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BS 탐사보도부 고정현 기자입니다.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대사인데, 쌍방울그룹의 전 회장 김성태의 일생을 보면 이 대사가 머릿속에서 가시 질 않습니다. 쌍방울 주가조작으로 집행유예, 추징금 0원. 불법 사채로 벌금 1500만 원. 그리고 공교롭게도 검찰수사기밀이 유출된 직후 해외로 도피한 김성태의 성장스토리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김성태, 쌍방울 인수 직후 주가조작과 함께 측근으로 주요 임원직 차지
#전 쌍방울그룹 관계자
(김성태 경영스타일은) 공채보다는 이제 사적채용들이 많았고 사조직이 있다고 했잖아요. '개인사적인 일을 하기 위한 조직들이 있다'라고. 피보다 진한 가족. 가족 같은 집단이라.
이후 쌍방울그룹 계열사 곳곳에 측근은 물론, 자신의 가족들을 노골적으로 임원으로 채용합니다. 저희가 확인한 인물만 계열사에 남동생과 여동생, 부인, 처제, 동서, 제수 등이
포진해있었습니다.
#김성태 인척 | 쌍방울그룹 임원
저희가 가족이잖아요. 할 말이 없어요. 김성태 회장님이라는 분이 저희랑 이게 겸상하고 이런 사람이 아니에요.
친인척이 겸상조차 할 수 없는 김성태는 측근과 가족으로 회사를 장악한 뒤 회사 돈을 사금고처럼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부인 명의로 된 집을 담보로 회사에서 돈을 빌리고, 가족들 명의로 된 회사와 돈 거래를 하거나 전환사채를 사고팝니다.
7개 계열사에 법조인 사외이사 17명…자신을 구속 시킨 검사까지 사외이사로
#비비안 전 사외이사(검사 출신 변호사)
변호사 개업을 한 마당에 (김성태를)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생각했던 거고. 그렇게 언론 나오고 그래서 (최근에) 그만둬 버렸습니다.
자신을 수사했던 검사를 회사 돈으로 월급을 주는 사외이사로 영입한 김성태. 김 변호사 케이스는 김성태의 경영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SBS 끝까지판다팀이 김성태 전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이후 임명된 쌍방울그룹 7개 회사 사외이사 명단을 전수 조사해봤습니다. 모두 41명이 임명됐는데, 법조인이 17명, 관료와 정치인 출신이 11명, 직계 가족 2명 등이었습니다. 특히나 법조인 중에는 검사 출신이 9명, 판사와 고위 경찰 출신이 각각 1명씩 포함됐습니다. 취재진이 접촉한 대부분 사외이사들은 보수가 얼마 되지 않고, 경영에 개입한 일도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쌍방울그룹 현 사외이사(법조인 출신)
(월) 300만 원 받았고, 그거 가지고 사무실 조금 유지하는데 운영하는데 좀 도움되고 이러는 거지. 그렇다고 그쪽 사건을 맡은 것도 하나도 없어요.
사외이사인가 개인 변호사인가…지금까지 이런 변호사는 없었다
2014년부터 20년까지 광림 사외이사를 지내다 지금은 쌍방울 사외이사인 맹모 변호사, 양 변호사와 함께 김 씨를 변호한 건 물론, 쌍방울 주가조작사건에서 김성태를 직접 변호하기 까지 했습니다. 사외이사인지, 김성태의 개인 변호사인지 헷갈릴 정도죠. 김성태가 전관 출신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이유, 계열사 임원을 지낸 변호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쌍방울그룹 전 사내이사(법조인 출신)
사채업을 하다가 회사를 가지고 기업을 통해서 조직을 키우네, 이런 얘기들이 한참 나올 때고 그러니까.ㅡ 평범한 변호사보다는 검사 출신 변호사가 필요했겠지.
법률 리스크가 생길 걸 대비해 전관 출신 사외이사를 내세웠다는 김성태, 그 김성태의 '혜안'이 올해 빛을 발했습니다.
검사 출신 사외이사의 수사 대비…수사기밀 유출 직후 출국한 김성태
#이모 변호사(검사 출신)
(수사기밀 유출 지시하신 건가요) 재판 중이라 나중에...
(심각한 윤리 위반 행위 아니에요?)...
우연인지 필연인지 수사기밀 유출 직후 해외로 도망친 김성태는 5개월 넘게 검찰 수사망 바깥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정의라는 달달한 말이 남아있긴 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