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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8자 비행' 중국 풍선…'이것' 노렸다

중국 정찰 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몬태나주 빌링스 상공에 떠 있는 모습 (사진=AP, 연합뉴스)

지난 2월, 푸른 하늘 위 달처럼 둥글게 뜬 하얀 물체의 출현에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SNS에는 시민들이 올린 사진과 동영상이 줄을 이었고 몇몇 사람들이 망원 렌즈로 찍은 사진에는 둥근 풍선에 인공위성 같은 물체가 붙은 모습까지 공개됐습니다. 궁금증은 더 커져갔고 당국에 문의가 빗발치자 미 정부는 며칠 전 정찰용으로 보이는 풍선이 미 본토로 진입해 추적 중에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 풍선이 중국 것임을 확신한다며 몇몇 민감한 장소 위를 지나갔다고 밝혔습니다.

미 당국의 발표에 중국은 즉각 상황 파악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통상 이런 발표에는 사실무근이라고 발끈해온 중국이었던 만큼 상당히 이례적이었습니다. 후속 반응도 빨라서 중국은 얼마 안 가 자국의 풍선이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미국의 주장처럼 정찰용이 아닌 경로를 벗어난 기상 관측용 민간 비행선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격추 명령 사흘 만에 버스 3대 크기의 이 풍선을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영공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떨어뜨렸습니다.
 

'8자 비행'하며 '전자 신호' 노려

미국,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하는 F-22 스텔스 전투기에서 발사된 미사일

격추 후 미군 당국은 미 연방수사국 FBI와 함께 잔해 수거에 나서 상당한 분량을 찾아냈고 분석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정체가 궁금했던 고고도 풍선의 비밀이 미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미 NBC 방송은 중국의 고고도 정찰 풍선이 미국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민감한 미군기지 지역에서 정보를 수집했으며, 이 정보를 중국으로 실시간 전송할 수도 있었던 걸로 드러났다고 보도했습니다. 풍선이 목격된 몬태나 주에는 미국의 3개 핵 미사일 격납고 중 하나인 맘스트롬 공군기지가 위치해 있어 그간 정찰 풍선이 이곳에 대한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비행했을 거란 관측이 제기돼 왔습니다.

NBC는 전현직 미 고위 관리 3명의 말을 인용해 당시 풍선이 8자 형태를 그리며 선회하는 등의 방식으로 군 기지 위를 수차례 반복적으로 오갔다고 전했습니다. 또 중국 측은 풍선이 바람 등의 영향으로 경로를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관리들은 중국이 풍선을 원격 제어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궁금한 부분, 이 풍선이 노린 건 무엇이었을까요? 사태 초기 가장 많이 나왔던 질문 중 하나가 '중국도 군사 위성이 있는데 왜 굳이 풍선을 쓰는가'였는데, 그 실마리가 나왔습니다.

NBC는 이 정찰 풍선이 수집한 건 사진 같은 시각 정보 보다 미국의 무기 시스템에서 발신되거나 부대 근무 인원들이 주고받는 전자 신호였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습니다. 한 곳에 장시간 머물며 전자 신호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위성보다 풍선이 더 적합했던 걸로 볼 수 있습니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군 부대 내 잠재적인 목표물의 위치를 이동시키거나 풍선의 전자 신호 방출을 방해하는 등의 방식으로 중국의 추가적인 정보 수집을 막았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자폭 장치 설치'…폭발 안 시켰나, 작동 안 했나

미국에 의해 격추된 중국 풍선 (사진=AP, 연합뉴스)

이 소식통들을 통해 확인된 또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은 이 풍선에 원격 작동이 가능한 자폭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는 점입니다. 자폭 장치는 풍선이 미 당국에 발각되고 격추될 때까지 작동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는데, 중국 측이 폭발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인지, 오작동으로 폭발하지 않은 것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반 기상 관측 풍선에도 자폭 장치가 설치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니라면 중국 측 해명이 더욱 옹색해질 수밖에 없을 걸로 보입니다.

중국 당국은 미국이 풍선을 격추하자 이 기상 관측용 민간 비행선을 미사일로 쐈다며 맹비난했지만 잔해 수거로 증거가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더 궁지에 몰릴 걸로 보입니다. 이번에 언론을 통해 일부 사실이 공개되기 전에도 미 당국은 정찰기에서 찍은 중국 풍선의 사진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정보 정찰용으로 보이는 큰 안테나와 다중 능동 정보수집 센서 가동에나 필요할 법한 대형 태양광 전지판 등이 찍혀 있었습니다.

미 국무부는 중국이 지난 2018년부터 중국 하이난 지역을 거점으로 정찰 풍선을 띄워왔다면서 미국뿐 아니라 5개 대륙 40여 개국에서 풍선이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워싱턴 주재 각국 대사관을 대상으로 브리핑도 했는데 우리나라도 포함됐습니다. 미국에서 정찰 풍선 사태가 발생한 뒤 우리 국방부는 정찰 풍선 탐지 능력에 대해 "우리 방공관제레이더는 영공 전 지역의 탐지가 가능하다"면서 "해당 시기에 군의 레이더에 포착된 항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듬직한 설명이긴 하지만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북한 무인기에 다시 뚫렸던 경험이 있는 터라, 그냥 믿고 안심하라고 하기 보다 뭔가 더 조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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