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알파고 이후 새로운 AI 기술이 등장해 우리를 놀라게 만드는 것은 정례적인 행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간격이 더 짧아진 듯합니다. 정말로 우리는 기술 발전의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는 싱귤라리티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일까요?
한두 달 전만 하더라도 달2(Dall.E.2), 미드저니(Midjourney), 스테이블 디퓨전 등 지시어를 받아서 그림을 그려주는 AI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키워드 몇 개를 입력하면 마치 상상력이 뛰어난 누군가가 훌륭한 그림 실력을 바탕으로 그려낸 듯한 그림이 단 몇 초 만에 나타났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제 삽화나 참고 이미지에 더 이상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고, 한 대회에서는 AI가 만든 이미지가 우승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30일, 현재 가장 앞서 있는 AI 연구기관 중 하나인 오픈AI(Open AI)가 챗GPT(ChatGPT)라는 AI 채팅 서비스를 공개하자 사람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픈AI의 대표는 일주일 만에 100만 명 넘는 사용자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수백만 명으로 늘었을 것입니다. 그중에는 저도 포함돼 있습니다.
분명 이 서비스에는 지금까지와는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물론 한계도 당연히 있지요. 위의 링크로 들어가 가장 상단의 Try 버튼을 눌러 여러분들도 사용해보시기 바랍니다. 화면 하단의 프롬프트에 질문을 던지기만 하면 됩니다. 아직 영어만큼 문장이 매끄럽지는 않지만, 한글도 상관없습니다.
한글로도 필담이 되는 챗GPT
챗GPT는 웬만한 질문에 충분히 정확한 답을 합니다.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는 챗GPT의 가장 유력한 용도는 구글 검색을 대체하는 것입니다. 그 외에 형식이 정해진 글이나 이메일을 작성할 수 있으며, 컴퓨터 코드도 만들어냅니다. 곧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과 용도에 맞는 정해진 형식을 따르는 글을 짓는 역할이 모두 가능합니다.
물론 챗GPT의 답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 관한 질문에는 학습이 되어 있지 않아 큰 오류를 자주 보이며, 또 2021년까지의 정보만 학습했기에 이후의 세상에 대해서는 무지합니다. 안타깝게도 때로 챗GPT는 자신의 무지를 잘 알지 못합니다. 플라톤이 말한 “현실이 빠진 지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제가 지금 한국의 대통령이 누군지 묻자, 챗GPT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위의 답은 챗GPT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곧, 출처를 알 수 없는 (사실이 아닌) 정보를 매우 자신감 있게 말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챗GPT는 자신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분야에서 쓰는 게 좋고, 챗GPT가 내놓은 답을 꼭 다시 한번 검색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챗GPT는 적당한 난이도의 질문에 근거와 논리를 포함해 두세 문단으로 이루어진 답을 주기 때문에 학생들의 에세이와 같은 숙제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지난 15일 제이넵 투펙치는 바로 이러한 우려에 대해 뉴욕타임스에 기고했습니다.
'거꾸로 교실'과 챗GPT
투펙치가 제안하는 대안은 몇 년 전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이라는 교수법으로 널리 알려진 방법입니다. 이는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교과서의 내용을 배우고 학생들이 집에 가서 문제를 푸는 기존 교육의 순서를 뒤집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교과서 내용을 따로 배울 방법이 없었지만, 오늘날 인터넷에는 교과서의 내용을 가르쳐주는 수많은 자료가 있습니다. 반면 학생들은 문제를 풀 때 어려움을 느끼는데, 이 어려움의 정도가 학생마다 다릅니다. 바로 여기서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집에서 동영상 강의로 교과서 내용을 스스로 학습하게 한 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을 교사가 직접 가르치자는 것이 거꾸로 교실의 취지입니다.
투펙치는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에세이를 쓸 때도 학생들이 집에서 AI를 이용해 자료를 조사하게 한 뒤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그 자료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평가하며 이를 바탕으로 에세이 작성을 지도하자고 말합니다.
저는 10여 년 전, 미국에서 적시교육(Just in time teaching)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방식의 교육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학생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단지, 교실에서 학생들이 부딪친 문제가 조금씩 달랐기 때문에 조교 여러 명이 학생에게 배정돼 상당한 시간을 써야 했습니다. 그러나 AI는 개인화된 교육이 가능하기에 어쩌면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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