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트리아드(Triad) 즉 3대 핵전력의 실체를 전격 공개했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잠수함발사미사일 SLBM, 전략폭격기의 현재와 미래를 낱낱이 밝힌 것입니다. 중국 정찰용 풍선이 눈여겨봤다는 몬태나의 ICBM 기지, 미주리의 전략폭격기 기지도 포함됐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알려져서 비밀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떠들 사안도 아닌데, 미국은 현지 시간 지난 2일 의회 조사처의 '전략 핵전력(Strategic Nuclear Forces)' 보고서를 통해 미국 핵의 진면목을 사실상 전 세계에 공포했습니다. 개괄적으로 보면 올해 1월 미 의회 보고 기준으로 핵탄두는 1천420개, 핵 투발 수단은 659개입니다. 핵탄두는 미사일의 핵탄두부 또는 핵폭탄을 뜻하고, 핵 투발 수단은 폭격기, 잠수함, 미사일 등을 의미합니다.
전략핵무기 감축 조약 발효 이전인 1980년대 핵탄두 1만 4천 개에서 많이 줄었지만, 지금 수준으로도 지구를 몇 번 폭발시키고도 남을 전력입니다. 이를 지속적으로 개량한다고 하니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상대편은 오금이 저릴 만합니다.
ICBM 400발 확보…신형 GBSD 642발 개발
미니트맨-Ⅲ의 근거지는 몬태나 말름스트롬 기지, 노스다코타 미노트 기지, 와이오밍 워렌 기지 등 3곳입니다. 미니트맨-Ⅲ의 규모는 축소됐어도 기지 내 발사 장치인 사일로(Silo Launcher)는 450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신형 ICBM인 GBSD(the Ground-based Strategic Deterrent)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장차 미니트맨을 대체할 기종으로 642발 획득 예정입니다. 2029년까지 9발 생산해 초기 작전 능력을 확보하고, 2036까지 400발을 배치할 계획입니다. 올해 예산만 36억 달러, 우리 돈 5조 원대입니다. 또 미국 국립핵안보청(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은 GBSD용 탄두인 W87-1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탄두 SLBM 520발 확보
해군의 SLBM 잠수함의 모항은 워싱턴의 뱅골 기지와 조지아의 킹스베이 기지입니다. 미국은 2027년부터 오하이오급의 퇴역을 개시한다는 계획입니다. 2031년부터 신형 콜롬비아급 잠수함을 투입하기 위해 올해 예산 63억 달러를 배정했습니다.
미국의 SLBM인 다탄두의 트라이던트 D-5은 520발 있습니다. 수명연장 프로그램 가동해서 신형 콜롬비아급에도 사용한다고 의회 조사처는 설명했습니다. SLBM용 핵탄두인 W76의 수명 연장도 계획하고 있는데, 이와 별도로 새로운 핵탄두 W88, W93 생산 프로그램도 가동되고 있습니다.
전략폭격기 96대…핵폭탄만 475개
의회 조사처는 "B-2의 경우 핵폭탄 공격은 가능하지만 순항미사일은 운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B-52는 핵폭탄과 순항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통신 및 전자 시스템의 성능을 개량중입니다. 작년 연말 공개된 신형 전략폭격기 B-21 레이더스는 2025년부터 전력화에 들어가 80~100대 배치할 예정입니다.
전략폭격기용 핵폭탄인 B61, B83은 475개 있습니다. 역시 수명 연장 및 성능 개량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B-52용 순항미사일 개량형도 제작되고 있는데, 모두 1천 발 이상 배치할 계획입니다. 올해 예산은 10억 달러입니다. 핵순항미사일 개량형에는 W80 탄두가 탑재됩니다.
항모, 함정, 전투기, 전차, 장갑차, 정찰위성, 병력 등 육·해·공·우주군의 재래식 전력을 빼고도 이 정도입니다. 미국의 대단한 자신감이 엿보입니다. "핵무기 감축 체제로 위축됐지만 현재도 여전히 핵 강국이다", "미래도 미국의 핵전력은 막강하다"라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오늘날의 미국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 어떤 나라와도 겨룰 수 있는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다"는 며칠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도 묵직하게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