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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2022년의 깨달음: '테슬라만 전기차 만드는 게 아니었구나.'

By 파라드 만주(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 테슬라
 
*파라드 만주(Farhad Manjoo)는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적수가 없는 압도적인 1등이었다. 유행을 선도하는 스타일에 충전하기 쉽고 장거리 운전도 거뜬히 할 수 있으며,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전기차를 원한다면 일론 머스크의 회사만 한 데가 없었다. 머스크 개인의 성향이나 하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테슬라를 거르고 나면 탈 만한 전기차가 없는 것 같았다.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1년 동안 나는 최근 시장에 선보인 새로운 전기차량 여러 모델을 시승해 봤다. 저렴한 모델부터 값비싼 고급 모델까지, 대형, 소형, 특이한 모델, 뻔한 모델 등 다양한 차를 몰아봤다.

포드의 F-150 라이트닝(F-150 Lightning)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포드 대표 모델의 전기차 버전이다. 무스탕(Mustang)은 차량 내부, 외부 모두 흠잡을 데 없이 매끈한 디자인에 내부 공간도 넓은 데다 운전하는 재미도 있었다. 미래에서 온 듯한 매력적인 디자인의 기아 EV-6를 몰 때는 길 가던 사람이 나를 불러 세우더니 지금 운전하는 차가 무슨 차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쉐보레(Chevy), 메르세데스(Mercedes), 리비안(Rivian)에서도 훌륭한 전기차가 나왔다.

내가 운전해 본 테슬라도 물론 다 마음에 들었다. 특히 모델S 플레이드는 비싸긴 했지만,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96km)까지 속도를 내는 데 2초밖에 걸리지 않는 가속력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시장에 나온 전기차 가운데 제일 잘 나가는 브랜드를 꼽으라면 테슬라보다 먼저 꼽히는 브랜드가 꽤 많을 것이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본업인 테슬라를 제쳐 두고) 온라인상에서 표현의 자유 같은 문제에 매달리는 머스크의 모습은 갈수록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테슬라의 지위도 조금씩 위태로워졌다. 트위터를 인수한 뒤 최고경영자로 일한 지난 몇 달은 대혼란과 편 가르기로 얼룩졌다. 머스크는 젠더, 언론, 공중보건 등 첨예한 사안마다 잇따라 극우 성향에 가까운 주장을 폈다. 그게 머스크식 표현의 자유였는지 모르지만, 자신을 향한 비판에 논리적인 대응보다 "돈 없으면 입 다물고 있으라"는 식의 재력 과시로 응수하기를 반복하자, 마침내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가 무너졌다.

지난달 모닝 컨설트의 설문조사를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보면, 지난 5월부터 테슬라에 대한 인식은 꾸준히 나빠졌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구체적으로 밝힌 시점이 바로 5월이다. 이어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10월과 11월 사이에 테슬라를 향한 호감도는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폭락했다.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호감도가 미세하게 올랐다.

거버 가와사키 자산투자 운용의 로스 거버 CEO는 "머스크 때문에 테슬라를 사겠다고 온 사람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거버 가와사키 자산투자 운용은 트위터와 테슬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거버는 올해 들어 테슬라의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을 때마다 머스크를 비판해 왔다. 거버는 테슬라 주가가 내려간 것은 순전히 머스크가 트위터와 당파적인 정치 싸움에 매달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테슬라 차량 판매량과 영업 이윤 등 실적은 여전히 좋다. 생산 용량도 계획한 대로 순조롭게 늘리고 있다. 게다가 지난 8월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에 따라 친환경 차량에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테슬라에는 큰 호재다. 그런데 이런 성공은 대부분 머스크의 논쟁적인 트윗에 묻혀버렸다. 거버는 이렇게 말했다.

"피자든 팝콘이든, 아니 어떤 물건을 팔든 마찬가지다. 사장이 고객과 정치적인 논쟁을 벌이는 한 사업에서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반박하기 어려운 일갈이다. 몇 주 전에 나는 쉐보레의 새 전기차 볼트(Bolt) EUV를 시승했다. 볼트 EUV는 GM이 2016년부터 판매해 온 기본 모델 볼트 EV보다 더 큰 SUV 전기차다. 새로운 볼트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선 차량 내부가 정말 널찍했다. 차체와 겉모습은 조금 따분할 정도로 평범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내부의 공간 구획은 훨씬 더 좋았다. 개인적으로 차량 내부가 우리가 아는 보통 자동차와 비슷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모든 것이 자동화된 테슬라의 터치스크린 기반 인터페이스는 가끔 낯설다. 볼트에서는 에어컨을 비롯한 각종 시스템을 이런저런 버튼을 누르거나 방향키, 손잡이를 돌려서 운전 중에도 조절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 그대로다. 테슬라에서는 무엇을 하든지 차체에 내장된 커다란 터치스크린을 통해야 한다.

시승해 본 쉐보레 볼트 EUV는 가성비도 정말 뛰어났다. 사실 이 점이 제일 좋았는데, GM이 자랑하는 운전 도우미 프로그램 슈퍼 크루즈(Supre Cruise)를 비롯해 훌륭한 옵션을 빠짐없이 갖추고도 값이 3만 8천 달러 이하다. 테슬라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전기차 모델 3을 사려면 최소 4만 5천 달러가 든다. 볼트를 직접 모는 내내 올해 여러 번 했던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이렇게 저렴하고 훌륭한 대안이 있는데, 심지어 이렇게 괜찮은 전기차를 생산하는 회사는 CEO가 소모적인 정치 싸움에 휘말릴 걱정도 없는데, 도대체 왜 머스크는 이 세상에 전기차는 테슬라밖에 없는 것처럼, 고객에게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자신 있게 말하고 다닌 걸까?

테슬라가 이렇게 갑자기 고전하며, 수많은 문제를 드러내리라 내다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 주가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을 때만 해도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5대 자동차 제조사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보다도 높았다. 테슬라의 앞길을 막을 자는 없어 보였다. 대부분 자동차 회사가 원자재 부족에 공급망마저 삐그덕거려 2021년 내내 제대로 차를 못 파는 사이 테슬라는 유유히 붕괴한 공급망을 우회할 수 있었다. 테슬라에 들어가는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 생산하는 생산 시설을 지어둔 덕분이었는데, 앞서 테슬라가 자체 공장을 짓는 걸 비웃었던 이들은 대단히 머쓱할 수밖에 없던 2021년이었다.

그리고 한창 좋을 때 머스크는 느닷없이 트위터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잘 나가던 테슬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올해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테슬라 주식을 잇달아 처분했다. 분열과 논쟁으로 가득한 소셜미디어를 자기식으로 다스리고 운영해보겠다고 나섰다가 뜻한 대로 되지 않자, 테슬라 주가는 최고점 대비 60% 이상 폭락했다. 주식시장 자체가 고전하고 있긴 하지만, 테슬라는 경쟁사보다 훨씬 더 큰 난관에 부닥쳤고, S&P500 회사들의 상황과 비교해봐도 문제가 심각하다. S&P500 회사들의 주가는 올해 평균 19% 내렸다.

물론 테슬라가 직면한 모든 문제가 머스크 때문에 발생한 건 아니다. 전 세계 주요 제조업체는 대부분 중국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조치 때문에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테슬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기에 텍사스주 오스틴과 독일 베를린에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축하는 계획도 어그러졌다. 그러는 사이 연방준비제도는 꾸준히 기준 금리를 올렸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오히려 커진 건 테슬라에 악재였다. 머스크는 틈만 나면 트위터에 테슬라 주가가 맥을 못 추는 이유로 연준을 꼽으며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나 시장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이 내게 이야기해준 문제의 핵심은 조금 달랐다. 웨드부시 증권(Wedbush Securities)에서 테슬라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댄 입스는 "테슬라가 곧 머스크고, 머스크가 곧 테슬라"라고 딱 잘라 말했다. 테슬라는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달리 광고에 거의 돈을 쓰지 않는다. 바로 머스크 때문이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유일한 마케팅 담당자로서 테슬라를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에 불을 지르고 지피는 가장 유명하고 유능한 테슬라 전도사다. 그래서 어떤 사안에 관해 머스크가 내는 의견과 발언은 곧바로 테슬라의 비전이나 가치와 결부된다. 입스는 트위터를 인수하고 경영하는 동안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 모두의 브랜드 가치가 속절없이 무너졌다"고 꼬집었다.

테슬라가 얼마든지 반등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머스크는 이미 적절한 사람을 찾는 대로 트위터 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공표했다. 입스와 거버는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손을 빨리 뗄 수 있다면, 그래서 온라인상의 양극화된 정치 싸움과 확실히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테슬라는 금방 지난날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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