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시나요? 폭우로 전국이 쑥대밭이 됐던 지난 여름. 국내 곳곳에서 시간 당 100mm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8월 한 달에만 열 번도 넘게 쏟아지면서 사상자가 속출했습니다. 서울 동작구에는 하루에 400mm 가까운 비가 내렸는데 이는 보통 비슷한 시기 한 달 동안 내리는 비의 양과 맞먹는 수준이었죠. 이렇다 보니 가장 안전해야 할 집 앞 주차장에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례들까지 나왔는데요.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해 말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와 "이 모든 현상은 기후변화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지난 해 8월 보도된 SBS 8뉴스 <115년 만의 기록적 폭우..."앞으로 더 온다">영상.
전날 밤부터 시작된 비가 기상 관측 시작 이래 가장 많이 내리면서 9명이 숨진 걸로 공식 집계됐습니다.
전날 밤부터 시작된 비가 기상 관측 시작 이래 가장 많이 내리면서 9명이 숨진 걸로 공식 집계됐습니다.
최근 연이은 산불이 사람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을 마구 할퀴고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지난해 수해의 악몽이 떠올랐습니다. 건조한 봄철 산불이 예사로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번처럼 위협적일 만큼 많이, 크게 일어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실제 통계를 보면 이 달 2일부터 4일까지 전국에서 53건의 산불이 났는데 2일에만 34건의 불이 나 역대 하루 산불 건수로는 3위였다고 합니다. 올 초 강수량이 평년 대비(예년 강수량 120.6mm) 크게 밑돌았던 것(85.2mm), 서울 3월 평균 기온(9.8도)이 최근 30년 평균보다 3.7도 올라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생각하면 범상한 일은 분명 아닙니다. 벚꽃도 예년보다 너무 빨리 폈다 시들어 버렸죠.
아무래도 자연이 곳곳에서 온몸으로 인간에게 이상 신호를 내보내고 있는 것 같아 이 신호를 정확하게 해독해 줄 전문가를 찾았습니다. 대기과학 전문가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과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교수를 거쳤습니다. 기후, 생태계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그 원인과 영향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활발히 해왔고 2018년부터는 서울 남산타워 꼭대기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정보를 매일 공개하고 있습니다. 정 교수는 기후 위기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실제 삶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경고했는데 특히 대자연이 조용히 품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 인류에겐 큰 재앙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Q. 요즘 산불, 왜 이렇게 많이 나나요?
"올해뿐 아니라 작년에도 동해안에 난 큰 산불이 역사에 남을 만한 대형 산불이었어요. 결과적으로 그때도 비가 내려서 간신히 꺼질 수 있었죠. 왜 이렇게 큰 불이 나느냐 50, 60년 정도의 기상 관측 자료들을 분석해 보면 이제는 기존의 온난하고 수분 있던 산림 지역이 아니라 지금은 굉장히 건조한 산림이 되어 있는 거예요. 겨울에 굉장히 말라 있는 가지들, 떨어져 있는 나뭇잎들에 조그만 불이라도 붙으면 산불이 걷잡을 수 없어지는 거죠."
Q. 건조한 봄철이라 그런 게 아니라 산림 지역의 특성이 바뀌었다는 건가요?
"전반적으로 공기가 마르고 대지도 마르는 패턴인데, 호주나 캘리포니아, 유럽의 터키에서 일어난 큰 산불도 비슷한 패턴이었어요. 이 지역 기후가 그런 식으로 가고 있는 거죠. 얼마 전 인왕산 산불도 한번 날 때 너무 크게 났다는 것이 문제인 겁니다. 서울의 3월 평균 기온이 9.8도인데 이게 50년 이래 가장 높은, 엄청 높은 값이고요. 대기 중 건조지수도 역대 50년 이래 최고 수치를 보이고 있어요. 그래프에서 보면 기온이 점점 쭉 올라가는 거예요. 그만큼 기후가 변한 거예요. 안정된 기후라는 건 어느 정도 평균선을 유지한 채로 어느 해는 따뜻했다가 어느 해는 추웠다가 이렇게 가야 되는데 평균값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거죠."
"온도가 올라갔을 때 비가 충분히 많이 오면 땅이 어느 정도 축축해질 수 있는데 비도 덜 왔거든요. 땅을 적셔줄 수 있는 공급원도 없고 계속 수분이 빠져나가기만 해서 마를 수밖에 없는 거죠. 지금 산불 크게 나는 데는 대부분 다 그래요."
Q. 기후 변화가 더 심각해지면 대형 산불이 더 심각한 형태로 올 가능성이 커지는 건가요?
"질문하신 것과 관련해 흥미로운 게 있어요. 과거에는 산불을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 안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IPCC 6차 보고서를 보면, 이 보고서는 세계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후 변화의 증거와 원인을 찾고 미래를 예측하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인데요, 보고서 차수가 높아지면서 6차 보고서를 포함해 최근 보고서들에 산불 얘기가 등장하기 시작해요. 미래를 예측하면서 가장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하는 부분도 산불이 얼마나 날 것이냐라는 거거든요. 기후 예측 모델들이 말해주는 미래를 보면 지금보다 당연히 산불은 더 많이 날 수밖에 없어요. 산불이 날 만한 조건을 가진 날씨를 우리가 '파이어 웨더(Fire Weather)'라고 하는데 그 파이어 웨더의 조건이 더 좋아지는 거죠. 즉, 불이 더 많이 날 수 있는 날씨 형태를 보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고 있는 거죠."
Q. 미국도 산불로 몸살을 앓는 대표적인 국가인데요?
"미국 NASA에서 가장 주력으로 하려는 것 중 하나가 산불을 정확히 감지하는 위성을 만드는 거예요. 지금도 위성들이 산불을 감지하고는 있지만 그러한 위성의 목적이 산불 감지는 아니거든요. 다른 목적의 위성이지만 영상을 통해 산불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인데, 미국은 지금 오로지 산불만을 감시할 수 있는 굉장히 해상도 높은 인공위성을 쏴 올리려고 하는 겁니다."
Q. 산불뿐 아니라 벚꽃의 개화 시기도 빨라졌어요. 이것도 기후변화 영향으로 봐야 하나요?
"기후가 변한다는 것은, 어떤 변동 폭은 있지만 어느 정도 밸런스는 유지해야 되는 거거든요. 개화 시기가 조금 빨리질 수도 있고 조금 늦을 수도 있는데, 이게 너무 빨라지고 있는 거예요. 지구 전체의 온도가 증가하는 것처럼 개화 시기 역시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계속 빨라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죠. 그렇게 된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거예요."
▲ SBS 데이터저널리즘 <마부뉴스>에서 1922년~2023년 서울 관측소 봄꽃 개화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최근 들어 확연히 개화 날짜가 앞당겨지는 모습입니다. 더 상세한 그래프 내용은 이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확연히 개화 날짜가 앞당겨지는 모습입니다. 더 상세한 그래프 내용은 이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꽃이 빨리 피고 나무가 오래 생장하면 오히려 좋은 것 아닌가요?
"식물이라는 건 사실상 우리 전체 지구 시스템에서 봤을 때 제일 아랫단에 있는 시스템이거든요. 영양 단계에서 봤을 때 식물이라는 1차 생산자가 있고, 그다음에 곤충이 있고, 동물, 그 위에 사람, 그 위에 지구라는 시스템까지 연결 돼 있는 거예요. 이들은 서로 간의 관계를 가지고 있어요. 꽃이 피면 곤충들이 수분 매개를 하고, 그러면 식물은 잘 자라고, 곤충은 그걸 자기의 에너지원으로 쓰고, 상위 포식자의 먹이가 되고, 꿀을 인간이 이용하고. 이렇게 연쇄적으로 이어져 있는데 하나가 너무 빨리 가면 나머지가 그 종을 못 따라가요. 한 마디로 상위 포식자의 먹이가 도망가고 있다, 이런 뜻입니다."
Q. 꽃이 조금 빨리 피는 정도가 아니라 지구라는 시스템까지 흔들린다는 것이군요.
"생태계의 밸런스가 깨지는 거죠. 이른 개화를 하면, 단순히 생장을 오래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너무 일찍 피어서 냉해 피해를 입거나, 생장을 빨리 시작하다 보니 여름에 써야 할 땅의 수분까지 당겨써서 여름에 기능이 떨어져 버리는 거예요. 그렇게 식물의 기능이 떨어지면 식물과 연결 돼 있는 벌, 곤충, 또 그것들과 관련 있는 조류 생태계가 무너지고 그다음 생태계가 무너지고, 결국 산림 생태계가 무너지고 이렇게 갈 수도 있는 신호인 거예요. 종별로 봄을 인지하는 메커니즘이 달라서 꽃이 일찍 핀다고 다른 생태계의 생장 시기가 다 같이 당겨지는 것도 아니거든요. 개화 시기가 어느 정도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괜찮지만, 한 쪽 방향으로 가는 건 명백히 안 좋은 신호예요. 식물 생태계, 육상 생태계는 인류가 배출하는 탄소라는 물질을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데 이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대기 중에 남는 탄소량도 많아지는 거죠."
Q. 개화가 당겨지는 게 결국 인간에게도 피해로 돌아온다는 말씀이신가요?
"생물 다양성이라는 게 얼마나 개체가 다양하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생태계가 기능적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느냐는 의미도 있거든요. 육상 생태계가 지구라는 시스템 안에서 가지고 있는 서비스 기능들, 물을 맑게 하고, 산사태를 방지하고, 탄소를 흡수하고 이런 것들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생태계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가 돼야 한다는 거죠. 개화 시기가 당겨진다는 건 결국 그런 생물 다양성이 가지고 있는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라는 걸 보여주는 아주 단적인 전조 증상이에요. 경고 신호죠."
Q. 이런 생태계의 변화들을 가져오는 기후 위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될까요?
"정답은 탄소 중립으로 나와 있고요. 안타까운 건 내일 당장 넷제로가 되더라도 우리가 1.5도 상승은 절대 못 막는다는 점이에요.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어서 '완화와 적응'이라는 개념이 나온 것인데요. 완화는 우리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고, 적응은 말 그대로 기후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거에요. 폭염 빈도가 강해지고 평균 기온은 상승할 것이니까 이런 기후에 강한 작물을 키워내야 되고 개발을 해야 되는 거고요. 비가 한번 올 때 집중호우의 강도가 세질 것이기 때문에 치수 정책과 댐을 고민하고 하천을 복구해야 한다는 거죠. 완화와 적응 모두 과학적인 팩트를 놓고 하나씩 대응해 나가기 시작해야 합니다."
Q. 서울의 기후 위기 정도는 어떤가요?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우리의 미래를 정하는데요. 서울의 농도는 IPCC 보고서의 예측 결과들과 비교했을 때 2023년이 아니라 이미 미래의 농도 수준에 가 있어요. 2030년 정도요. 서울에서부터 탄소의 시간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외국 친구들은 서울을 '네버 슬립 시티'라고 불러요. 밤에도 배달이 가능하고 치킨을 튀길 수 있잖아요. 에너지를 24시간 쓰는 구조인데 탄소 배출이 높은 건 당연한 거예요."
Q. 이런 기후 위기를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시점이 언제 올까요?
"작년에 비 때문에 강남 한 복판에서 사람이 죽었잖아요.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왜 벌어졌는지 이미 걱정을 해야 되는 시기인 거예요. 사실 당시의 비는 전형적인 장마 패턴에서 내린 비였거든요. 기압 배치, 바람 분포가 특이한 케이스가 아닌데, 비의 양이 예측 한계를 넘을 정도로 너무 많았던 거예요. 왜 그랬냐? 지구라는 시스템은 물이 일정량으로 항상 유지돼야 하는데 어떤 물은 얼음이 되고 어떤 물은 바다에, 어떤 물은 공기 중 습기로 존재하죠. 온난화로 녹고 있는 빙하 물 역시 어딘가로 가야 되는데 그걸 인간이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아직 어려워요. 그 물이 서울 한복판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거죠. 동해안에 산불 나고, 여름에 홍수 나고, 또 겨울에 산불 나고 가을에 가뭄 나고, 자연이 어디까지 해야지 사람들이 (위기라는 걸) 믿을 건지…"
Q. 기후 변화 대응에 실패한 인류의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는 극단적으로 보면 내몽골 같은 형태의 지역으로 바뀌어 버린다, 기후대 자체가 사막처럼 바뀌어 버리니까요. 우리 후손 세대는 다른 세상에 살게 되는 거죠. 인간이 지구에서 살 수 있는 영역이 한정적일 거고, 그게 굉장히 척박한 환경으로 갈 거고요. 식량으로 인한 전쟁이 터진다든지,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라든지, 지구 자체가 변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게 사회 경제에 주는 영향까지 생각하면 꽤 많은 시나리오들이 걱정되는 거죠. 그런데 사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바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거예요."
Q. '판도라의 상자'가 뭔가요?
"극지, 북위 60도 이상 지역은 아주 다행스럽게도 많은 탄소를 땅속에 얼려 매장 시켜놓고 있습니다. 녹지 않는 땅, 영구 동토층이라고 해요. 예를 들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420ppm 정도라면 이게 지구 전체 양으로 보면 800페타그램 정도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동토층에 매장돼 있는 양이 1,600페타그램이에요. 무슨 말이냐면, 얘네가 빠져나오면 끝이라는 겁니다. 지구 온난화가 가장 강한 곳이 바로 이 영구 동토층이 있는 북위 60도 이상이에요. 지구 평균 기온이 1.1도 올라갔다고 하는데, 북위 60도 이상은 4, 5도 이상 올라간 데가 있다는 겁니다. 동토는 2년 이상 0도 이하로 꽝꽝 얼어 있어야 되는데, 그게 녹는다? 그러면 미생물이 활동하고 풀이 자라겠죠? 그걸 툰드라 그리닝이라고 하는데요. 그 밑에 메탄이 얼마나 있는지 우리는 잘 알지도 못합니다. 그러면 1.5도 상승이 2040년 내에 온다? 그게 아니라 메탄이 많이 빠져나오면 1.5도는 내년에도 올 수 있는 겁니다."
미래팀은 올해 초 기후 전문가 조천호 초대 국립기상과학원 원장도 만나 자문을 구했는데요. 기후 위기의 '티핑 포인트'가 언제 올 것 같냐는 질문에 조 전 원장도 '영구 동토층'을 언급했습니다. IPCC 보고서는 영구 동토층에 묻혀 있는 메탄 같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고 나온 것이기 때문에 보고서가 경고하는 것보다 훨씬 급작스러운 방식으로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사탕을 깨물어 먹으면 더 빨리 녹는 것처럼 빙하가 갈라지면서 해빙 속도가 더 빨라져 해수면 상승도 예측하지 못한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Q. 인간이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으시나요? 인류가 이끌어낸 기술의 발전이 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네, 저는 그렇게 믿어요. 상용화는 안 됐지만 이미 환경과 관련된 신기하고 획기적인 기술들이 많이 나와 있어요. 유럽에서는 DAC(Direct Air Capture)라는 게 개발됐는데 공기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서 이산화탄소만 없애서 다시 내보내겠다는 기술이에요. 아직 실험실 수준에서 가능한 기술인데 현장 적용성이 생기는 순간 구글, 아마존보다 더 거대한 회사가 되겠죠. 또 하나의 예로는 AI로 잔반을 예측하는 학습을 해서 잔반이 적게 나오도록 배식하는 기술도 있는데요. 요리할 때 에너지, 사 올 때 등의 에너지를 고려하면 개인이 섭취할 최적의 양을 찾아내는 것 역시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있는 기후테크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이런 식의 기후 테크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고, 어떻게 보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보여요. 결국 돈이 안 움직이면 사람이 움직이지 않고, 돈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각 국가들이 정책도 만드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지금은 (탄소 국경세, RE100 등 환경 규제로) 기존 산업을 어느 정도 위축시켜야 되는 상황이잖아요 강제로. 그러면 누른 만큼 다른 데는 튀어나와야 되는데 그게 뭐냐, 그 부분을 양성해야 되는 데 그게 기후 테크의 영역이라고 보는 겁니다. 누가 먼저 가느냐의 문제지, 기술과 산업으로 기후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는 건 결국 가능할 겁니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가 기후테크[1] 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해 기후테크전문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정 교수가 위원장을 맡는 이 위원회는 4월 말까지 그 구성을 마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국제적인 환경 규제 강화 기조 속에 우리가 돈과 기술을 투입해 어떤 산업을 새로 키워 나갈지를 에너지, 탄소 포집, 환경, 농식품, 기후 적응 등 전반 분야에서 고민하겠다는 계획입니다.
[1] 기후테크는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 등에 기여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혁신 기술을 뜻합니다.
[1] 기후테크는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 등에 기여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혁신 기술을 뜻합니다.
Q. 그동안 정부의 역할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데이터를 가지고 갑론을박을 해야 되는데, 너무 추상적인 얘기만 계속 주고받았던 것 같아요. 미세먼지위원회, 기후변화위원회,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 등등 너무 많은 의사결정 체계에, 너무 많은 이해관계가 있었고요. 토론하고 계획만 짜다 말게 아니라 뭔가 빠른 결정을 내려서 앞으로 간 다음에 부족한 건 고치는, 액션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탄소중립 위원회 같은 기구도 누가, 어떤 당에서 정부를 맡든, 누가 대통령이 되든 흔들리지 않는 기구가 돼야 국가의 미래가 있을 겁니다."
Q. 앞으로 사람들이 기후 위기에 더 관심 갖게 하려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될까요?
"사람들이 환경을 너무 공공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길이 필요하면 국가가 도로를 뚫고 가로수를 심어주듯이, 내가 할 일이 아니라는 거죠. 환경도 일종의 사유재가 돼야 하는데요, 예를 들면 우리 동네에서 탄소가 많이 배출되면 페널티를 받고, 그래서 탄소 배출 감축을 유도하는 방법도 있겠죠. 물건을 사더라도 저탄소 물건을 샀을 때 어드밴티지를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민간의 영역에서 기후 대응 기조가 확산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그걸 촉진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기후 위기는 절대 먼 이야기가 아니며,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현재 진행 중이고, 우리 삶의 터전과 생명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우리가 그동안 잘해온 것, 즉 기술과 산업의 발전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 교수의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탁상공론 그만하고 일단 행동부터 하고 고칠 것 고쳐야 한다는 정 교수의 이 말이 정 교수가 현재 민간 위원으로 몸 담고 있는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의 기조와도 겹쳐 읽혔습니다.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에서는 지난달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을 확정했습니다. 지난 정부가 내놓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2018년 대비 40% 감축 약속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눈에 띄지만, 산업계의 탄소 저감 목표치를 낮추고 윤석열 정부 임기 내 목표치는 낮게 잡는 '선저후고식 달성 계획' 등이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습니다. 이들은 정부안에 대한 강력한 집회까지 예고하고 있는데요. 탄녹위 측은 앞으로 계속 공청회를 열어 시민단체와 청년층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일단 윤석열 정부판 탄소중립에는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성적표는 몇 년 후에 받아 들겠지만 단 하나 확실한 건 지금 우리에게는 더 이상 시행착오를 할 여유가 없다는 사실일 겁니다.
(글: 김민정 기자 compas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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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다이어리'는 SBS D포럼을 준비하는 SBS 보도본부 미래 팀원들이 작성합니다.
우리 사회가 관심 가져야 할 화두를 앞서 들여다보고, 의미 있는 관점이나 시도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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