에는 글쓰기를 두려워했지만, 글자 한 자씩을 이해하고 깨우쳐가며 생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나가며 썼다"며 "이 과정에서 배움의 기쁨을 알고 보다 나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많은 감동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강릉성덕등불학교는 가정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교육의 기회를 제때 누리지 못한 시민을 대상으로 문해교육과 초·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지도하는 곳으로 문해자·저학력자의 '등불' 역할을 해왔습니다.

(사진=강릉성덕등불학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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