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브라에르의 대형수송기 c-390밀레니엄
우리 군의 대형 수송기 3대를 도입하는 대형 수송기 2차 사업이 시작부터 파행입니다. 2014년 4대를 도입한 데 이어 사업비 7천100억 원을 들여 3대를 추가 도입하는 일정이라 2차 사업이라 부릅니다. 미국 록히드마틴, 유럽 에어버스, 브라질 엠브라에르가 참여해 지난 8월 24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2개사의 서류가 부실했나 봅니다. 방사청은 없던 일로 치고 오늘 사업 재공고를 했습니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오는 14일 사업설명회를 열고, 10월 25일까지 업체들로부터 다시 제안서를 받습니다. 사업이 정확히 2개월 지체되는 셈입니다. 이 2개월은 업체들이 제안서를 철저히 준비할 시간이지만 방사청으로서는 잣대를 보다 엄정하게 벼릴 수 있는 시간입니다. 값 싸고 좋은 수송기를 고르는 반전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어떤 업체가 어떻게 제안서를 냈길래
제안서가 부실한 2개사는 록히드마틴과 에어버스로 알려졌습니다. 3개사 중 록히드마틴과 에어버스의 대결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공교롭게도 이 2개 업체가 제안서를 부실하게 낸 것 같습니다. 충족하지 못한 필수조건이 어떤 것이지는 명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필수조건 누락 뿐 아니라 사전에 수용하겠다는 조건을 생략한 제안서도 있다는 말이 업계에서 돌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충실한 제안서를 낸 데는 C-300밀레니엄의 엠브라에르입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1개 업체만으로는 경쟁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첫 공고는 무효로 하고 재공고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제안서도 제대로 못 내는 업체라면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이번에 부실한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에 대한 다음 심사는 보다 엄격해야 할 것입니다.
내년 초 기종 선정
1차 공고가 무산돼 2개월을 허비했다고 해서 업체들이 전열을 정비하고 적격의 제안서를 낼지 의문입니다. 코로나19로 부품 가격이 치솟는데 사업비가 너무 작다는 투정이 들리고, 미국 친화적 국면에서 록히드마틴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 배짱 영업을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공중급유기 사업에 따른 절충교역도 완수하지 못한 에어버스가 염치 없이 대형 수송기 사업에 덤비느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록히드마틴과 에어버스는 항공업계의 강자입니다. 강자의 이점을 포기할 리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제안서 부적격 사태가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강자들에게 기선을 빼앗기면 허술한 수송기를 비싸게 사들이기 십상입니다. 방사청은 10월에 제출되는 제안서들도 매의 눈으로 검증해서 불성실의 기운이 보이면 록히드마틴이든 에어버스든 가차없이 잘라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