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4년 전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숨진 윤창호 씨 사건 이후 국회가 서둘러 만든 개정 도로교통법 '윤창호법'에 대해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왔습니다.
지난해에 이어서 이 법 핵심 조항에 잇따라 위헌 판단이 내려지며 법이 사실상 효력을 잃은 것인데, 자세한 내용을 홍영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18년 9월 휴가를 나온 22살 군인 윤창호 씨는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다가 음주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여론의 공분이 일었고, 국회는 석 달 만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음주운전 금지나 음주 측정 거부를 각각 또는 합해서 2번 이상 위반하면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형이나 최대 2천만 원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도로교통법에 담긴 이 조항을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으로 판단했습니다.
과거 위반 행위와 재범 사이 기간 규정이 없어 수십 년 전 일도 가중 처벌의 이유가 되고, 위반 행위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일률적으로 징역 2년 이상 중형을 선고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사이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7명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반복되는 음주운전과 음주 측정 거부는 비난 가능성이 커 가중 처벌해도 된다는 합헌 의견은 재판관 2명에 그쳤습니다.
이로써 음주운전 사망사고 처벌 강화법만 남고, 사고 예방을 위해 음주운전 자체의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은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됐습니다.
[윤기현/고 윤창호 씨 아버지 : 이런 위헌 판결을 함으로 해가지고 좀 어떤 시그널, 음주운전에 대해 너무 관대한 어떤 시그널을 주는 게 아닌가….]
지난해 11월 이미 윤창호법 유사 조항에 위헌 판결이 났는데, 국회는 보완 입법도 하지 않았습니다.
법 조항을 허술하게 만들어 위헌 결정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김경연, CG : 홍성용·엄소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