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충남 공주에 있는 한 골프장에서 경기보조 요원이 술에 취한 고객에게 폭언을 듣고 무릎을 꿇는 일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법에 보장된'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골프장 측에서는 별다른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TJB 이수복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공주의 한 골프장, 골프 경기를 돕는 캐디가 고객들을 향해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화가 가시지 않는 듯 직원의 손목을 붙잡고 폭언을 이어갑니다.
[내가 지금 이야기하잖아.]
캐디가 경기 진행을 재촉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이들 고객은 술에 취한 채로 골프장에 왔고, 경기 중에도 술을 마셔 경기를 지연시켰습니다.
뒷팀이 기다려야 할 정도로 경기 진행이 밀렸습니다.
[경기보조요원 : 처음 오셨을 때부터 본인들이 소주 3병을 마시고 왔다고 말씀을 하셨고, 9홀 끝나고 그분들 모시러 갔을 때에도 테이블 위에 막걸리 3병이 있었고요.]
10년 넘게 한 골프장에서만 일해온 베테랑 캐디는 이 같은 봉변을 당해 병원에서 적응장애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해당 캐디는 갑질 논란이 불거진 지 보름여 만인 지난 1일 결국 골프클럽을 그만뒀습니다.
골프장 측은 이 같은 갑질에도 별다른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는 엄밀히 따지면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보호해야 할 의무 대상이 아닙니다.
지난해 7월 법 개정으로 캐디가 특수고용 직군으로 포함돼 고용보험 혜택을 받게 됐지만 노동자 지위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건 여전합니다.
[김유리/전국여성노조 조직국장 : 고객들끼리 말을 맞추고 그런 적 없다고 해버리는 경우들도 많고 명확한 증거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전국 500여 개의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들은 3만 2천 명, 갑질에 노출되는 우려 속에 오늘도 골프장을 나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