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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미국 어린이 3분의 2가 글을 잘 못 읽는다는데…원인과 해법

By 닉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

NYT
*닉 크리스토프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교육은 양동이에 물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불을 밝히는 일이라는 격언이 있다.

그러나 우리네 현실의 교육은 물을 채우지도, 불을 밝히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 통계치만 봐도 그렇다. 미국 초등학교 4학년 학생 가운데 2/3는 아직 읽는 데 서툴다. 미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는 수치다.

읽기는 우리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중요한 기술 중 하나다. 읽기야말로 불을 환히 밝히는 데 필요한 불쏘시개와도 같다.

그런데 우리는 이 불쏘시개에도 좀처럼 불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인의 1/5은 기본적인 문해력을 갖추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읽기 능력을 길러주겠다며 지난 25년 넘게 수많은 캠페인과 갖은 교수법이 동원됐지만, 미국 어린이들은 여전히 글을 잘 읽지 못한다. 그 결과 오늘날 8학년(우리나라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1998년의 8학년 학생들보다 읽기 능력이 훨씬 떨어진다.

기성세대가 문제에 접근한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읽는 법을 제대로 가르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미국의 읽기 교육은 전략적 방향 설정부터 잘못됐다는 사실이 여러 신경과학 연구를 통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그 첫 단추는 바로 아이들에게 각 단어가 어떻게 소리나는지 발음부터 제대로 가르치는 일이다.

존스홉킨스대학교의 낸시 매든 교수는 초기 문해력 교육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미국의 읽기 교육 지침이 명백한 근거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적어도 미국 어린이들의 절반 이상은 효과적인 읽기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테드 미첼 미국 교육협회장도 매든 교수와 생각이 같다. 모든 단계 교육에 경험이 풍부한 미첼 회장도 대다수 미국 어린이가 보통 이하의 읽기 교육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견에 반대하는 전문가도 물론 많다. 그러나 소위 "과학적인 읽기"가 점점 더 많은 주목과 인정을 받고 있는데, 과학적인 읽기의 핵심이 바로 발음부터 정확히 가르치는 것이다.

(나는 이 칼럼에서 국가 차원의 교육 정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짚고 있다. 가정에서 부모가 하는 역할도 물론 매우 크다. 비디오게임 사 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만 있을 게 아니라, 반대로 아이들에게 열심히 책이든 글이든 읽어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 이미 나는 14년 전에 어린이에게 가장 좋은 책들을 추천했다. 나는 아이가 있으면 좋은 이유로 가장 먼저 책을 읽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1980, 90년대 대부분을 뉴욕타임스 동아시아 특파원으로 보냈다. (내 아이들을 포함해) 동아시아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은 글을 깨칠 때 음성 기호를 바탕으로 각 글자를 정확히 어떻게 발음하고 읽는지 배운다. 일본의 히라가나, 대만의 주음부호, 중국의 병음, 한국의 한글이 모두 음성 기호 역할을 한다. 1999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왔더니, 미국에서는 읽기 교육이 정쟁의 소재가 돼 있었다. 공화당이 발음 중심 교수법을 강조하고 나서자, '무릇 진보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발음 중심 교수법을 의심하고 반대해야 한다는 이상한 분위기가 있었다.

초기에는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발음 교육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서민, 빈곤층이 모여 사는 도심 지역에 교육 지원이 부족해서 문제다. 빈곤층 학생들에게 읽기를 제대로 가르치려면 발음에 집중하는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책을 쥐여 주고, 독서를 유도하는 교육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지를 받았다. 2000년 들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읽기 우선(Reading First)" 정책을 내세웠고, 공화당이 당 차원에서 "조기 발음 교육"을 주요 과제로 삼자, 이 문제는 더욱 더 정치적인 논쟁거리가 됐다.

부시가 하는 일이라면 뭐든 깎아내리던 진보주의자들은 부시 대통령이 발음 교육을 강조하고 나서자 일단 의심부터 했다. 이게 마냥 터무니없는 트집 잡기는 아니었다. 읽기 우선 정책은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고, 별 성과도 내지 못한 끝에 사장됐다.

내가 읽기 교육의 실패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이 문제를 다룬 팟캐스트 "Sold a Story"를 듣고 나서부터다. 공영방송 기자로 오랫동안 읽기 교육 문제를 취재한 에밀리 핸포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인데, 핸포드는 팟캐스트 서두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수십 년 동안 교사들은 아이들이 읽기를 어떻게 배우는지에 관해 잘못된 주장을 믿었고, 그 결과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읽는지를 끝내 배우지 못했습니다."

팟캐스트는 계속해서 미국 교육 정책이 경험적 증거를 무시했고, 의도치 않게 아이들을 망쳐놓았다고 주장한다. 핸포드에 따르면 팟캐스트는 지금까지 총 350만 번 이상 다운로드됐다.

컬럼비아대학교 사범대학의 루시 칼킨스 교수는 팟캐스트 "Sold a Story"에 출연해 자신이 널리 쓰이던 읽기 교육과정을 직접 어떻게 고쳤는지 설명한다. 칼킨스 교수는 과학적인 읽기를 접하면서, 또 핸포드 기자로부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나서 발음 교육을 더 많이 포함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읽기 교육과정을 바꿨다. 다만 칼킨스 교수는 자신의 기존 교육과정이 발음 교육을 무시했던 건 절대 아니며, 언론이 마치 발음 교육이냐 적극적인 독서 유도 교육이냐의 이분법으로 사안을 단순화했다고 비판했다.

칼킨스 교수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교육과정을 바꾸고 새로운 자료와 교수법을 추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중요한 발음 교육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으며, 근본적인 철학을 바꾸지 않은 채 구색 갖추기로 발음 교육을 집어넣으면 학생들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읽기 교육을 둘러싼 논쟁을 글로 풀어 설명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발음 교육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또한, 그렇다고 발음 교육이 전부가 아니라는 반론에도 모두가 어느 정도 동의할 것이다. 매든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발음 교육 중요합니다. 그러나 발음 교육을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고, 다른 것들도 사실 중요하지 않은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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