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석 달 치 임금을 대신 주고 나중에 사업주에게 청구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부가 이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지침을 만들어서 실제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반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여주시의 법인택시기사 황호연 씨.
택시회사 사장을 임금 체불로 고소했습니다.
[황호연/임금 체불 노동자 : 1년 동안 받은 수입이 200만 원이 채 안 됩니다. 근로감독관이 체불임금확인서 발행한 것만 해도 1천만 원쯤 되고요. (생계를 위해) 대출한 금액이 3천만 원 가까이 되고….]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황 씨 등 7명이 모두 5천만 원을 떼였다고 체불임금확인서를 발급했고, 사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생계가 어려워진 기사들은 국가가 체불임금 일부를 대신 지급하는 '대지급금' 제도에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은 사업주가 체불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1인당 300만 원 안팎인 대지급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노동부 내부용 지침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SBS가 해당 지침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확정판결 없이 체불임금확인서로 대지급금을 줄 수 있다'면서도 "사업주가 체불 사실에 이견이 없어야 한다"는 지급 조건을 추가해 놨습니다.
[황호연/임금 체불 노동자 : 어떤 사용자가 (체불 사실에) 동의를 해주겠어요. 사용자가 동의를 하면 저희들이 근로복지공단에 가서 간이대지급금 청구할 이유가 없죠.]
노동부 측은 사업주가 체불을 인정하지 않는데 노동자에게 대지급금을 주면 사업주의 반발과 소송 부담이 우려된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분쟁과 무관하게 우선 체불 노동자를 신속히 도우라는 입법 취지를 정부가 사실상 무력화한 거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황 씨와 동료들은 최근 노동부 지침에 따른 대지급금 거절에 대해 국민감사를 청구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원배·박현철, 영상편집 : 김윤성, CG : 박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