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이해 못할 미스터리라는 반응이 현역 군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두루미를 일찍 발령해 수방사 공조만 원활했더라도 우리 군은 북한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진입을 실시간 포착해 적극 대응이 가능했었습니다. 비행금지구역 진입을 놓고 오락가락 말 바꾸기로 망신당할 일도 없었습니다.
미스터리가 해소되면 더 자명해지겠지만 북한 무인기 대책은 요 며칠 새 발표처럼 떠들썩할 필요가 없습니다. 각급 부대의 공조 체계를 가다듬고 실전에 맞는 훈련으로 단련하면 지금의 부대와 장비로 적정 수준의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문제 해결의 키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같습니다.
정보 고립과 늑장 발령의 후과
수방사 방공여단의 국지방공레이더는 오전 10시 50분쯤 대통령 경호를 위한 비행금지구역인 P-73을 스쳐 날아가는 미상 항적을 포착했습니다. 북한 무인기의 침범 사실에 깜깜했던 수방사는 부대 내 모든 탐지장비의 기록들을 크로스체크했고, 30여분 뒤 북한 무인기로 판정했습니다. 수방사는 11시 27분 북한 무인기 대응 작전에 돌입하며 합참에 이를 보고했습니다. 합참의 무인기 작전은 이때야 수방사에 공유됐습니다.
1군단 포착 직후 두루미가 발령돼 수방사가 일찍부터 작전 태세에 투입됐더다면 북한 무인기의 P-73 침입은 실시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금단의 영역이 침범됐으니 대응도 달라졌을 것입니다. 끝까지 쫓아가 수도권 외곽에서 무슨 수를 낼 수도 있었습니다.
대책은 '소프트웨어'에
이번처럼 길이 2미터 정도의 작은 무인기가 골치입니다. 소형 무인기는 RCS(레이더 반사 면적)가 작아서 그 자체로 스텔스 항공기입니다. 레이더 모니터에는 독수리, 기러기, 물새들과 별반 차이 없이 나타납니다. 그럼에도 비행 경로, 속도 등이 다소 차별적이라 자세히 보면 인공의 기미를 알아챌 수 있습니다.
1군단도 지난달 26일 10시 19분부터 10시 25분 사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북한 소형 무인기를 그런 식으로 판별했습니다. 허점은 그 이후 노출됐습니다. 상황 전파가 안 됐고, 현실적 격추의 방법이 정립되지 않은 것입니다. 상황 전파가 잘 됐고, 현실적 격추의 방법이 창안돼 훈련됐다면 그 어렵다는 소형 무인기 탐지에 이어 격추도 성공할 뻔 했습니다.
그렇다면 대책은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구멍을 메우는 방향으로 세워져야 합니다. 정보 전파를 신속하게 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빠르게 공유되는 정보에 따라 민첩하게 작전하는 훈련이 두 번째입니다. 북한 소형 무인기의 군사적 위협이 사실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대책도 그에 맞춰 경제적으로 나와야 합니다. 이와 별개로 군은 수방사 정보 차단과 두루미 늑장 발령의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 재발을 방지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와 군이 발표한 드론 합동 사령부 창설, 스텔스 드론·초소형 드론·드론 킬러 개발 등의 대책은 떠들썩해서 보기에 좋을지 몰라도 북한 소형 무인기와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국내 유명 드론 업체 임원은 "군과 정부의 대책 중에 실효적인 것은 드론 킬러 정도"라며 "드론 킬러도 군용이라면 사거리가 길어야 하는데 현재 그 정도의 신뢰도를 보장하는 제품은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