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이른바 '이정근 녹취파일'과 관련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전당대회가 임박한 2021년 4월 28∼29일 이틀간 돈봉투가 현역 의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민주당 5·2 전당대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과 ARS 투표가 사전에 열렸는데 첫 순서인 대의원·권리당원 온라인 투표가 이 이틀간 진행됐습니다.
당권 '3수'에 도전한 송 전 대표와 친문 핵심 홍영표, 당내 을지로위원회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우원식 후보 간 3파전으로 치러진 전당대회는 막판까지 혼전 양상으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송 전 대표 캠프의 핵심이던 윤관석 의원이 지지세 유지를 위해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에게 지시해 현금 살포를 주도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입니다.
검찰은 투표를 하루 앞둔 27일 여의도의 한 중식당 앞에서 윤 의원에게 300만 원씩 쪼개진 봉투 10개(3천만 원)가 처음 전달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는 당일 이 씨가 강씨에게 "윤관석 (의원) 오늘 만나서 줬고, 봉투 10개로 만들었더만"이라고 말한 내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다음날인 28일 오전 국회 본청에 있는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의원단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윤 의원이 전날 받은 봉투 10개를 전달한 것으로 봅니다.
당시 외통위원장이던 송 전 대표를 지지하던 의원들은 주기적으로 외통위 회의실에서 상황 점검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윤 의원이 그날 오후 이 씨에게 봉투 10개를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녹취록엔 윤 의원이 원래 주려던 의원들에게 봉투를 전달하지 못하는 등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의심할 만한 대목이 나옵니다.
녹취록에는 윤 의원이 이 씨에게 "인천 둘하고 A는 안 주려고 했는데 얘들이 보더니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그래서 거기서 세 개 뺏겼어"라고 말하는 대목이 담겼습니다.
또 "다섯 명이 빠졌더라고. 오늘 안나와갖고", "오늘 빨리. 그래야 내가 (의원) 회관 돌아다니면서 만나서 처리한다"는 윤 의원의 발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윤 의원 발언 속 '인천 둘' 줄 한 명을 이성만 의원으로 특정했습니다.
다만 이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이를 부인했습니다.
이 씨는 이후 여의도에 있는 송 전 대표 캠프 사무실에서 윤 의원을 만나 10개를 추가로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씨는 두 차례에 걸쳐 돈봉투를 전달하면서 송 전 대표 보좌관이던 박 모 씨에게 '잘 전달했다'는 취지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다음날인 29일 윤 의원이 의원회관에서 의원들을 만나 추가로 받은 10개를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날은 늦은 밤 국회 본회의가 열렸습니다.
여당이던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표결 참여를 위해 의원회관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검찰은 이 의원 포함 최대 20명에 이르는 돈봉투 수수 의원을 상당수 특정한 상태입니다.
수수자로 지목된 의원들의 해당 시점 본청·의원회관 출입 기록 등에 대한 자료가 국회사무처에서 도착하는 대로 동선을 교차검증해 특정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입니다.
이후에는 수수자 측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 유일하게 수수자로 특정된 이 의원은 매주 수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열린 회의에서 경선 관련 논의를 했을 뿐 돈봉투가 뿌려진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의원은 언론 통화에서 "송 전 대표가 외통위원장이니 그 사무실을 쓰면서 내부 경선 회의를 한 것"이라며 "회의에 참석한 것만으로 문제삼으면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