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 총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세계 식량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 은행(BOE)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최근 영국 하원 재무위원들에게 "러시아의 봉쇄로 주요 식량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의 수출이 막히면서 빚어진 식량 가격 급등을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일리 총재는 세계적 식량 가격 급등 현상을 '종말론적'(apocalyptic) 상황이라고 표현하면서 "심화하는 인플레이션 앞에 속수무책"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곡물 수출이 막힌 상황을 두고 우크라이나 재무장관과도 대화했으며 곡물 재배에는 문제가 없지만 출하할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습니다.
베일리 총재는 영국의 물가상승률을 당초 목표치인 2%로 되돌릴 희망이 거의 없다고 인정하면서 "물가상승률이 1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극도로 어려운 사정에 처해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베일리 총재가 영국 보수당 의원들로부터 '만시지탄'이라는 비판을 받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축소하지 못한 데다 지난해 물가가 급등할 때에도 금리 인상이 너무 더뎠다는 것입니다.
BOE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작년 12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후 사상 최저수준인 0.1%로 낮췄다가 처음엔 0.15%포인트 올리고 이어 0.25%포인트씩 인상해 현재 1%에 이른 상태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물 가격 상승에서 빚어진 인플레이션을 멈추기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쓰는 것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베일리 총리는 "지금은 지난 25년간 이어온 경제정책에 대한 가장 큰 시험"이라면서 금리 인상은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금리 인상이 경제 성장을 둔화할 수 있지만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입니다.
이런 가운데 영국기업연맹은 정부에 경제난에 처한 기업과 가계에 재정 지원을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 단체의 토니 댄커 사무총장은 "지금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게 중요하며 코로나19 유행과 에너지 가격 상승의 여파에 시달린 기업의 투자를 다시 자극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