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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갇혀 몰랐던 배상 판결…대법 "출소 후 항소 적법"

교도소 갇혀 몰랐던 배상 판결…대법 "출소 후 항소 적법"
소액 민사소송 중 교도소에 수감돼 선고 결과를 알지 못한 사람에게 '항소 시한이 지났다'며 항소를 불허한 법원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집혔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한 상가 번영회가 상인 A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 상고심에서 번영회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오늘(30일) 밝혔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상가 번영회는 2017년 9월 A씨에게 관리비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는데, A씨는 이 소송이 시작된 뒤 별개의 일로 교도소에 구속 수감됐습니다.

관리비 소송을 진행하던 법원은 변론기일 통지서 등 서류를 A씨 집으로 보냈지만 A씨는 받을 수 없었습니다.

법원은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음)로 송달이 안 된다고 보고 발송송달(법원이 서류를 등기우편으로 발생한 때 송달한 것으로 간주) 방식으로 서류를 보냈습니다.

이듬해 1월 법원은 A씨가 상가 번영회에 관리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선고하고 판결문 정본을 보냈지만 당연히 이번에도 A씨는 집에 없었습니다.

이에 법원은 공시송달(일정 기간 서류를 게시한 뒤 송달이 된 것으로 간주)을 택했으며 판결은 한달 뒤 효력이 발생했습니다.

A씨가 교도소를 출소한 것은 6개월이 지난 2018년 8월입니다.

A씨는 출소 이틀 뒤에 판결문을 발급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13일이 지나 추완(추후 보완) 항소장을 냈지만 법원은 이런 항소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습니다.

민사소송법은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면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안에 소송행위를 보완할 수 있게 하지만, 구속 전 A씨는 소송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후의 진행 상황을 조사해야할 의무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법원의 판단이 부당하다고 본 A씨는 상고했고 대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1심 법원이 교도소장에게 판결문을 송달하지 않고 공시송달을 해 절차상 하자가 있기는 하지만 송달 자체는 효력이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통상적으로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없어진 때는 당사자 혹은 소송 대리인이 사건 기록을 열람하거나 판결문 정본을 받음으로써 공시송달로 송달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A씨의 추완 항소는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는 과실 없이 1심 판결 송달을 알지 못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 기간을 준수할 수 없었던 때에 해당하므로 그 사유가 없어진 뒤 2주 안에 추완 항소를 할 수 있다"며 "원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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